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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되, 어떤 것을 무(無)라고 하고, 어떤 것을 위(爲)라고 합니까. 답하되, 무(無)는 만물을 생각하지 않음이요, 위(爲)는 경에 따라서 행하는 일을 가리켜서 이름한 것이니 무위라고 말한다.
해설 무위(無爲)를 다시 분석해서 더 자세히 가르치고 있다. 무위는 '무의 행위' '함이 없다'는 '행위의 무'란 뜻도 된다. '무의 행위'는 아무 생각 없이 경에 따라서 행하며, '함이 없다'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열반적정을 떠나지 않고 행하니 '함이 없는 행위'이다. 다시 말하면 앞의 것은 적극적이고 뒤의 것은 소극적이다. 그러나 사실은 어느 것이나 다 같다. '무의 행위'나 '행위의 무'는 둘 다 무위라는 뜻이다.
무(無)는 만물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물을 생각하지 않음은 마음이 청정의 세계에 머물러 있어서 만물이 마음의 거울에 비춰진 그대로 올바르게 나타난 것이다. 이때 만물을 생각하면 망념된 생각이 되기 때문이다. 잔잔한 물이나 맑은 물은 거울에 물결이 처거나 티가 묻은 것과 같다.
마음의 거울에 올바르게 비친 그대로 행하면 경에서 설한대로 따르게 된다. 경이란 성자의 맑은 지혜의 거울에 비춘 말씀이다. 그러므로 그대로 따르면 된다. 멋대로 생각하면 망념된 생각이다. 맑은 거울에 더러운 티끌을 일으키거나 잔잔한 물에 파도를 일으킨 것이니 어찌 사물의 올바른 모습이 나타날 수 있으랴. 이 경에서는 무위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으나 무위는 노자가 말하는 철학적 용어가 아니다. 오히려 불교 수행에 있어서 붓다의 가르침에 따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무위 그대로의 수행과 무위 그대로의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즉 호흡에 있어서 붓다가 가르치신 안반수의법을 실천하라는 뜻이며, 이것이 바로 무위의 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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