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보장록(禪門寶藏錄)

즉심시불의 도리

通達無我法者 2007. 12. 10. 14:11

“청정심 도달해야 卽의 경지”

 

원(源) 율사가 물었다. “선사께서는 늘상 즉심시불이라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그런 도리는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초지보살만 해도 불국토에 몸을 나타내고, 제2지보살의 경우는 그보다 열 배나 더합니다. 선사께서도 한번 신통력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선사가 말했다. “그대는 자신을 범부라고 생각하는가, 성인이라고 생각하는가.” 율사가 말했다. “물론 저는 범부입니다.” 선사가 말했다. “범부인 주제에 감히 성인의 경지를 묻다니 참으로 가소롭구나.” 이에 율사가 말문이 막혔다.

 

이에 등장하는 원(源) 율사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전혀 없다. 그리고 여기에 등장하는 선사는 대주혜해로 짐작이 된다. <전등록> 대주혜해장에서도 즉심시불에 관하여 원(源) 율사와 문답하는 유사한 내용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착안해야 할 내용은 즉심시불에 대한 것이다. 즉심시불은 당대 마조도일을 전후하여 전개된 선의 가풍 소위 조사선의 기본 개념이기도 하다. 조사선의 조사는 본래 달마조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달마조사가 전래한 대승 혹은 최상승의 선법을 가리킨다. 달마조사가 전승한 선법이란 일체중생은 모두 부처님과 동일한 진성을 구비하고 있다는 것에 바탕한다. 달마는 그것을 경전의 가르침에 의거하고 벽관수행을 통하여 더이상 흔들림이 없는 심신(深信)의 경지에 도달할 것을 가르쳤다. 그것은 중생에게 이미 부처와 동일한 성품이 구비되어 있음을 자각시키는 것이었다.

 

“범부가 어찌 성인 경지 논하랴”

 진리가 현실서 완성돼야 是佛

이와 같은 전통은 혜능을 거치면서 마조도일에 이르러 완전하게 개화되었다. 그리하여 당대 중기는 소위 인간의 가치를 최고조로 발휘시켰다는 점에서 조사선의 완성기라고도 불린다. 그 조사선에서 내세우는 대표적인 이념에는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와 즉심시불(卽心是佛)과 대기대용(大機大用) 등이 있다. 평상심은 인간 누구나 지니고 있는 본래의 청정한 마음을 가리킨다. 그것이야말로 다름아닌 깨침이라는 것이다. 즉심시불의 경우에 말하는 심(心)도 마찬가지이다. 그와 같은 본래청정한 심(心)에 즉(卽)해야 할 것이 요구된다. 그저 심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 반드시 그 청정심에 도달한 상대 그것이 즉(卽)의 경지이다. 이럴 경우에야 비로소 시불(是佛)이 된다. 때문에 즉심시불은 본래심을 자각한 경지를 가리킨다. 대기와 대용은 누구에게나 본래 구비되어 있는 청정심의 바탕과 그 작용을 가리키는 말이다. 따라서 평상심시도와 즉심시불과 대기대용은 진리가 현실에 완성되어 나타난 모습을 가리키는 용어로서 조사선의 일상성을 상징한다.

 

대주혜해 선사는 그와 같은 조사선이 가장 잘 발휘되던 시대를 살았던 인물로 마조도일의 제자이다. 이에 원율사가 대주혜해를 방문하여 즉심시불이야말로 선사들이 내세우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그에 상대한 교학에서는 십지보살의 경우만 해도 초지부터 일체불국토에 몸을 나타내는 신통력에 자유자재한 경지를 터득하는데 선법의 경우는 어떤가를 묻고 있다.

 

이에 선사는 그와 같이 생각하고 있는 율사야말로 얼마나 허울좋은 핑계를 가지고 살아가고 잇는지 질문을 통하여 되받아치고 있다. 곧 교학의 입장은 까마득한 수행과 그에 따른 과보로서 선악과 범성 등 분별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율사 자신이 범부인데 어떤 지혜로 성인의 경지를 논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율사는 더 이상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율사는 그래도 조금은 귀가 열려 있었다. 자신이 범부인 줄은 알고 있었기에 감히 대꾸를 하지 않았다. 뭐라 거들라치면 본전도 찾지 못할 것을 뻔히 알고 있었다. 범부의 생각에 머물러 있는 사람에게 이러쿵저러쿵 지껄이는 것은 앵무새의 말처럼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율사가 자신의 현실에 눈을 뜨는 그 순간이 율사의 즉심이요 선사의 즉심이다. 때문에 이법인법(以法印法)하는 즉심의 순간은 언제나 동시에 그리고 함께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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