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

1. 안반수의의 근본원리 - 1. 안반수의 창안 동기

通達無我法者 2007. 12. 5. 14:39

1-1. 안반수의 창안 동기

부처님께서는 월지국의 사기유국에 머무셨다. 일명 차닉가라국이라고도 한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90일 동안 앉아서 안반수의를 행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90일을 홀로 앉아 생각을 가다듬어, 온 세상의 모든 인간과 날아다니는 새와 꿈틀대는 동물들까지 구제하고자 하셨다.

해설 월지국은 인도 동북부인 실크로드의 서쪽에 있던 큰 나라이다. 차닉가라국이라고도 불렸던 사기유국은 월지국에 속해 있던 작은 나라로, 여기에서 붓다가 결가부좌하고 앉아 90일 동안 안반수의를 행했던 것이다. 안(安)은 범어의 '아나ana', 반(般)은 '아파나apana'라는 말을 발음 그대로 옮긴 것으로서, 안반의 원어는 '아나파나anapana'이다. '아나'는 들숨〔入息〕, '아파나'는 날숨〔出息〕이다. 그러므로 안반은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호흡을 말한다. 수의(守意)는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한다는 범어 '사티sati'를 옮긴 말이다. 그러므로 마음을 집중하여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붓다는 다시 90일을 앉아서 온 세상의 모든 인간들과 날고 꿈틀대는 새와 동물들까지도 모두 구제하고자 하였다. 원문의 도탈(度脫)은 깨닫게 하여 구제한다는 뜻이다. 요컨대 붓다는 호흡에 정신을 집중하는 안반수의를 닦고서 이를 전하여 모든 인간들과 동물들로 하여금 깨달음을 얻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붓다가 6년 고생 끝에 고행을 포기하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고행의 괴로움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고행이 깨달음을 얻는 데에는 전혀 이롭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붓다는 고행을 하면서 단식, 숨을 참는 호흡 훈련 등 몸을 괴롭히는 온갖 수행을 참고 견뎌냈다. 그러나 그 고행이 특수한 능력을 얻기 위해서는 가치가 있으나, 모든 일반 생활인이나 나아가서는 새나 동물들과 같은 일체 중생까지도 행할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닌 올바른 수행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붓다는 먼저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필수적인 호흡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이다.

당시의 고행자들은 숨을 오래 참는 호흡법을 닦았다. 이 호흡법은 우주의 생명력인 '프라나prana' 라는 기운을 될 수 있는 한 체내에 많이 흡수하여 저장해 두는 것이 주목적으로, 불로장생 하려거나 특수한 능력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나 필요한 수련이다.

붓다의 목적은 이런 능력을 얻기 위함이 아니었다. 붓다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인생고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고행을 버리고 삶 속에서 호흡으로 인간적인 고뇌를 해결하는 길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또한 생리적인 욕구를 거역하는 극기나 고행이 아닌 즐거운 수행을 창안하였다. 삶 속에서 삶과 죽음의 모순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보인 것이다.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다. 인간만이 아니라 동식물들도 호흡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이렇듯 가장 자연스럽고 합리적으로 호흡하는 것은 육체나 정신을 위해서 더없이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고 붓다의 호흡법이 생리현상으로서의 들숨, 날숨을 그대로 자연에 맡겨 두고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 호흡에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여기에 안반수의법의 특징이 있으며, 그것을 통해 고행을 떠나서 즐겁게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왜 하필이면 90일 동안인가? 90일은 석달로 붓다는 여름에 비가 계속 오는 기간인 하안거(夏安居)엔 마을로 나가지 않고 한 곳에 앉아 수행과 설법을 하였다. 이때 안반수의법을 행한 것이다.

안반수의법을 흔히 수식법(數息法)이라고 하나, 수식법은 안반수의의 본래 뜻을 다 포함하고 있는 용어는 아니다. 따라서 예부터 수식법이라고 부르던 방법과 내용상 다를 바는 없을 지라도 안반수의법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합당하다고 생각된다. 안반수의법은 수를 세면서 호흡을 고르는 것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욱 상세히 설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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