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보장록(禪門寶藏錄)

선법의 종류

通達無我法者 2007. 12. 10. 11:19

“모든 相 여의고 집착 없어야”

소.중.대승 선법 삼승법과

조사선의 기본이념으로 정착된

최상승선법으로 분류돼

 

중국의 제6조 혜능대사에게 유주에서 온 한 스님이 참하여 물었다. “부처님께서는 삼승법을 설하셨고 또 최상승법도 설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삼승법이 무엇인지, 그리고 최상승법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육조대사가 말했다. “보고 듣는(見聞) 것으로 경전을 읽는 것은 소승법이고, 설법의 도리를 알고 뜻을 터득하는 것은 중승법이며, 설법에 의하여 수행하는 것은 대승법이다. 이에 비하여 자기의 본심을 알고(識) 자기의 본성을 보며(見), 만법에 두루 통하고 만행을 두루 갖추며, 모든 견해와 모든 상(相)을 여의고 늘상 집착이 없는 것이야말로 최상승법이다.”

 

보리달마가 중국에 전승한 선법은 최상승선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달마 이전에 이미 경전을 통하여 전래되어 있는 선법을 통칭 소승선법으로 치부한다. 이 내용은 달마가 전승한 최상승선법이 혜가를 통하여 이후에 혜능에게로 계승되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달마종지의 정법안장을 최상승선법으로 간주하여 그 밖의 선법과는 의도적으로 차별화하 시키고 있다. 이 내용이 수록되어 있는 〈가태보등록〉은 바로 그와 같은 전등사서 가운데 하나이다.

 

선을 분류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여기에서 삼승과 최상승으로 구분하는 방식은 선의 경지를 깊고 옅음을 기준으로 분류한 것이다. 이와 같은 분류방식은 이전에 당나라 때 규봉종밀이 〈도서〉에서 소위 외도선.범부선.소승선.대승선.최상승선의 5종으로 제시한 바도 있다. 이처럼 각각의 단계를 도식적으로 나누는 것은 상당히 의도적이고 일방적인 냄새가 풍긴다. 그러나 교학에서 자파 내지 자종의 우수성을 내세우는 교상판석이라는 입장을 감안한다면 선의 분류방식도 수긍이 가는 점이다. 그러나 법에 높고 낮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 법을 활용하는 사람의 용심 여하에 따라 소승법 내지 최상승법으로 나뉘어진다.

 

혜능이 설명하는 소승선법은 글자를 통하여 언설로 표현되어 있는 경전을 읽고 말하며 암송하는 것으로 능사를 삼는 것이다. 중승선법은 경전에서 설하고 있는 선법의 내용을 파악하고 그 의미를 헤아려 알며 수행하는 방법까지도 역시 정통하는 것으로 능사를 삼는 것이다. 대승선법은 경전을 통해 터득한 내용을 실제로 좌선수행으로 실천하고 체험하면서 남에게도 전법하고 보살도를 닦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선법이란 자기의 본심을 알고 자기의 본성을 터득하여 만법에 두루 통하여 막힘이 없고 보살의 일체 만행을 두루 갖추며, 일체의 선악 및 청정과 더러움 등을 분류하지도 않고 그대로가 진리임을 알아서 모든 분별견해와 모든 차별상을 여의어 무집착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최상승법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최상승선법은 혜능 이후에 소위 조사선의 기본 이념으로 정착되었다. 그 맹아는 일찍이 보리달마로부터 유래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가 〈경덕전등록〉에 전해온다.

 

인도의 반야다라존자는 동인도 사람이었는데 남인도를 여행하다가 그곳의 왕이었던 향지왕을 만났다. 향지왕은 존자에게 마니구슬을 보시하였다. 이에 존자는 마니구슬을 들고서 세 왕자에게 질문을 하였다. 이 마니구슬에 짝할 것이 있겠는가. 첫째 왕자와 둘째 왕자는 그 마니주 이상의 보배는 없다고 말했다. 셋째 왕자였던 보리다라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상의 어떤 보배도 이 마니주를 능가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마니주의 광명은 스스로 빛을 내지는 못합니다. 다른 빛을 말미암아야 비로소 가능합니다. 그러나 광명 가운데서도 지혜광명이 최고인데 그것은 곧 마음을 깨치는 것입니다. 마음의 빛이야말로 영원하고 스스로 빛을 내며 일체중생을 두루 건져주는 묘약입니다.’ 이로써 보리다라는 반야다라의 제자가 되어 정법안장의 후계자로서 최상승선법을 펼쳤는데 그가 바로 보리달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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