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증일아함경 제49권

通達無我法者 2008. 1. 26. 15:18
[1311 / 1393] 쪽
  
증일아함경 제49권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51. 비상품(非常品)
  [ 1 ]
  1)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떠냐? 비구들아, 너희들은 생사(生死)에 돌아다니면서 고뇌(苦惱)를 겪고 거기에서 슬피 울면서 흘린 그 눈물이 더 많겠느냐? 저 항하강의 물이 더 많겠느냐?"
  그 때 비구들은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이 여래께서 말씀하신 뜻을 관찰해보면 생사를 겪으면서 흘린 눈물은 저 항하강의 물보다 더 많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 말대로 틀림이 없느니라. 너희들이 생사에 있으면서 흘린 눈물은 항하강의 물보다 더 많으니라. 왜냐 하면 그 생사 중에서도 또한 부모가 돌아가셨을 것이니, 거기에서 흘린 눈물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니라. 또 오랜 세월 동안 부모·형제·자매(姉妹)·아내·자식 등 다섯 친척과 모든 은애(恩愛)하는 이를 추모하여 슬피 울면서 흘린 눈물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1)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33권 938번째 소경인 「누경(淚經)」과 『별역잡아함경』 제16권 311번째 소경이 있다.
[1312 / 1393] 쪽
  비구들아, 그러므로 너희들은 마땅히 그 생사를 싫어하고 근심하여 그것을 여의도록 해야 한다.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이렇게 설법하시자 60여 명 비구들은 번뇌가 다 끊어지고 뜻에 이해가 생겼다.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2)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떠냐? 비구들아, 너희들이 생사 중에 있으면서 몸이 허물어질 때 흘린 피가 더 많겠느냐? 저 항하강의 물이 더 많겠느냐?"
  그 때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이 여래께서 하신 말씀을 관찰해 보면 그 때 흘린 피는 저 항하강의 물보다 훨씬 더 많을 듯합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비구들아, 너희들의 말대로 너희들이 흘린 피는 항하강의 물보다 더 많으니라. 왜냐 하면 그 생사 중에서 있으면서 혹은 소·양·돼지·개·사슴·말·새·짐승과 그 밖의 무수한 것들이 되어 겪은 고뇌는 실로 싫어하고 근심할 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마땅히 그것을 버리겠다고 생각하여야 한다.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세존께서 이렇게 설법하시자 60여 명의 비구들은 번뇌가 없어지고 뜻에 이해가 생겼다.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2)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33권 937번째 소경인 「혈경(血經)」과 『별역잡아함경』 제16권 330번째 소경이 있다.
[1313 / 1393] 쪽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무상(無常)한 것이라는 생각을 깊이 사유(思惟)하고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널리 펴라.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깊이 사유하고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널리 펴면, 욕애(欲愛)·색애(色愛)·무색애(無色愛)를 모두 끊고 무명(無明)과 교만(憍慢)이 다 없어질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불로써 초목(草木)을 태워 남김없이 영원히 다 없애는 것과 같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일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깊이 사유하고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널리 펴면, 삼계(三界)의 애욕을 모두 다 끊을 수 있을 것이다.
  옛날에 청정음향(淸淨音響)이라고 하는 국왕이 있었다. 이 염부(閻浮) 땅을 다스리면서 8만 4천 성곽(城郭)을 두었고 8만 4천 대신(大臣)과 8만 4천의 채녀(婇女)를 두었는데 그 하나하나 채녀들에게는 각각 네 명의 시녀[侍人]들이 있었다.
  그 때 음향(音響) 성왕(聖王)에겐 자식이 한 명도 없었다. 그 때 그 대왕은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까지 이 나라를 다스리면서 법으로써 다스리고 이치에 어긋나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 내게는 뒤를 이을 자식이 없으니 내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가문 혈족이 끊어져서 없어지고 말 것이다.'
  그 때 그 국왕은 자식이 없기 때문에 모든 하늘·용(龍)·신(神)과, 해·달·별에 스스로 귀의(歸依)하고, 또 제석천(帝釋天)·범천(梵天)·사천왕(四天王)과 산신(山神)·수신(樹神)에서부터 아래로는 약초신(藥草神)·과신(果神)에 이르기까지 귀의하여 복(福)을 구하되 '원컨대 저에게도 자식이 생기게 해주소서' 하고 빌었다.
  그 때 삼십삼천(三十三天)에 수보리(須菩提)라고 하는 어떤 천자(天子)가 있었는데, 그는 목숨이 끝나가려 할 즈음에 다섯 가지 징조가 저절로 생겨 몸을 핍박하였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이 모든 하늘들의 꽃은 끝내 시들지 않는 법인데, 이 천자의 화관은 저절로 시들었던 것이다. 저 하늘들의 옷은 때와 먼
  
[1314 / 1393] 쪽
  지가 묻지 않는 법인데, 그 때 이 천자의 옷에는 때와 먼지가 생겼던 것이다. 또 삼십삼천의 신체(身體)는 향기가 나고 깨끗하며 광명이 밝게 비치는 법인데, 그 때 저 천자의 몸에서는 냄새가 나서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또 삼십삼천에는 항상 옥녀(玉女)가 있어 앞뒤로 둘러싸고 풍악을 울리며 다섯 가지 욕망을 즐겼는데, 그 때 저 천자가 목숨이 끝나려 할 즈음엔 옥녀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또 삼십삼천에는 저절로 만들어진 자리가 있는데 네 자는 땅 속에 들어가 있다가 만일 천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면 땅에서 네 자쯤 떨어지곤 했는데, 그러나 이 천자는 목숨이 끝나려 할 즈음엔 본래의 자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이것을 일러 다섯 가지 징조가 저절로 생겨 몸을 핍박한다는 것이다.
  수보리 천자에게 이러한 다섯 가지 징조가 있자, 그 때 석제환인(釋帝桓因)이 한 천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염부땅으로 가서 음향왕(音響王)에게 말하기를 (석제환인은 한량없는 공경을 드립니다. 기거는 경건하시고 행보도 건강하십니까? 염부땅에는 왕의 자식이 될 만한 덕이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다만 지금 삼십삼천에 수보리라는 천자가 있는데, 그에게는 지금 다섯 가지 징조가 저절로 생겨 몸을 핍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신(神)이 내려와 왕의 자식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나이 젊고 왕성할 때에 틀림없이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서 위없는 범행(梵行)을 닦을 것입니다)라고 하여라.'
  그 하늘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천왕이여.'
  그는 천왕의 분부를 받고 마치 역사가 팔을 굽혔다 펼 만큼 짧은 시간에 삼십삼천에서 사라져 염부 땅으로 갔다.
  그 때 음향대왕은 일산을 든 한 사람을 데리고 높은 누각 위에 있었다. 그 때 그 하늘은 누각 위 허공에서 왕에게 말하였다.
  '석제환인은 한량없는 공경을 드립니다. 행보는 건강하시고 기거는 경건하십니까? 염부 땅에는 왕의 아들이 될 만한 덕이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다만 지금 삼십삼천에 수보리라는 천자가 있는데, 지금 다섯 가지 징조가 이미 그의 몸을 핍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신이 내려와 왕의 자식이 될 것입니
  
