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부좌
공부하기에는 가부좌가 제일 좋은 자세입니다. 어째서인가 하면 가부좌를 하고 있는 모습이 정삼각형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기하학을 배워서 아시겠지만 결국은 삼각추가 제일 안정된 것 아닙니까? 따라서 가부좌한 정삼각형 자세가 모든 모습 가운데 제일 안정된 모습입니다. 따라서 이 모습이 지혜가 가장 발동하기 쉬운 모습입니다.
그러기에 용수보살도 "차가부좌자(此跏趺坐者) 최안온불피급(最安穩不疲及)"이라 한 것입니다. 가장 편안하고 피로를 모른단 말입니다. 다리를 양쪽으로 서로 엇갈리게 맞끼우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다만 반가부좌를 하여도 무방한데, 아무튼 가부좌하는 모습이 가장 편안하고 가장 피로가 없는, 즉 최안온불피급한 자세라는 것입니다. 가장 편안하고 가장 피로가 없단 말입니다. 따라서 "차도급자(此道及者)"라 하였습니다. 도가 빨리 통한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마왕견기(魔王見其) 기심수포(其心愁怖)"라고도 하였습니다. 도가 빨리 통하므로 그때는 마왕도 그를 보면 두려워서 접근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가장 안정되고 가장 지혜가 발동하기 쉬운 모습이기 때문에 이 모습만 보고도 결국은 마구니가 침범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거기다가 모두가 다 진여불성 아닌 것이 없다고 생각할 때는 금상첨화로, 그야말로 다시없는 큰 힘이 되어서 무서운 것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가부좌를 하실 때는 꼭 단정히 앉아서 해야 합니다. 허리를 구부리거나 하면 역시 상하호흡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단정히 앉아야 호흡이 순탄하게 되고 소화도 잘 됩니다. 이른바 수승화강(水昇火降), 즉 맑고 시원한 기운인 수기(水氣)가 위로 올라가고, 따뜻한 불의 기운이 아래로 내려가게 됩니다. 수승화강이 되어야 생리적으로 가장 정상적인 상태가 됩니다. 따라서 이렇게 되면 호흡도 차근차근 맑아 옵니다. 또는 그 반대로 호흡 공부를 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고, 시원스런 기운이 올라가고 더운 기운이 내려갑니다.
그래서 좌선할 때 몸이 좀 거북한 분이나 바르지 못한 자세로 하는 분은 오랫동안 하다 보면 자기 호흡이 무슨 원수 같습니다. 호흡이 원수가 되어서 빡빡해지고, 거기다 방이 좀 덥기라도 하면 콧물도 나오곤 합니다. 그런 때는 호흡을 적당히 조절하거나 단전호흡을 하면 그런 증상이 대부분 사라집니다.
부처님 경전 가운데《아나파나경(阿那波那經)》이라는 경이 있습니다. '아나파나'란 호흡이란 뜻입니다. 입식출식(入息出息)을 말합니다. 그런 경이 있을 정도로 호흡을 중요시했던 것입니다. 호흡 공부만 해서 성불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사실 우리 마음 활동과 호흡은 둘이 아닙니다. 마음이 거칠면 호흡도 거칠어지고 호흡이 고요해지면 마음도 고요해집니다. 따라서 자기 마음 다스리기가 굉장히 어려운 때는 간단히 호흡을 단속해도 무방합니다.
처음에 가부좌를 하고 막 들어앉아 아직 산란한 마음이 안 가시고, 밖에서 보는 것이 자꾸만 걸릴 때는 가만히 호흡운동을 합니다. 호흡운동을 할 때도 잘못하면 도리어 병이 나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어떻게 주의해야 하는가? 거기에는 표준이 있는데, 깊고 길게 하며, 가늘고 고르게 해야 합니다. 그것을 '심장세균(深長細均)'이라 합니다.
그러나 억지로 그와 같이 하려고 하면 그때는 호흡 때문에 병이 생기는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방금 제가 말씀드린 바와 같이 깊고 길게, 그리고 가늘고 고르게 하되 무리가 없도록 하면 좋습니다.
호흡으로 공부하시는 분들이《아나파나경》을 보아도 좋으나, 그 경은 간단한 것이라 깊고 구체적인 가르침을 얻기는 곤란합니다.《요가수트라》같은 경전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거기서는 호흡에 대한 상세하고 깊은 가르침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요가 경전은 인도의 파탄잘리라는 분이 체계를 세운 것입니다. 중국권에서는《혜명경(慧命經)》이라 하여, 화양(華陽) 도인이 낸 경전이 있습니다.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어서 그대로 따르기는 좀 곤란하지만 아무튼 참고는 됩니다.
그러나 설사 그런 경을 모른다 하더라도 심장세균법(深長細均法)으로 호흡을 하시면 됩니다. 한 가지 주의하실 점은 이른바 유식(留息)입니다. 유식은 숨을 들이마신 뒤에 오랫동안 멈추는 것을 말합니다. '숨을 멈춘다' 하여 유식입니다. 숨을 조금 멈추고 있으면 숨이 아랫배로 가서 전신으로 갑니다. 대개는 숨이 이렇게 가슴까지 가서 횡격막(橫膈膜)에 미처 못 가고 나와 버리기 때문에 전신으로 호흡이 못 갑니다. 그러나 흡(吸)을 해서 가만히 멈추고 있으면 그때는 호흡이 전신으로 갑니다.
