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결(修心訣)

11. 돈오와 점수는 수레의 두 바퀴

通達無我法者 2007. 12. 7. 15:57

11. 돈오와 점수는 수레의 두 바퀴

 

 

 

비록 뒤에 닦는다고 하지만 망령된 생각이란 본래 공(空)하고, 마음의 성품은 본래 공(空)하고, 마음의 성품은 본래 청정한 것임을 이미 먼저 깨달았으므로 악을 끊으려 해도 끊을 것이 없고, 선을 닦으려 해도 닦을 것이 없으니, 이것이 바로 참다운 닦음이며, 참다운 끊음인 것이다. 

그래서 "온갖 선행(萬行)을 두루 닦더라도 오로지 생각이 없는 무념(無念)으로 근본을 삼는다"하였고, 규봉스님께서도 먼저 깨닫고 뒤에 닦는 이치를 통틀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성품에는 원래 번뇌가 없고, 번뇌가 없는 지혜가 본래 갖추어져 있어 부처와 다르지 않음을 단번에 깨닫고, 그 깨침에 의하여 닦으면 그것을 최상승선(最上乘禪), 혹은 여래청정선(如來淸淨禪)이라고 부른다. 만약 생각마다 닦고 익히면 자연히 점차로 백천삼매(百千三昧)를 얻을 것이니, 달마대사의 문하에 계속해서 전해 내려온 것이 바로 이러한 선법이다."라고 하셨다. 

그러므로 단번에 깨닫고(頓悟), 점차로 닦는(漸修) 수행 방법은 마치 수레의 두 바퀴와 같아서 하나만 없어도 안된다.
어떤 사람은 선과 악의 성품이 본래 실체가 없는 공한 것임을 알지 못하고 꼿꼿이 앉아 움직이지 않으면서 몸과 마음을 억제하기를 마치 '돌로 풀을 누르는 것처럼 마음을 닦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큰 잘못이다. 

그러므로 "성문(聲聞)은 마음마다 미혹을 끊으려 하지만 그 끊으려는 마음이 바로 도둑이다"라고 하였다.
오직 살생하고, 도둑질하고, 음행하고, 거짓말하는 것이 마음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을 확실히 살피면 일어나도 일어남이 없는 것이니 그 바탕이 고요한데 무엇을 다시 끊을 것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잡념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다만 깨달음이 늦을까 두려워하라"고 한 것이다. 또 말하기를 "그릇된 생각이 일어나거든 곧 깨달으라. 깨달으면 곧 잡념은 없어진다"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깨달은 사람의 경지에서 보면 번뇌는 깨달음을 촉진시키는 제호와 같은 것이다.
다만 본래 그 근본이 없는 미혹(迷惑)의 성질을 잘 살피면 허공 속에 실체가 없는 환상의 꽃과 같은 삼계는 바람에 사라지는 연기와 같이 없어질 것이며, 허깨비와 같은 객관세계의 육진(六塵)은 마치 끓는 물에 얼음이 녹는 듯할 것이다. 

이와 같이 생각마다 닦아 익히면, 비추어 돌아보기를 잊지 않고 선정과 지혜를 고루 평등하게 가지면(定慧等持), 곧 사랑하고 미워하는 분별심(分別心)이 저절로 사라지고 자비와 지혜가 저절로 밝게 드러날 것이다. 지난날 지은 죄의 업은 자연히 없어지고 착한 공덕이 저절로 늘어나서 번뇌가 다할 때에는 나고 죽는 생사의 괴로움도 곧 끊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