話頭·參禪

[종호스님의 참선강좌] 중국의 수행법 (7) - 묵조선 ①

通達無我法者 2007. 12. 10. 21:18

[종호스님의 참선강좌] 중국의 수행법 (7) - 묵조선 ①

 

본디 부처와 내 본성은 하나.

묵묵히 좌선하면 깨달음 얻어...

중국에서 형성된 또 다른 수행법으로 묵조선(默照禪)이 있다. 한국에서는 간화선에 묻혀 큰 성세를 가지지 못하였지만 중국에서는 간화선과 함께 조사선의 대표적 수행법으로 자리하며 크게 성행한 행법이다.

간화선과 함께 비슷한 시기에 정립되고 있는 묵조선은 조동종 계열인 굉지정각(1087~1157)에 의해 주창된 수행법이다. 그러나 명칭은 정각이나 그 계열에서 스스로 호칭한 것이 아니라 대혜가 묵조의 수행 형태를 생각을 끊고 나무나 돌처럼 가만히 앉아 있는 고목의 선이라고 비판한 것에 기인한다.

묵조에서의 묵이란 무분별을 의미하고 조는 본원과의 계합을 나타내는 것으로 본래 부처의 상태에 있는 자신의 본원자성을 묵묵히 반조한다는 의미이다.

정각이〈묵조명(默照銘)〉에서 ‘묵묵히 일체의 언어를 끊고 좌선하면 불성의 영묘한 작용이 분명한 깨달음의 세계로 그대로 드러난다. 비출 때는 확연하여 텅 비어 있지만 그 불성의 본체는 영묘하게 작용하고 있다.… 깨달음의 세계는 묵묵히 좌선하는 그 곳에 있으며, 또한 방편인 좌선은 깨달음의 세계에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고 설하고 있듯이 본래 깨달음의 상태에 있고, 그것을 좌선이라는 방법을 통해 드러낸다는 내용이다. 곧 깨달음이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본래 깨달아 있는 것으로 묵묵히 좌선하게 되면 그대로 깨달음의 세계가 현현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묵조는 참구하는 본인이 이미 제불과 동체(同體)의 상태에 있다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이미 부처의 경지가 완벽하게 본구(本具)되어 있으므로 이 본구성(本具性)을 자각하고 외경에 얽매이는 것을 돌이키면 된다는 것으로 이는 교리적으로 본각사상(本覺思想)에 입각해 있기 때문에 이를 본증자각(本證自覺)이라고 한다.

깨달음을 구하거나 기대하는 형태의 수행은 묵조가 아니다. 본래부터 완전히 갖추어져 있는 본증이기 때문이며, 따라서 특별히 수행의 방법과 순서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고 오직 좌선만을 강조한다. 일시(一時) 좌선은 일시불(一時佛)이며, 일일좌선은 일일불(一日佛)인 것이다.

이런 면에서 묵조에서의 좌선은 부처님의 행동과 동일시된다. 좌선이 그대로 불행(佛行)이며, 앉아 있는 그대로가 참된 법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런 점에서 좌선은 수행으로서의 좌선이 아니라 부처님이 성불한 이후 보인 것과 같은 좌선으로 언급된다. 깨달음의 분상에서 행해지는 좌선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새삼스레 깨달음을 추구하지 않고, 자신이 이미 깨달음 상태에 있다, 깨달음이 성취되어 있다는 것을 믿고 그것과 합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