[1315 / 1393] 쪽
  다. 그런데 단지 그는 나이 젊고 왕성할 때에 틀림없이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서 위없는 범행(梵行)을 닦을 것입니다.'
  그 때 음향왕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뛸 듯이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면서 곧 하늘에게 대답하였다.
  '지금 와서 알려 주시는 일은 그보다 더한 큰 다행이 없습니다. 다만 신이 내려와 저의 아들이 되어 주시기만 한다면 출가하려고 해도 결코 어기거나 거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때 저 하늘은 석제환인의 처소로 돌아가서 천왕에게 아뢰었다.
  '음향왕은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다만 신이 내려오시기만 한다면 출가하려고 해도 결코 어기거나 거스르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 때 석제환인은 곧 수보리 천자의 처소에 가서 수보리 천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음향왕의 왕궁에 태어나기를 서원(誓願)하라. 왜냐 하면 음향왕은 항상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교화하는데 자식이 없기 때문이다. 너는 전생의 복이 있어 많은 공덕을 지었으니, 지금 신으로 내려가 저 궁중에 태어나라.'
  수보리 천자가 대답하였다.
  '그만 하십시오, 그만 하십시오. 천왕이시여, 저는 인간 세계의 왕궁(王宮)에 태어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저는 출가하여 도를 배우려고 하는데, 왕궁에 있으면 도를 배우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석제환인이 말하였다.
  '너는 다만 그 왕궁에 태어나기를 발원하기만 하라. 나는 분명히 장차 너를 보호하여 출가해서 도를 배우게 하리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때 수보리 천자는 곧바로 왕궁에 가기를 발원하였느니라.
  이 때 음향왕은 그의 첫째 부인과 관계를 가졌었는데, 그 부인은 임신한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때 부인이 음향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저는 지금 임신한 것을 알았습니다.'
  그 때 왕은 그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그리고는
  
[1316 / 1393] 쪽
  다시 특별히 좋은 자리를 펴고 맛있고 좋은 음식을 먹여 왕과 다름 없게 해주었다. 이 때 부인은 8·9개월이 지나자 한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얼굴은 매우 단정하고 기특(奇特)하여 세상에 보기 드물었다.
  그 때 음향왕은 모든 외도(外道) 범지(梵志)와 모든 신하들을 불러 그들로 하여금 아기의 상(相)을 보게 하고, 관상을 보는 사람들에게 그 동안의 모든 일들을 전부 설명하였다. 모든 바라문들이 대답하였다.
  '오직 바라건대 대왕은 지금 그 이치를 살피소서. 지금 태어나신 태자는 세상에서 특별하게 뛰어난 분이십니다. 옛날에 천자로 있었을 때에 그 이름을 수보리라고 하였사오니, 지금 우선 그 이름을 따서 수보리라고 하소서.'
  여러 관상 보는 사람들이 아기의 이름을 짓고는 각기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그 때 왕자 수보리는 왕이 애지중지하여 왕의 눈앞에서 잠깐도 떠나지 못하게 하였다. 이 때 음향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까지 자식이 없었다. 그래서 자식 때문에 모든 하늘에 빌어 아들 하나만 점지해 달라고 하였었다. 그렇게 한지 얼마쯤 지나서 지금 이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천제(天帝)의 예언은 장차 출가하여 도를 배우게 될 것이라고 하니, 나는 지금 교묘한 방편을 써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지 못하게 하리라.'
  음향왕은 태자를 위하여 세 계절에 알맞은 궁전을 지었다. 추울 때에는 따뜻한 궁전을 짓고 더울 때에는 시원한 궁전을 지으며 춥지도 않고 덮지도 않을 때에는 그 계절에 알맞은 궁전을 지었다. 또 그를 위해 궁녀(宮女)가 거처할 궁전 네 채도 지었다. 첫 번째 궁전에는 6만 채녀(婇女)를 두었고, 두 번째 궁전에도 6만 채녀를 두었으며, 세 번째 궁전에도 6만 채녀를 두었고 네 번째 궁전에도 6만 채녀를 두었는데, 그들은 각각 시녀 네 명씩을 두고서 빙빙 돌아가는 자리를 만들어 태자를 그 위에 눕게 하였다.
  만일 수보리 왕자가 앞으로 나가 즐기려고 하는 마음을 가지면 그 때 모든 궁녀들은 곧 앞에 서 있고, 이 때 그 자리는 몸을 따라 돌았는데, 그 앞에는 6만 채녀와 그들의 시녀 네 명이 있었다. 만일 그가 뒤에서 놀려고 마음을 내면 즉시 자리는 곧 몸을 따라 돌았고, 또 모든 채녀들과 서로 즐기려고 하
  
