유식30송(唯識三十頌)

유식30송-15/혜거스님

通達無我法者 2007. 9. 21. 21:08
 제 15 송

依止根本識 五識隨緣現  의지근본식 오식수연현
惑俱惑不俱 如濤波依水  혹구혹불구 여도파의수

사량분별하는 마음인 전5식은 모두 제8근본식을 의지하여 반연을 따라 작용이 일어난다. 전5식이 작용할 때는 눈과 귀 등 여러 식(識)이 함께 작용하기도 하고 일식(一識)씩 단독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전5식이 근본식을 의지하여 마음을 일으키는 정형(情形)은 마치 파도가 물을 의지하여 일어나는 것과 같다.

(해 설)

지난 14송까지는 유식의 심소를 밝혔고 본 15송에서는 유식의 작용이 일어나는 상태를 설명한다. 마음에는 안·이·비·설·신이 작용하는 5관 곧 전5식과, 사량분별하고 기억하고 선별할 수 있는 제6 의식과 예지력과 잠재력 그리고 사량하여 탐착하는 제7 말나식과 근본의식인 제8 아뢰야식 등의 심소가 있다.

이러한 심소가 작용하는 정황을 설명하고 마음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찾게 하는 것이 이 송문(頌文)의 핵심이다. 따라서 본 송문에서는 전5식은 무엇을 의지하며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밝히고 있다.

전5식이 무엇을 의지하는가에 대해서 본문 제1구에 의지근본식이라 하여 근본식을 의지한다고 한 것은 전5식이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식을 의지해서 존재함을 말한 것이다.

근본식이란 제8 아뢰야식으로 모든 식(識)의 바탕이 되기 때문에 근본식이라 하는 것이다.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대해서는 본문에서 5식수연현이라 하여 5식이 근본식을 의지하되 연을 따라 현기하여 작용한다고 한 것이 그 설명이다. 연(緣)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① 공연(空緣) : 공간 또는 거리이다.
② 명연(明緣) : 빛이니 밝음을 말한 것이다.
③ 근연(根緣) : 정색근(淨色根)이니 6근을 말함.
④ 경연(境緣) : 면전의 경계로 6진을 말함.
⑤ 작의연(作意緣) : 5변행심소 중의 작의로서 모든 심(心)에 상응하여 일어난다.
⑥ 분별의연(分別依緣) : 제6식을 말한다.
⑦ 염정의연(染淨依緣) : 제7식이다. 아집이 강하게 일어날 때를 염(染)이라 하고 가볍게 일어날 때를 정(淨)이라 한다.
⑧ 근본의연(根本依緣) : 제8식이다. 모든 식은 8식을 의지해서 일어난다.
⑨ 종자의연(種子依緣) : 각각의 식이 스스로 의지하는 창고이며 모든 식이 나오는 자리이니 종자를 의미한다.

이상의 아홉 가지 연을 9연(九緣)이라 한다. 안식을 일으킬 때는 위의 9연이 모두 있어야 하고 이식은 안식과 비슷하나 어둠 속에서도 들을 수 있으므로 명연(明緣)을 제외한 8연으로 듣는 작용을 할 수 있다.

비·설·신 3식은 명연은 물론 거리도 필요 없으므로 공(空)·명(明) 2연이 없는 7연으로도 식을 발할 수 있다. 이와 같이 5식은 근본식을 의지하고 외부연에 의해서 심식을 일으킨다.

혹구혹불구(惑俱惑不俱)

구(俱)는 함께의 뜻으로 전5식 중에 양식 또는 3∼4개의 식이 동시에 작용하는 것을 구(俱)라 하고 오직 하나하나의 식이 단독으로 작용하는 것을 불구(不俱)라 한다.

가령 보는 것과 듣는 것을 동시에 하면 2구(二俱)가 되고 보고 듣고 냄새 맡는 것을 동시에 하면 3구(三俱)가 되고 맛보는 것까지 동시에 하면 4구(四俱)가 되고 5식이 동시에 작용을 해서 식(識) 발하면 5구(五俱)가 된다. 여기에 의식과 잠재력)과 무의식적 감각 등이 동시에 작용을 하면 9식 모두가 동시에 작용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수행자는 모름지기 동시에 여러 식이 작용하는 것을 꺼려야 한다. 오직 9식이 한 경계에 몰입해야 삼매에 들 수 있고 삼매에서만이 모든 부처님의 경계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5식의 작용은 근본식을 의지하여 작용하므로 근본식이 존재하지 않으면 전5식 또한 작용하지 못한다.

여도파의수(如濤波依水) 

파도가 물을 의지하여 일어난다고 한 것은 5식의 마음이 근본식을 의지하여 작용한다는 뜻을 비유한 말이다. 파도는 파랑이니 전5식이요, 물은 제8식이다. 물에서 파도가 일어나려면 반드시 바람이라는 연(緣)이 있어야만 가능하듯이 근본식에서 파도와 같은 전5식이 작용하려고 한다면 9연이라고 하는 바람의 연을 만나서 작용한다는 뜻이다.

이와 같이 한 마음의 작용도 단독으로 일어날 수 없듯이 세상의 만법이 모두 인연의 소생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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