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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安)은 수를 헤아리고, 반(般)은 서로 따르며, 수의는 그침이 된다.
해설 이세상 만 물이 지닌 존재의 비밀은 아직 신비에 싸여 있다. 보잘것없는 미물에서부터 인간과 우주 전체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과학, 철학, 종교는 그 신비로운 비밀을 풀기 위해 애써 왔으나 아직까지는 완전히 밝혀내지 못했다. 인간을 비롯한 여러 생명체를 형성하고 있는 세포나, 일반적으로 말하는 물질의 최소 단위인 분자의 비밀도 완벽하게는 알지 못한다. 인간의 정신작용이 가진 비밀은 더욱 신비에 싸여 있다. 단지 인간의 생명이 물질과 정신의 조화로 인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만이 알려져 있을 뿐이다.
불교에서는 이를 색(色)·수(受)·상(想)·행(行)·식(識)으로 나누어 설명한 다. 사람이 다섯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는 뜻이다. 색은 물질적 요소이고, 수, 상, 행, 식은 정신적인 요소이다.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다섯 가지가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하며, 그 상태가 곧 공空의 세계이다. 우리의 삶은 호흡이라는 물질적인 육체의 움직임과 정신적인 의식의 조화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불안하거나 공포에 싸여 있을 때는 육체의 작용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호흡이 거칠어지고 행동이 자재(自在)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정신이 안정되고 평온한 상태에 있으면 호흡이 고르게 되고 행동도 뜻대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들숨에 의해 활력을 얻고 날숨에 의한 신진대사로 노폐물이 몸밖으로 배출된다. 숨이 들어오는 것은 살아 있는 것이요, 숨이 나가는 것은 삶의 극치에서 다른 차원인 죽음으로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생과 멸의 연속이 우주의 모습이고 우리의 삶이며, 곧 공(空)이다. 공이란 생하고 멸하면서 생이나 멸에 떨어지지 않는 세계이므로 생도 아니고 멸도 아닌 생과 멸 그 자체이다. 숨이 들어오기만 하고 나가지 않거나, 나가지 않고 들어오기만 한다면 생명은 유지될 수 없다. 생명이 잘 유지되지 못하면 공을 떠나 있는 것이요, 진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공의 진리를 잘 실천하려면 숨을 올바르게 들어오게 하고 나가게 하는 것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붓다는 그 도리대로 호흡을 행하였으므로 호흡이 바로 삶 자체이고 공의 실천인 상태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다.
숨을 바르게 하기 위해서 수를 세는 것은 정신을 숨에 집중하여 조화를 이루기 위한 방편이다. 숨이 들어올 때 그 숨의 수를 세면서 정신을 집중하고, 나갈 때 나가는 숨의 수를 세면서 정신을 집중하여 서로 따르게 하면 숨은 올바르게 이루어진다. 이렇게 되면 숨의 들어오고 나감이 그친 듯한 상태가 되어 지극히 고요한 가운데 자연스럽게 숨이 들어왔다 나가는 경지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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