[1317 / 1393] 쪽
  면 그 때 자리는 곧 몸을 따라 돌았다. 그래서 왕자 수보리로 하여금 다섯 가지 욕망에 빠져 출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게 하였다.
  그 때 석제환인은 밤중이 되어 아무도 없을 때를 틈타 왕자 수보리의 처소로 가서 허공에서 수보리 왕자에게 말하였다.
  '왕자여, 그대는 옛날에 (만일 내가 집에 있게 되면 나이 장성(壯盛)할 때에 출가하여 도를 배우리라) 하고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이유로 다섯 가지 욕망에 빠져 스스로 즐기면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리고 나도 또한 (왕자를 권유하여 출가하여 도를 배우게 하리라)고 그렇게 말하였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만일 출가하여 도를 배우지 않으면 후회하여도 아무 소용이 없으리라.'
  석제환인은 이렇게 말하고 나서 곧 물러갔다.
  그 때 왕자 수보리는 궁녀들 속에 있으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음향왕은 나에게 애욕(愛欲)의 그물을 주었다. 나는 그 애욕의 그물 때문에 출가하여 도를 배울 수가 없다. 나는 이제 이 그물을 끊어 더러움에 끌려 다니지 않고,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되, 텅 비고 고요한 곳에서 부지런히 공부하고 수행하여 날로 새롭게 하리라.'
  그 때 왕자 수보리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음향의 부왕은 6만이나 되는 채녀(婇女)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있다. 나는 지금 그들에게 혹 이 세상에 영원히 존재하는 이치가 있는가를 관찰해 보리라.'
  그 때 왕자 수보리는 궁중을 두루 관찰하여 보았다. 그러나 어떤 여인(女人)도 영원히 세상에 존재할 사람은 없었다. 수보리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무엇 때문에 바깥 물질만 관찰하는가? 몸 안의 인연으로 일어나는 것들을 관찰해 보리라. 지금 이 몸 속에 있는 머리카락·털·손톱·발톱·이·뼈·골수 따위 중에 혹 세상에 영구히 존재할 것이 있는가?'
  그래서 머리에서부터 발끝에 이르기까지 36가지 물질에 대해 관찰해 보았으나 그것들도 모두 더러운 물건일 뿐 어느 것 하나 깨끗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한 가지도 탐낼 만한 것이 없고 진실한 것이 없었다. 모두 허깨비
  
[1318 / 1393] 쪽
  요 거짓이라서 진실한 게 아니고, 모두 공(空)으로 돌아가는 것으로서, 이 세상에 오래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때 왕자 수보리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이 그물을 끊고 출가하여 도(道)를 배우리라.'
  그 때 수보리는 이 5수음(受陰)의 몸을 관찰해 보았다. 이른바 '이 색(色)은 괴로운 것이요, 이 색은 발생하는 것이며, 이 색은 소멸하는 것이요, 이 색은 벗어나야 할 것이다. 통(痛 : 受)·상(想)·행(行)도 그러하고, 또 이 식(識)은 괴로운 것이요, 이 식은 괴로움이 발생하는 것이며, 이 식은 소멸하는 것이요, 이 식은 벗어나야 할 것이다.'
  그 때 이 5음(陰)인 몸을 관찰하고 나서 '이른바 발생하는 법[習法]은 다 사라지는 법[盡法]이다'라고 깨닫고 그 자리에서 곧 벽지불(辟支佛)이 되었다.
  그 때 수보리 벽지불은 스스로 부처가 된 것을 깨닫고 곧 이 게송을 읊었다.
  
  나는 너의 근본을 알고싶어 했나니
  마음은 생각에서 생겨났구나.
  내 너를 생각하지 않으면
  너는 곧 존재하지 않으리.
  
  이 때 벽지불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허공을 날아 떠나갔다. 그는 어떤 산속으로 가서 혼자 나무 밑에서 무여열반(無餘涅槃) 세계에서 반열반(般涅槃)하였다.
  그 때 음향왕은 곁에 있던 신하에게 말했다.
  '너는 수보리 궁전에 가서 왕자는 자나깨나 편안하신가 보고 오라.'
  대신은 왕의 분부를 받고 왕자의 궁전으로 갔다. 그런데 그가 쉬고 있는 내실(內室)의 덧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 대신은 왕이 계신 곳으로 돌아와 왕에게 아뢰었다.
  '왕자는 자나깨나 편안하신 듯 덧문이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그러자 왕은 두 번 세 번 물었다.
  
[1319 / 1393] 쪽
  '너는 가서 왕자가 잘 주무시는지 보았느냐?'
  그 대신은 다시 궁문(宮門)으로 갔다. 그러나 덧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는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왕자는 궁에서 잠이 들어 깨어나지 않았고 덧문은 굳게 닫힌 채 아직까지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 때 음향왕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 아들 왕자는 어릴 때에도 잠을 잘 자지 않았는데, 더구나 지금은 한창 장성한 나인데 무슨 잠을 그리 자겠는가? 내가 직접 가서 아들의 길흉(吉凶)을 살펴보리라. 내 아들이 행여 무슨 병이나 난 것이 아닐까?'
  그 때 음향왕은 곧 수보리가 있는 궁전으로 가서 문 밖에 서서 어떤 사람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사다리를 놓고 담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 나를 위해 문을 열어라.'
  그 사람은 왕의 분부를 받고, 곧 사다리를 놓고 담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 왕을 위해 문을 열어주었다. 왕은 궁 안으로 들어가 궁전 안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그가 누워 있어야 할 자리는 비어 있었고 왕자는 보이지 않았다. 왕은 채녀들에게 물었다.
  '왕자 수보리는 지금 어디 계시느냐?'
  모든 채녀들이 대답하였다.
  '저희들도 왕자께서 어디 계신지 모르겠나이다.'
  그 때 음향왕은 이 말을 듣고 스스로 땅에 쓰러졌다가 한참 후에야 비로소 깨어났다.
  그 때 음향왕이 모든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내 아들은 어렸을 때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일 내가 자라면 꼭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法衣)를 입고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道)를 배우리라.)
  그러니 지금 왕자는 틀림없이 나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을 것이다. 너희들은 지금 왕자가 어디 있는지 사방으로 찾아보아라.'
  그 때 신하들은 즉시 수레를 타고 사방으로 흩어져서 왕자를 찾았다. 그 때
  
