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결(修心訣)

12. 선정과 지혜를 평등하게 가져라

通達無我法者 2007. 12. 7. 16:02

12. 선정과 지혜를 평등하게 가져라

 

 

 

문=깨달음을 얻은 후에 닦는 수행의 방법으로 선정과 지혜를 평등히 고루 가져야 한다는 뜻을 아직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다시 자세히 설명하시어 미혹을 없애고 해탈의 경지에 들게 하여 주십시오. 

답=진리에 들어가는 천 가지 길이 모두 선정과 지혜가 아님이 없다. 그 요점을 들어서 설명하면 자기 성품(自性)의 본체(體)와 작용(用), 두 가지 뜻인데, 앞에서 말한 고요한 공적(空寂)과 신령스러운 영지(靈知)가 바로 이것이다. 

선정은 본체(體)이고, 지혜는 작용(用)이다. 마음의 본체에서 마음의 작용이 생겨나므로(卽體之用) 본체와 작용은 같다. 그러므로 지혜는 선정을 떠나지 않고, 마음의 작용 또한 마음의 본체와 같아서 선정은 지혜를 떠나지 않고, 마음의 작용 또한 마음의 본체와 같아서 선정은 지혜를 떠나지 않는다. 선정이 곧 지혜이므로 고요하지만 항상 지각(知覺)하여 알고, 지혜가 곧 선정이므로 지각작용을 하면서도 항상 고요하다. 

육조스님께서 말씀하신 "마음이 산란하지 않고 어지럽지 않음이 자성의 선정이요, 마음이 어리석지 않음이 자성의 지혜이다."라고 하신 뜻과 같다.
만약 이런 도리를 깨달아 고요함(寂)과 앎(知)에 자유자재하여 선정과 지혜가 둘이 아닌 경지가 되면 그것은 단번에 깨닫는 수행법인 돈오문(頓悟門)에 들어간 사람의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는 것이다. 

그러나 고요한 적적(寂寂)으로써 흩어지는 생각을 다스리고, 또록또록한 성성(惺惺)함으로써 흐리멍텅한 혼침(昏寢)을 다스린다 하여, 앞과 뒤에 대치해서 혼침과 산란함을 고루 다스려 고요함의 경지에 들어가는 사람은 점점 닦아서 들어가는 수행법인 점수문(漸修門)에 속하는 열등한 근기의 수행이다. 

조계(曹溪)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스스로 깨쳐 수행하는 것은 따지는데 있지 않다. 만약 선후를 따지면 그는 미혹한 사람이다"라고 하셨다.
깨달은 사람의 경지에서 선정과 지혜를 고루 평등하게 가진다는 뜻은 애써 노력하는 것도 아니며 원래 무위(無爲)여서 어떤 특별한 때도 또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