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호스님의 참선강좌] 중국의 수행법 (5) - 간화선 ③
최고 화두 ‘본참공안’,
의심 화두타파 ‘열쇠’...
화두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흔히 1700공안을 들지만 주창자 대혜의〈서장〉에는 내려놓는 것(放下著), 뜰 앞의 잣나무(庭前栢樹子), 마른 똥 막대기, 개에게는 불성이 없다(狗子無佛性) 등 십수종이 언급되어 있는 정도이며, 주로 참구되는 공안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중에서도 대혜의 선대 스승인 오조법연으로부터 시작해 그 자신과 이후 조사들, 그리고 한국에서의 보조지눌이나 태고보우 및 서산과 이후 선사들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강조되고 있는 공안은 ‘無字話’이며, 그 이유는 효능이 가장 크기 때문이라 한다.
참구자에게 가장 좋은 화두는 ‘본참공안(本參公案), 즉 자신의 본래면목에 대한 참구이며, 여기에 반드시 곁들여져야 할 것이 고봉화상이 말한 삼요(三要)이다. 화두에 대한 철저한 믿음(大信根)과 금생에 기필코 해결하겠다는 대분심(大憤心), 그리고 도대체 그것이 무엇인가라는 커다란 의심(大疑團)이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이 대의단으로 강한 의심이 수반되지 않으면 화두로서의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이런 의심을 가질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방장스님이나 조실스님과 같은 명안의 종사를 찾아 가르침을 받는 방법이다. 눈 밝은 종사만이 나의 전체적 상태(근기)를 정확히 살펴 대의심 등 삼요를 가질 수 있는 과제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명안의 종사에 의해 커다란 의심이 주어진 화두를 소위 활구(活句)라 하며, 이에 반해 의심이 주어지지 않고 논리나 의미로 파악하려는 것을 사구(死句)라 한다.
조사선이 수승하다고 하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깨달은 선지식을 통해 과제(화두)를 부여받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임제선사가 그런 선지식은 삼천년에 한 번씩 피는 우담발화처럼 만나기 어렵다고 했듯이 쉽게 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차선책은 없는가? 보조지눌처럼 경전과 어록 열람을 통한 의단 형성과 참구도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점이 있다. 우담발화가 삼천년에 한 번씩 전 세계에 동시에 피었다 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전에 피었다 진 꽃도 있지만 지금도 어디엔가는 피어 있고, 또 내일에도 어디선가는 만개할 것이다. 심지어 혜충국사는 나무나 돌과 같은 무정물도 끊임없이 설법한다는 무정설법을 설했고, 조동종의 개조 동산양개는 이를 통해 깨달음을 얻고 있다.
중요한 것은 공부하려는 마음자세이다. ‘부모가 태어나기 이전의 본모습’을 참구했던 보수선사는 길거리에서 싸우던 사람들이 화해하며 ‘면목없네’라는 말에 깨달았고, 보적선사는 상여 뒤를 따르던 상주(喪主)가 우는 소리를 듣고 깨닫고 있다. 발심(發心)하면 스승은 주변에 항상 있으며, 깨달음의 기연(奇緣)은 정진한 자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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