따라서 오랫동안 멈추면 멈춘 만큼 더 많이 갑니다. 그러나 억지로 너무 오래 멈추면 그도 역시 부작용이 옵니다. 따라서 심장세균 방식으로 깊고 길고 가늘고 고르게 하되, 처음에는 무리가 없도록 숨을 들이마셔서, 5초나 1분 정도까지 호흡을 멈춥니다. 그렇게 멈추는 동작을 차근차근 더해 갑니다. 가령 오늘은 5초 정도 숨을 멈추었으면, 점차로 늘려 가다가 나중에는 1분, 2분, 3분 동안 늘려 가면서 숨을 멈춥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드디어 숨이 우리 전신에 골고루 삼투됩니다. 그러면 그때는 몸이 시원해 옵니다.
우리 몸이 거북한 것은 호흡이 제대로 안 되고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호흡을 통하여 산소가 잘 공급되고 혈액순환이 왕성해지면, 그때는 몸이 항시 상쾌하고 가볍단 말입니다. 그래서 드디어는 자기 호흡이 딱 끊어져야 합니다. 그것을 지식(止息)이라고 합니다. 이른바 삼매에 들려면 자기 호흡 소리도 스스로 의식 못하고 호흡이 거의 끊어질 단계가 되어 버려야 비로소 삼매에 드는 것입니다. 따라서 머리가 무겁다든가 또는 상기가 온다든가 하는 분들은 억지로 화두나 염불을 하려고 하지 말고 호흡만 해도 무방합니다. 호흡을 하다가 너무 졸리면 그때 다시 화두도 챙기고 염불도 하는 것입니다.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공부인들에게 우선 중요한 것은 '모두가 똑같이 모든 공덕을 갖춘 진여불성뿐'이라는 믿음입니다. 이렇게 확실히 믿어야 하는데 우리의 버릇이 잘못 되어서 쉽게 믿어지지 않는단 말입니다. 그러나 하루 공부하면 한 만큼 차근차근 그에 따른 믿음이 더 깊어 갑니다. 따라서 우선 그와 같이 믿음을 가진 후에 부처님 법문을 되뇌이면서 그 믿음을 확립시켜 가야 합니다. 모두가 마음뿐인데 내가 잘못 보아서 좋다 혹은 궂다고 보는 것이라고 자꾸만 자기를 타이르면서 부처님 법문 쪽으로 우리를 다스려 가야 합니다. 가다 보면 결국은 우리의 잠재의식에도 모두가 빈 것이라는 인상이 차근차근 박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먼저 믿고서 자기한테 맞는 방법을 골라서 하면 됩니다. 전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화두나 염불이나 다 좋은 것입니다. 주문도 좋습니다. 모두가 다 부처님 법이요 도인들의 법입니다. 모두가 다 우리에게 진여불성 자리를 제시하기 위하여, 우리를 진여불성으로 이끌기 위하여 하신 법문입니다.
매미나 뱀이 허물을 벗듯이, 우리 중생들은 중생의 허물을 벗어 버려야 합니다. 언제 벗어도 벗는 것입니다. 그러나 게으르면 금생에도 못 벗고 내생에도 못 벗고, 몇천 생 동안 윤회바퀴를 돌다가 더욱더 고생을 하겠지요. 기왕에 벗을 바에는 금생에 벗어야 하는 것입니다.
매미는 허물을 못 벗으면 성충이 못 됩니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집니다. 중생의 허물을 못 벗으면 내내야 참다운 자기는 못 되는 것입니다. 가짜 자기, 망령된 자기 때문에 자기도 고생하고 남도 고생을 시킵니다. 따라서 그렇게 바로 믿고, 꼭 단정히 가부좌를 하고 앉아야 합니다. 그러나 긴장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긴장하면 그것이 마음에 그만큼 장애가 되기 때문입니다. 긴장을 다 풀어 버리고 단정히 앉아서 해야 합니다. 단정히 앉아야만 호흡도 잘 되는 것이고, 동시에 망념도 덜합니다. 앉아 있는 그 모양 자체가 벌써 사특한 마구니나 외도를 물리치게 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렇게 되기는 어렵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익숙해지면 가부좌로 며칠 동안 있어도 무방하게 됩니다. 그러나 맨 처음에 공부하실 때는 꼭 포행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한 시간 동안 앉으시고 나머지 10분 동안 포행해서 풀어 버리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희같이 나이 먹은 사람들은 귀찮으니까 그냥 앉아 있어 버립니다만, 사실은 한 시간씩 앉고 풀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참선하시는 분들은 그렇게 하십시오. 일본의 선방에서도 의무적으로 포행을 시킵니다만, 공부 정도에 따라서 그때그때 알아서 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러나 가급적이면 한 시간 하시고 포행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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