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

13-2. 마흔 가지 열반의 세계

通達無我法者 2007. 12. 5. 21:05

13-2. 마흔 가지 열반의 세계

 

열반에는 마흔 가지가 있다. 곧 《삼십칠품경》과 세 가지가 공이다. 무릇 마흔 가지는 모두 열반이 된다. 묻되, 수식이 열반이 됩니까. 안 됩니까? 답하되, 수식과 상수는 코 끝에 마음이 머물러 집착이 있으면 열반이 되지 않는다. (묻되) 열반은 정말 있습니까, 없습니까? 답하되, 열반은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고를 멸할 뿐이다. 일명 마음의 다함이라고 한다. 반문하되, 열반은 멸입니까? 답하되, 단지 선과 악이 멸했을 뿐이다.

해설
열반에 대한 설법이다. 결국 삼십칠도행이 열반으로 가는 길이라면, 그 궁극의 세계인 열반이 있느냐의 문제가 생긴다. 자고로 열반이 있느냐, 없느냐는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러나 열반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희론적멸(戱論寂滅)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따라서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이러한 열반의 세계를 있다거나 없다는, 어떤 실체가 있는 것처럼 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있고, 없음을 떠났다 할 것이다.

그래서 경에서도 있다고도 하고 없다고 했으나 '있다' '없다'는 집착을 떠나서 오직 '고의 멸'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고의 멸도 있다거나 없다는 어떤 희론을 떠나서 멸한다. '고의 멸'은 있다는 유(有)의 집착, 없다는 무(無)의 집착을 떠난 고의 멸이다.

열반이 있다면 어떻게 있는가. 열반에는 40가지의 세계가 있다고 했다. 삼십칠도품의 세계의 세 가지 공이 모두 열반이라고 했다. 진실로 열반은 《삼십칠도품경》의 세계인 동시에 공의 세계이다. 공의 세계나 《삼십칠도품경》의 세계가 실체적으로 있다고 하면 그것은 잘못된 말이지만, 세속적으로는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그러면 삼공(三空)이란 무엇인가. 인공(人空)과 법공(法空)과 인법구공(人法俱空)의 셋이다. 인공이란 '나'라는 실체가 있다고 집착하여 얻어진 '나'는 존재하지 않고, 오직 '나'는 인연에 의한 공이라고 한다. 법공은 만유는 모두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인연에 의해서 생하고 멸한다고 한다. 인법구공은 인의 공함과 법의 공함을 모두 버린 진실한 공이라고 한다. 공에도 집착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열반은 37종의 도가 이루어지고 공이 행해지는 세계일 뿐이다. 있다, 없다를 떠난 세계이다. 그러면 호흡과 열반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호흡이 올바르게 이루어지면 그것이 바로 열반이다.

수식과 상수에 있어서 수를 셀 때 수에 집착하고, 상수에서 코 끝에 마음이 집착하면 열반이 아니다. 열반이란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열반은 있다고 할 것인가, 아니면 없다고 해야할 것인가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인간은 '있다' '없다'에 매여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런 점을 초월한 열반을 알기가 어렵다. 그러나 열반은 없는 것이 아니라고 하기 보다는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함이 더 타당하다.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면 '있다'는 긍정이 '아니다'라고 부정되어 긍정에서 부정으로 나가고 있다. 그런데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면 '없다'는 부정이 '아니다'로 다시 부정되어 긍정으로 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열반이 긍정적인 어떤 세계로 파악되므로 열반의 참된 세계와는 멀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열반은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어디까지나 부정의 세계이다. 부정의 세계라고 하나 이 부정은 상대적인 부정이 아니고 절대부정이기 때문에 긍정도 부정도 포함하면서 절대부정을 통해 긍정으로 전환된다. 그러므로 경에서는 이를 "열반은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고를 멸할 뿐이다. 마음의 다함이라고 한다."고 했다. '마음의 다함'이요, '고의 멸함'이다. 마음의 다함은 바로 고의 멸함이다. 마음에서 고를 짓기 때문이다.

열반(涅槃)은 범어로 '니르바나 nirvana'라고 한다. 바나 vana는 '입으로 불을 끈다.'는 뜻이 있으므로 부정이다. 그러나 부정과 긍정의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는 절대부정의 접두사 니르 nir가 있으므로 열반은 긍정, 부정을 초월한 절대부정이요, 절대부정은 절대긍정으로 전환됨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열반은 고가 멸해서 마음이 다하면 절대적인 즐거움(大樂) 속에서 모든 것이 살려지는 가치의 전환이 있는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열반은 선이나 악의 상대적인 가치를 넘어선 세계이므로 '선이나 악이 멸할 뿐'이라고 했다. 선이나 악이 멸한 세계는 곧 선과 악이 모두 살아나는 세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