[1320 / 1393] 쪽
  어떤 신하가 산 속으로 길을 가는 도중에 이런 생각을 하였다.
  '만일 왕자 수보리가 출가하여 도를 배운다면 틀림없이 이 산에서 도를 배울 것이다.'
  그리고 그 대신은 왕자 수보리가 어떤 나무 밑에서 가부좌하고 앉아있는 것을 멀리서 발견했다. 그러자 그 신하는 곧 '저 사람이 바로 왕자 수보리일 것이다'라고 그렇게 생각하고는 자세히 살펴본 다음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왕자 수보리께서는 저기 가까운 산 어떤 나무 밑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계십니다.'
  음향왕은 이 말을 듣고 나서 곧 그 산 속으로 갔다. 멀리서 수보리가 어떤 나무 밑에서 가부좌하고 앉아있는 것을 보고, 또 땅에 쓰러지며 말하였다.
  '내 아들이 전에 서원(誓願)하기를 (만일 내 나이 스물이 가까워지면 출가하여 도를 배우리라)라고 하더니, 이제 그 말이 틀리지 않았구나. 저 하늘도 나에게 말하기를 (당신의 아들은 반드시 도를 배울 것입니다)라고 하였었다.'
  그 때 음향왕은 곧 앞으로 나아가 수보리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왜 나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느냐?'
  그 때에도 벽지불은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왕이 다시 말하였다.
  '네 어머니는 지금 크나큰 근심에 잠겨 기필코 너를 봐야 밥을 먹겠다고 하신다. 어서 일어나 궁궐로 가자.'
  그러나 벽지불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자코 있었다.
  음향왕은 곧 앞으로 나아가 아들의 손을 잡았으나 그래도 그는 꼼짝 하지 않았다. 그러자 왕은 다시 모든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왕자는 오늘 이미 목숨을 마쳤다. 석제환인(釋提桓因)이 전에 나에게 와서 (당신은 반드시 아들을 얻을 것이다. 다만 그는 장차 출가하여 도를 배울 것이다)라고 말하더니, 이제 왕자는 이미 출가하여 도를 배웠다. 이젠 이 사리(舍利)3)를 싣고 왕국으로 돌아가 화장[蛇旬]4)하자.'
  
  
3) 팔리어로는 ar ra라고 하며, 음역하여 설리라(設利羅)라고도 한다. 원래 어원적 의미로는 신체를 뜻하지만 그 복수형은 유골을 뜻한다. 불교에서는 대부분 부처님이나 성자(聖者)의 유골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하는데, 본문에서 불도를 성취한 수보리 왕자의 육신을 처리함에 있어서는 이 두 가지 의미를 다 이해해야만 문장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4) 다비(茶毗)라는 뜻으로 죽은 시신을 화장(火葬)하는 것을 말한다.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성본(聖本)에는 순사(旬蛇)로 되어 있다"라고 하였다.
 
[1321 / 1393] 쪽
  그 때 그 산 속에 있던 모든 신[神祇]들은 반쯤 몸을 나타내고 왕에게 아뢰었다.
  '이 분은 벽지불이지, 왕자(王子)가 아닙니다. 그런 까닭에 화장하여 사리(舍利)를 취하는 법을 왕자의 법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 하면 우리는 과거 모든 부처님의 제자들인데, 그 모든 부처님께서는 (세상에는 반드시 탑[偸婆]을 세워야 할 네 종류의 사람이 있는데, 어떤 사람이 그 네 사람인가? 여래(如來)·지진(至眞)·등정각(等正覺)을 위해 꼭 탑을 세워야 하고, 벽지불을 위해서 반드시 탑을 세워야 하며, 여래의 제자로서 번뇌가 다 없어진[漏盡] 아라한을 위해서 꼭 탑을 세워야 한다)5)라고 이렇게 가르치셨기 때문이니, 마땅히 전륜성왕의 몸을 화장할 때처럼 여래와 벽지불의 몸을 화장할 때도 그와 같이 해야 합니다.'
  그 때 음향왕은 다시 하늘에게 말하였다.
  '마땅히 어떻게 공양하고 전륜성왕의 몸을 화장합니까?'
  수신(樹神)이 대답하였다.
  '전륜성왕을 위해 쇠로 곽(槨 : 널)을 만들고, 그 안에 향유(香油)를 가득히 부어 전륜성왕의 몸을 목욕시키고 나서 희고 깨끗한 겁파육의(劫波育衣)6)로 그 몸을 싼 뒤에, 다시 무늬가 있는 비단 옷을 그 위에 덮고, 곽 안에 넣어 쇠뚜껑으로 그 위를 덮고 여러 곳에 못을 칩니다. 그리고는 흰 천 백 장(張)으로 그 곽을 싸고는 갖가지 향을 땅에 쌓아놓고 쇠 곽을 그 속에 올려놓은 다음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꽃과 향을 공양하고, 비단으로 만든 번기와 일산을 달고 풍악을 울립니다.
  이레가 지난 뒤에는 왕의 몸을 다시 가져다가 화장하고, 그 사리를 주워야 합니다. 화장하고 나서는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끊이지 않고 공양을 하다가
  
  
5) 앞에서 네 종류의 사람이라고 했는데, 실제는 세 사람 밖에 안 된다.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宋)·원(元)·명(明) 세 본에는 이 아래에 '전륜성왕 응기투바(轉輪聖王 應起偸婆)'라는 글이 더 있다"고 한다.
6) 팔리어로는 kappasac vara라고 한다. 또는 겁패의(劫貝衣)라고도 하며, 번역하여 목면의(木棉衣), 또는 면의(棉衣)라고 한다.
[1322 / 1393] 쪽
  네 거리에 탑을 세웁니다. 그리고는 다시 향·꽃·번기·일산 등 갖가지로 공양합니다.
  대왕이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전륜성왕의 사리는 이와 같이 공양해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불여래(佛如來)와 벽지불과 아라한도 그렇게 하면 됩니다.'
  그 때 음향왕이 그 하늘에게 말하였다.
  '무슨 인연(因緣)으로 전륜성왕의 몸을 공양해야 하며, 무슨 인연으로 벽지불과 아라한의 몸을 공양해야 합니까?'
  하늘이 왕에게 대답하였다.
  '전륜성왕은 왕법(王法)으로 다스려 자기 자신도 살생을 행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시켜서도 살생하게 하지 않으며, 자기 자신도 도둑질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시켜서도 도둑질을 하게 하지 않으며, 자기 자신도 음일(淫妷)한 짓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시켜서도 남의 아내를 범하게 하지 않으며, 자기 자신도 거짓말·꾸밈 말·욕·이간질하는 말로 이 편과 저 편을 싸움 붙이는 일·질투·성냄·어리석음이 없고, 마음이 전일하고 올곧아 항상 바른 소견만을 가지며, 또 다른 사람을 시켜서도 바른 소견을 가지게 합니다. 대왕이여, 이런 인연 때문에 전륜성왕을 위해 꼭 탑을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왕이 하늘에게 물었다.
  '또 무슨 인연으로 번뇌가 다한 아라한을 위해 탑을 세워야 합니까?'
  하늘이 왕에게 대답하였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 비구는 욕애(欲愛)가 이미 다 끊어졌고 성냄과 어리석음이 이미 제거되어, 이윽고 존재를 벗어나서 무위(無爲 : 涅槃)에 이르렀으니, 그는 세간의 좋은 벗이요 복밭[福田]입니다. 이런 인연 때문에 번뇌가 다한 아라한을 위해 꼭 탑을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무슨 인연으로 벽지불을 위해 반드시 탑을 세워야 합니까?'
  하늘이 대답하였다.
  '벽지불은 스승이 없이 스스로 깨달은 이로서 세상에 나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는 현재 세상에서 과보(果報)를 얻어 나쁜 갈래의 세계를 벗어나고,
  
