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

13-4. 隨病說藥의 지혜

通達無我法者 2007. 12. 5. 21:07

13-4. 隨病說藥의 지혜

 

병에 따라서 약을 설하여 인연에 상응한다. 눈은 색을 받고, 귀는 소리를 듣고, 코는 향기로 향하고, 입은 맛을 바라고, 몸은 곱고 매끄러움을 탐낸다. 이것이 오근이다. 어찌하여 뿌리라고 하는가. 이미 받아서 마땅히 다시 생하기 때문에 뿌리라고 한다. 색, 소리, 향기, 맛, 곱고 매끄러움을 받지 않음을 힘이라고 한다. 칠사에 떨어지지 않음이 각의가 된다. 이미 팔직이 되었으면 마땅히 도를 행한 것이다. 오근은 마음을 굳게 하고, 오력은 마음을 바꾸지 않게 하며, 칠각은 마음을 바르게 하고, 팔행은 마음을 곧게 한다.

해설
붓다는 응병투약이라 하여 중생의 근기에 맞춰서 가르침을 베풀었다. 마음의 환자에게는 그에 알맞은 교설을 베풀어야 한다. 인연에 따라서 그 인연에 맞게 해야 한다. 붓다는 인연법을 깨달아 각자가 되었고, 인연법에 따라 살며, 인연법을 가르쳤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인연법에 의해서 존재한다. 눈은 색으로 인해서 있고, 색은 눈으로 인해서 있으므로 눈이 색을 받아들여서 안다. 이것이 있어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어서 이것이 있는 것이다. 눈이나 색은 홀로 실체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눈으로 보고 붉거나 검다는 것이나, 크거나 작다는 인연법에 의해서 생겼으니 공이다. 귀, 코, 입, 몸의 모든 작용, 소리, 향기, 맛, 느낌 등은 모두 인연 자체일 뿐이다.

그러나 모두 우리의 몸에 갖추어져 있다. 즉 우리의 몸 자체가 인연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오근이라는 다섯 가지 근본기능은 이러한 법의 힘이 간직되어 있는 뿌리와 같다. 이러한 오근이 외부의 대상을 받아서 나타내기 때문이다.

안, 이, 비, 설, 신이 주(主)요, 색, 성, 향, 미, 촉이 객이다. 주와 객이 서로 응해서 모든 기능이 나타나며 그 자체가 힘이요 오력이다. 마치 뿌리로부터 나온 싹과 같다. 그리고 다시 이 싹이 자라서 꽃을 피운 것을 칠각의라고 한다. 가지나 잎이 자기를 떠나서 새로운 꽃을 창조했다. 가지와 잎은 마치 일곱 가지 번뇌와 같다. 이들이 없으면 꽃이 피지 않듯이 번뇌가 있으므로 깨달음이 있다. 인연법에 상응한 것이다. 칠각의가 있으므로 팔정도가 있다. 칠각의와 팔정도는 이것과 저것의 인연법으로 있게 된다. 칠각의가 있으면 반드시 팔정도가 있으니, 팔정도에 이르러서 도가 행해진다. 이와 같이 도의 행함에는 인연법에 상응하는 도리가 있다. 이 도리를 아는 것이 깨달음이요, 이 도리를 행하는 것이 도의 행함이다.

우리는 오근의 충실로 마음이 굳게 된다. 마치 나무나 풀의 뿌리가 충실하고 굳으면 땅속으로 깊이 파고들어가 힘을 얻어 싹을 틔울 수 있는 것과 같다. 뿌리는 싹을 틔워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싹을 틔우는 것이 뿌리의 일념소망이다. 이 마음을 바꾸지 않고 봄을 기다려서 싹을 틔우고 크게 자라게 해야 한다. 그러므로 '오력은 마음을 바꾸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칠각의는 단지 마음이 올바르게 나타난 정도일 뿐이다. 깨달음은 우리의 마음이 있어야 할 모습 그대로 나타난 것이니 올바름이다. 나무의 싹이 자라서 가지가 벋고 잎이 나오는 것이 나무의 본래 기능이요 사명이다. 즉 나무의 올바른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니 깨달음을 어떤 새롭고 특별한 세계로 알면 안 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능력이 있는 그대로 올바르게 나타난 것일 뿐이다. 팔정도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바르게 나타나서 바른 그대로 뻗쳐나가는 것이다. 옆을 보거나 퇴진하지 않고 곧바로 나가는 정도다.

이렇게 볼 때 사의지(四意止)에서부터 팔정도에 이르는 길은 모두 올바른 진리의 길이다. 도를 행함이 이와 같으니 출발이 법대로 되고(사의지), 끊을 것을 끊고 낼 것을 내어(사의단) 힘을 얻는다(사신족). 목표를 향해서 가는 길에 들어서서 우리의 모든 기능이 움직일 때(오근, 오력) 바르게 가면 된다는 것을 알고(칠각의) 곧바로 간다(팔정도). 

일념으로 바른 길을 가면 그곳이 가야할 곳이다. 이때 도착하는 곳이 열반이다. 그러므로 열반과 도행은 서로 떠나지 않는 관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