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보장록(禪門寶藏錄)

달마와 교외별전

通達無我法者 2007. 12. 10. 11:34

“여래의 정법안장 계승”

 

우월성 강조하는 대승선법 기치

‘앎과 실천의 일치’는 달마 선풍

 

“달마가 양현지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불심의 종지 곧 불심종을 깨치는 데에는 눈꼽만치도 잘못이 없이 앎과 실천이 상응해야 합니다. 그것을 일컬어 조사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성문의 자취를 통해서 달마조사의 가르침인 교외별전의 마음을 전승할 수 있겠습니까.”

“소승의 근기를 끌어들이는 데에는 방편으로 성문의 모습을 내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외별전의 경우 성문의 지혜로는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낙양은 동위의 효문제 때 수도로 정해졌는데 1300여곳에 달하는 크고 작은 사찰이 있었다. 그러나 서위와 대립하여 효정제 때에는 수도를 업도로 옮기자 낙양의 사찰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관리였던 양현지는 낙양의 화려한 사찰이 쇠퇴하는 모습을 아쉬워하여 기록을 남겼는데 그것이 곧 〈낙양가람기〉 5권이다. 제1권에서는 성내의 사찰을, 제2권에서는 성의 동쪽의 사찰을, 제3권은 성의 남쪽의 사찰을, 제4권에서는 성의 서쪽의 사찰을, 제5권에서는 성의 북쪽의 사찰 등 모두 58개 사찰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특히 성내의 영녕사에 대한 기록에서는 보리달마가 오랜 여행 끝에 지친 몸을 가누면서 막 낙양에 도착하여 영녕사의 모습을 황홀하게 바라보는 모습을 묘사하였는데 이것이 보리달마에 대한 최초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보리달마는 518년 내지 527년에 중국에 도래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양현지가 〈낙양가람기〉를 저술한 것은 547년이므로 보리달마가 중국에 도래한 지 적어도 20년 이후에 해당한다. 〈낙양가람기〉에 의하면 보리달마는 페르시아 곧 오늘날의 이란지방에서 온 고승이었다. 그것도 바다가 아닌 파미르고원을 넘어서 낙양에 도착하여 그 화려하고 번성한 문물을 보고 감탄하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런 모습 때문이었는지 외국에서 도래한 달마에 대하여 흥미를 보인 양현지는 달마와 담소를 나누기도 하였다.

 

위의 내용은 그 가운데 하나를 주제로 들어 문답으로 삼은 것이다. 앎과 실천의 일치를 조사선의 기치로 내세우는 모습은 곧 달마의 선풍을 가리킨다. 이와 같은 달마의 선풍을 달마의 종지라는 의미에서 달마종이라 불렀는데 부처님의 심인을 전승한다는 뜻에서 불심의 종지를 불심종이라고도 하였고, 달리 〈능가경〉을 전승했다는 의미에서 능가경의 종지를 능가종이라고도 불렀다. 후에 당대에 형성된 조사선의 조사는 본래 보리달마조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 가풍을 교외별전으로 내세웠는데 그것은 달마가 중국에 도래하기 이전의 습선에 해당하는 성문의 소승선에 비하여 우월성을 강조하려는 대승선법의 기치이기도 하였다. 따라서 보리달마가 중국에 온 이유에 대하여 대승선법을 전승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강조하는 내용이다. 그 개념을 우선 이론적으로는 교외별전을 내세웠고, 실천적으로는 한 스승으로부터 한 제자에게로 이어지는 사자상승의 전승방식을 내세웠다. 때문에 대승의 심인을 전승하는 그 자리에 참여한 당사자가 아니라면 그 어느 누구도 엿볼 수가 없다는 것이 달마를 위시한 조사선의 가풍으로 다져지게 되었다.

 

그것이 곧 달마와 그 제자들 사이의 일화로 전승되고 있는 피.육.골.수(皮.肉.骨.髓)의 법문이다. 달마는 9년이 지나 이제 천축으로 돌아가려고 제자들에게 말했다. “바야흐로 때가 되었다. 그대들은 각자 얻은 바를 말해 보라.” 이에 도부는 불립문자의 도리를 터득하여 달마의 피부를 얻었고, 총지 비구니는 깨침에 조차 집착이 없는 도리를 터득하여 달마의 살을 얻었으며, 도육은 집착이 없는 공도리를 터득하여 달마의 뼈를 얻었고, 혜가는 교외별전의 도리를 터득하여 달마의 골수를 얻어 마침내 여래로부터 전승된 정법안장을 계승하게 되었다. 그러니 어찌 유루공덕의 소유자인 성문의 깜냥으로 대승선법인 여래의 심인을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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