[1323 / 1393] 쪽
  사람들로 하여금 천상(天上)에 태어나게 합니다. 이런 인연 때문에 벽지불을 위해 꼭 탑을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무슨 인연으로 여래를 위해 반드시 탑을 세워야 합니까?'
  하늘이 대답하였다.
  '여래는 10력(力)을 원만하게 갖추었습니다. 그 10력은 성문(聲聞)이나 벽지불이 미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전륜성왕(轉輪聖王)도 미칠 수 없으며, 세간의 어떤 중생도 능히 미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또 여래는 네 가지 두려움 없음[四無畏]이 있어, 대중 가운데에서 능히 사자처럼 외쳐 범륜(梵輪)을 굴리십니다. 또 여래께서는 해탈하지 못한 이를 해탈케 하시고 벗어나지 못한 이를 벗어나게 하시며, 반열반(般涅槃)하지 못한 이를 반열반하게 해 주십니다. 구호해줄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는 덮어 보호해 주시고, 장님에게는 눈이 되어 주시며, 병든 이를 위해서는 곧 의사가 되어 주십니다. 그래서 하늘과 세상 사람, 그리고 마(魔)와 또는 마천(魔天)들이 모두 높이고 받들어 모시지 않는 이가 없고, 공경하고 귀하게 여깁니다. 또 여래는 나쁜 갈래 세계의 중생들을 돌려 좋은 곳으로 이르게 하십니다.
  대왕이여, 이런 인연 때문에 여래를 위해 꼭 탑을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이런 인연의 본말(本末) 때문에 저 네 분들을 위해 꼭 탑을 세워야 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 때 음향왕이 그 하늘에게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십니다. 천신(天神)이시여, 나는 지금 당신의 가르침을 받고, 이 사리를 공양하게 하고, 마땅히 벽지불을 공양하겠습니다.'
  그 때 음향왕이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각각 수보리 벽지불의 사리를 메고 내 나라로 돌아가자.'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금(金) 평상에 눕혀 수레에 싣고 국내로 돌아갔다. 이 때 음향왕은 곧 쇠 곽을 만들도록 명령하고 그 안에 향유를 가득 채운 뒤에 벽지불의 몸을 목욕시키고 겁파육의로 그 몸을 쌌다. 다시 온갖 채색이 있고 좋은 비단옷으로 그 위를 덮어 쇠 곽 안에 넣고는 또 쇠 덮개로 그 위를 덮고 여러 곳에 못을 쳐 든든하게 하고 나서 흰 천 1백 장으로 그 위를
  
[1324 / 1393] 쪽
  
  덮었다.
  그리고 갖가지 좋은 향을 가져다가 벽지불의 몸을 그 속에 두고,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향과 꽃을 공양하였다.
  이레가 지난 뒤에 벽지불을 화장한 사리(舍利)에 다시 이레동안 풍악을 울리면서 공양을 올리고 네 거리에 탑 하나를 세웠다.
  그리고는 향·꽃·비단으로 만든 번기와 일산을 공양하고 광대로 하여금 풍악을 울리며 그 탑에 공양하였느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어떤 중생이 벽지불의 사리를 공경하고 공양하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곧 삼십삼천에 태어날 것이요, 또 어떤 중생이 무상(無常)한 것이라는 생각을 깊이 사유하면 세 갈래 나쁜 세계를 돌려 천상이나 인간 세계에 태어날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말아야 하나니, 그 때의 음향왕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그는 바로 지금의 나였었느니라. 그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깊이 사유하면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니, 나는 지금 그 이치를 관찰하고 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깊이 사유하고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널리 펴라.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깊이 사유하면 곧 욕애(欲愛)·색애(色愛)·무색애(無色愛)를 모두 끊고, 무명(無明)과 교만(憍慢)도 영원히 남김 없이 될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불로 초목(草木)과 높고 좋은 강당(講堂)의 창과 문을 태우는 것과 같다. 비구가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깊이 사유하는 것도 그와 같아서 욕애·색애·무색애를 영원히 끊어 남김 없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마음을 다해 어기거나 잃어버리는 일이 없게 하라."
  이렇게 설법하실 때 그 자리에서 60여 명의 비구는 번뇌가 다 끊어지고 뜻에 이해가 생겼다.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7)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7)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56권 206번째 소경인 「심예경(心穢經)」이 있다.
[1325 / 1393] 쪽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비구와 비구니에게 마음의 다섯 가지 더러움[心五弊]8)이 끊어지지 않고, 마음의 5결(結)을 끊지 못했다면, 그 비구와 비구니는 밤낮으로 선(善)한 법이 줄어들고 더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비구들아, 어떤 것을 마음의 다섯 가지 더러움이 끊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하는가? 비구가 여래에 대해 의심하는 것이 있으면, 역시 해탈(解脫)하지도 못하고, 또한 바른 법에 들어가지도 못하여 그 사람은 마음을 공부[諷誦]에 두지 않게 된다. 이것을 일러 그 비구는 마음의 더러움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비구가 바른 법에 대해 의심이 있으면, 해탈하지도 못하고 또한 저 바른 법에 들어가지도 못하여 그 사람도 역시 공부를 하지 못한다. 이것을 일러 그 비구는 마음의 더러움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비구가 성중(聖衆)에 대하여 의심이 있으면, 해탈하지 못하고 또한 화합(和合)한 대중에 대하여 마음을 베풀지 않으며, 또 도품법(道品法)에 마음을 두지 않게 된다. 이것을 일러 그 비구는 마음의 더러움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비구가 금계(禁戒)를 범하고도 스스로 그 잘못을 뉘우치지 않으면 그 비구는 이미 금계를 범하고도 스스로 뉘우쳐 고치지 않기 때문에 도품법(道
  
  
8) 첫째 세존을 의심함[懷疑世尊], 둘째 바른 법을 의심함[懷疑正法], 셋째 승가 대중을 의심함[懷疑僧家], 넷째 금계를 범하고도 그 허물을 참회하지 않음[犯於禁戒 不自悔過], 다섯째 마음과 뜻이 안정되지 못한 채 범행을 닦음[心意不定而修梵行]이다. 이 소경과 같은 내용인 『중아함경』 제56권 206번째 소경인 「심예경(心穢經)」에서는 다섯 가지 더러움[五穢]이라고 하여 첫째는 세존을 의심함[懷疑世尊], 둘째는 법을 의심함[懷疑法], 셋째는 계를 의심함[懷疑戒], 넷째는 세존의 가르침을 의심함[懷疑世尊之敎示], 다섯째는 세존께서 칭찬하시는 범행자(梵行者)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반감을 일으킴이라고 하였고, 팔리어본에서는 다섯 가지 마음의 거침[五種心荒蕪]이라고 하여 첫째 스승을 의심함[疑師], 둘째 법을 의심함[疑法], 셋째 승가를 의심함[疑僧家], 넷째 계율을 의심함[疑學], 다섯째 같은 수행자에 대해 성냄[對同行者瞋怒]이라고 하였다.
[1326 / 1393] 쪽
  品法)에 마음을 두지 않는다. 이것을 일러 그 비구는 마음의 더러움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비구가 마음과 뜻이 안정되지 못한 채 범행을 닦고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 범행을 닦은 공덕으로 말미암아 천상이나 혹은 여러 신들[神祇]로 태어날 것이다.'
  그러나 그 비구는 그런 마음으로 범행을 닦기 때문에 마음을 오로지 도품(道品)에 두지 않으리니, 마음을 오로지 도법에 두지 않으면, 이것을 일러 마음의 더러움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니라.
  이와 같은 비구는 마음의 다섯 가지 더러움이 끊어지지 않은 것이니라.
  어떤 것을 비구가 마음에 5결(結)이 끊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하는가? 비구가 게을러서 방편을 구하지 않는 것이니, 저 비구는 이미 게을러져 방편을 구하지 않으면, 이것을 일러 그 비구는 두 번째 마음에 결박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비구가 항상 거짓말을 매우 좋아하고 잠자는 것만 탐하는 것이니, 그 비구는 이미 거짓말하기를 좋아하고 잠자기를 탐하게 되면, 이것을 일러 그 비구는 두 번째 마음에 결박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비구가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항상 혼란한 것을 좋아하면, 이것을 일러 그 비구는 세 번째 마음에 결박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비구가 감각기관의 문[根門]이 안정되지 못하면, 그 비구는 이미 감각기관의 문이 안정되지 못하게 되나니, 이것을 일러 그 비구는 네 번째 마음에 결박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비구가 항상 시끄러운 장터에 있기를 좋아하고 고요한 곳에 있지 않으면, 이것을 그 비구는 다섯 번째 마음에 결박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니라.
  만일 비구와 비구니에게 마음의 다섯 가지 더러움이 있고 5결(結)이 끊어지지 않았으면, 그 비구와 비구니는 밤낮으로 선(善)한 법이 끊어져 늘어남이 없을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여덟 마리, 또는 열두 마리의 병아리를 수시로 덮어 보호해주지 않고, 수시로 알을 품어주지 않으며, 수시로 보호하지 않으면, 그 닭이 비록 '내 새끼를 아무 탈없이 무사하게 보전하리라'고 생각하더
  
[1327 / 1393] 쪽
  라도 그 병아리는 마침내 안온하지 못한 것과 같다.
  왜냐 하면 모두가 수시로 보호하지 않았기 때문에 뒤에는 모두 끊어지고 무너져서 새끼가 부화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역시 그와 같아서, 만일 비구와 비구니가 마음의 5결(結)을 끊지 않고 다섯 가지 마음의 더러움을 버리지 못하면, 밤낮으로 선한 법은 점점 줄어들어 늘어나는 일이 없게 될 것이다.
  만약 또 비구와 비구니가 마음의 5결(結)을 끊고 다섯 가지 마음의 더러움을 없애면 밤낮으로 선한 법이 늘어나고 조금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비유하면 여덟 마리나 열두 마리의 병아리를 수시로 보살펴주고 수시로 양육(養育)하며, 수시로 덮어 보호해주면, 그 닭이 비록 '내 새끼들을 완전하게 성취하지 않게 하리라'고 생각하더라도, 그 병아리들은 저절로 성취하여 안온하고 무사하게 되는 것과 같다.
  왜냐 하면 수시로 양육하여 아무 일이 없게 하였기 때문에, 그 때 그 병아리들은 알을 깨고 곧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역시 그와 같아서 만일 비구와 비구니가 다섯 가지 마음의 더러움을 끊고 마음의 5결(結)을 없애면 그 비구와 비구니는 오랜 세월 동안 선한 법이 자꾸만 늘어나고 줄어드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비구와 비구니는 마땅히 마음을 시설(施設)하여 부처님에 대해 망설이거나 의심하지 말고, 성중에 대해 망설이거나 의심하지 말라. 또 계(戒)를 완전히 갖추고 마음과 뜻이 전일(專一)하고 바르게 되어 어지럽지 않으며, 또 마음을 내어 다른 법을 희망하지 않고, 또 요행을 바라는 마음으로 범행을 닦으면서 '나는 이 법을 행함으로써 하늘이나 사람의 몸이 되어 신묘(神妙)하고 높고 좋은 종족이 될 것이다'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
  또 만일 어떤 비구와 비구니가 부처님과 법과 성중에 대하여 망설이거나 의심이 없으며, 또 계를 범하지 않고 빠뜨리거나 잃지 않으면,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거듭 부탁하노니, 그 비구는 장차 천상이나 혹은 인간, 이 두 곳에 태어날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매우 뜨거운 곳에서 배고프고 목마를 때에, 그늘져 시원한 곳을 만나고, 찬 샘물을 얻어 마시면, 그 사람은 비록 '나는 아무
  
[1328 / 1393] 쪽
  리 그늘져 시원한 곳에서 찬물을 얻어 마셨지만 아직도 배고프고 목마른 것은 풀리지 않았다'고 말하더라도 그 사람은 더위가 이미 가시고 주림과 목마름도 이미 없어진 것과 같다.
  이 역시 그와 같아서, 만일 비구와 비구니가 여래에 대하여 의심하거나 망설임이 없으면, 그 비구는 곧 두 갈래 세계인 천상이나 인간 세상에 태어날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와 비구니는 마땅히 방편을 구해 마음의 다섯 가지 더러움을 끊고 마음의 5결(結)을 없애도록 해야 한다.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혹 어떤 때에 왕의 위엄이 널리 미치지 않으면 도적(盜賊)이 다투어 일어날 것이요, 도적이 이미 다투어 일어나면 마을에 집이나 도시 사람들은 모두 다 패망(敗亡)할 것이다. 또 기근(饑饉)을 만나 목숨을 마치는 이도 있으리니, 만일 저 중생들이 기근을 만나 목숨을 마치면, 그들은 모두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질 것이다.
  지금 이 정진(精進)하는 비구도 그와 같아서, 만일 계(戒)를 가지는 이가 줄어들면, 그 때에는 악한 비구가 다투어 일어날 것이요, 나쁜 비구가 이미 다투어 악을 일으키고 나면, 바른 법은 점점 쇠해지고 그른 법이 자꾸 늘어날 것이며, 그른 법이 늘어나면 그 가운데 살고 있는 중생들은 모두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또 만일 이 때 왕의 위엄이 먼 데까지 떨치면 도적은 곧 숨고 말 것이요, 왕의 위엄이 이미 먼 데까지 떨치고 나면 성곽(城郭) 안이나 마을 사람들은 불꽃처럼 번성해질 것이다.
  지금 이 정진하는 비구도 또한 이와 같아서 만일 계를 완전하게 가지면, 그
  
[1329 / 1393] 쪽
  때에는 계를 범하는 비구는 점점 줄어들어서, 바른 법은 일어나고 그른 법은 줄어들 것이니, 그 가운데 살고 있는 중생들은 목숨을 마친 뒤에는 모두 천상이나 인간 세상에 태어날 것이다.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마땅히 계율을 완전히 갖추기를 생각해야 하고 위의(威儀)와 예절(禮節)을 빠뜨리거나 줄어들게 하지 말아야 한다.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9)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차라리 항상 잠을 잘지언정 깨어 있으면서 혼란한 생각으로 사유하지 말아야 한다.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나쁜 세계에 태어날 것이다.
  차라리 쇠 송곳을 불에 달구어 눈을 지질지언정 빛깔을 보고 혼란한 생각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혼란한 생각을 일으키는 비구는 인식작용이 패망하고, 비구가 이미 인식작용이 패망하고 나면, 미래 세계에는 반드시 세 갈래 나쁜 세계인 지옥(地獄)·축생(畜生)·아귀(餓鬼)의 길로 나아갈 것이다.
  지금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사람은 차라리 잠을 잘지언정 깨어 있으면서 혼란한 생각으로 사유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니라.
  차라리 예리한 송곳으로 그 귀를 찌를지언정 소리를 듣고 혼란한 생각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혼란한 생각을 일으키는 비구는 인식작용이 패하게 된다. 그러므로 차라리 항상 잠을 잘지언정 깨어 있으면서 혼란한 생각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차라리 뜨거운 쇠사슬로 그 코를 뭉갤지언정 냄새를 맡고 혼란한 생각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혼란한 생각을 일으키는 비구는 인식작용이 패하고, 이미 인식 작용이 패하면 곧 지옥·축생·아귀의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질
  
  
9)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9권 241번째 소경인 「소연법경(燒燃法經)」이 있다.
[1330 / 1393] 쪽
  것이다. 내가 말하는 것은 정녕 이것 때문이다.
  차라리 예리한 칼로 그 혀를 자를지언정 나쁜 말·추한 말 때문에 세 갈래 악한 세계인 지옥·축생·아귀의 길에 떨어지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차라리 항상 잠을 잘지언정 깨어 있으면서 혼란한 생각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차라리 뜨겁게 달군 구리쇠판으로 그 몸을 감쌀지언정 장자(長者)·거사(居士)·바라문(婆羅門)의 딸과 교접(交接)하지 말아야 한다. 만일 그들과 오가면서 교접하고 이야기를 나누면 반드시 세 갈래 악한 세계인 지옥·축생·아귀의 길에 떨어질 것이다. 내가 말하는 것은 정녕 이것 때문이다.
  차라리 항상 잠을 잘지언정 깨어 있으면서 성중을 무너뜨리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성중을 무너뜨려 5역죄(逆罪)에 떨어지면, 억 천 분의 부처님이라 해도 마침내 구원하지 못할 것이다.
  정녕 대중들과 다투는 이는 반드시 구제하지 못할 죄에 떨어질 것이다. 그런 까닭에 나는 지금 '차라리 항상 잠을 잘지언정 깨어 있으면서 성중을 무너뜨리려는 생각을 하여 구제할 수 없는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6정(情)10)을 잘 단속하여 실수하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11)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 아나빈기(阿那邠祁) 장자에게 네 아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부처님·법·성중을 섬기지 않았고, 또 부처님·법·성중에 귀의(歸依)하지도 않았다. 그 때 아나빈기 장자가 네 아들들에게 말하였다.
  
  
10) 6근(根)·6입(入)이라고 하며 눈[眼]·귀[耳]·코[鼻]·혀[舌]·몸[身]·뜻[意]을 말한다. 근(根)에는 정식(情識)이 있기 때문에 정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11)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후한(後漢) 시대 안세고(安世高)가 한역한 『아나빈저화칠자경(阿那邠邸化七子經)』과 서진(西晉) 시대 축법호(竺法護)가 한역한 『불설미륵하생경(佛說彌勒下生經)』이 있다.
 
[1331 / 1393] 쪽
  "너희들은 각각 부처님·법·성중에 귀의하라. 그리하면 오랜 세월 동안 한량없이 많은 복을 받을 것이다."
  아들들이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저희들은 스스로 부처님·법·성중에 귀의하지 않겠습니다."
  아나빈기 장자가 말하였다.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각각 순금(純金) 1천 냥씩 줄 테니, 내 말대로 부처님·법·성중에 귀의하라."
  "저희들은 스스로 부처님·법·성중에 귀의하지 않겠습니다."
  "너희들에게 각각 2천·3천·4천·5천 냥의 순금을 더 줄 테니, 부디 스스로 부처님·법·성중에 귀의하여라. 그리하면 오랜 세월 동안 한량없이 많은 복을 받을 것이다."
  그 때 아들들은 이 말을 듣고 잠자코 받아들였다. 그 때 아들들은 아나빈기 장자에게 아뢰었다.
  "저희들은 어떻게 부처님·법·성중에 귀의해야 합니까?"
  너희들은 모두 와서 나를 따라 세존께 가자. 만일 세존께서 무슨 말씀이 계시거든 너희들은 꼭 잘 기억하여 받들어 행하라."
  아들들이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여래께서는 지금 어디 계십니까? 여기서 얼마나 멉니까?"
  "지금 여래·지진·등정각께서는 사위성에 있는 내 동산에 계신다."
  그 때 아나빈기 장자는 네 아들을 데리고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 때 장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 제 아들 넷은 아직 부처님·법·성중에 귀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제 각각 순금 5천 냥씩을 주고 권하여 부처님·법·성중을 섬기게 하였습니다. 오직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이 아이들을 위해 설법하시어, 오랜 세월 동안 한량없이 많은 복을 받게 해 주십시오."
  세존께서는 장자의 네 아들들을 위해 차례로 설법하시고 그들에게 권하시어 모두 기쁘게 해 주셨다. 장자의 아들들은 그 설법을 듣고 뛸 듯이 기뻐 어쩔 줄 몰라하며 스스로 앞으로 나가 꿇어앉아 세존께 아뢰었다.
  
[1332 / 1393] 쪽
  "저희들은 각자 스스로 세존과 바른 법과 성중에 귀의하나이다. 지금부터 이후로는 살생하지 않고……(내지)……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이와 같이 두 번 세 번 되풀이하였다.
  그 때 아나빈기 장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물질을 내어 사람들을 보살펴주면서 그들로 하여금 부처님을 섬기게 하면 그 복이 어떠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장자야, 이런 질문을 하여 하늘과 사람들이 편안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여래에게 이런 이치를 묻는구나. 잘 생각하고 기억하라. 내가 너희들을 위해 설명해 주리라."
  그 때 장자는 부처님의 분부를 따랐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큰 창고 넷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건타위(乾陀衛)에는 이라발(伊羅鉢) 용왕의 창고가 있는데, 그것을 첫 번째 창고라고 하며, 무수히 많은 보배가 그 궁전에 가득 쌓여 있다. 또 밀체라국(蜜締羅國)에는 반조(斑稠)라고 하는 큰 창고가 있는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진귀한 보배가 거기에 쌓여 있다. 또 수뢰타국(須賴吒國)에는 빈가라(賓伽羅)라고 하는 큰 창고가 있는데, 거기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진귀한 보배가 쌓여 있다. 바라내국(婆羅▩國)에는 낭가(蠰佉)라고 하는 큰 창고가 있는데, 거기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보배가 쌓여 있다.
  염부 땅의 남녀(男女) 노소[大小]들이 4년 4개월 4일 동안 이라발 창고에 있는 보배를 꺼낸다 해도 끝내 줄어들지 않는다.
  또 저마다 반조 창고에 와서 4년 4개월 4일 동안 보배를 집어내도 줄어드는 줄을 모르고, 또 저마다 빈가라 창고에서 4년 4개월 4일 동안 보배를 집어내도 줄어드는 줄을 모르며, 또 바라내국에 있는 낭가 대창고의 보배를 4년 4개월 4일 동안 각각 집어내도 줄어드는 줄을 모른다.
  장자야, 이것을 일러 네 개 큰 창고의 보배를 염부땅의 남녀 노소들이 4개년 4개월 4일 동안 각각 꺼내 가도 줄어드는 줄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니라.
  미래 세상에 미륵(彌勒)이라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실 것이다.
  
[1333 / 1393] 쪽
  그 때 그 나라의 이름은 계두(雞頭)라고 하는데, 왕이 다스리는 경계는 동서(東西)가 12유연(由延)이고 남북(南北)이 7유연이며, 인민(人民)이 번성하고 곡식이 풍성할 것이다.
  계두왕(雞頭王)이 다스리는 곳은 성을 일곱 겹 둘렀고, 세로와 너비가 1유연이나 되는 못이 네 개나 있다. 그 못 아래는 금모래가 깔려 있고, 우발연화(優鉢蓮華)·구물두화(拘物頭花)·분다리화(分陀利華)가 그 못 안에 각각 피어 있다. 물빛은 금빛·은빛·수정(水精)빛·유리(琉璃)빛이며, 만일 은빛 물이 얼어버리면 곧 그 물이 은(銀)으로 변화되고, 금빛 물이 얼어버리면 곧 그 물이 금(金)으로 변화되며, 유리 빛 물이 얼어버리면 곧 그 물이 유리로 변화되고, 수정 빛 물이 얼어버리면 곧 그 물이 수정(水精)으로 변화된다.
  장자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거기에는 큰 성문(城門)이 네 개가 있는데, 은 못물에는 금으로 문지방을 만들고 금 못물에는 은으로 문지방을 만들었으며, 유리 못에는 수정으로 문지방을 만들고 수정 못에는 유리로 문지방을 만들 것이니라.
  장자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때 계두성(雞頭城) 둘레에는 방울이 달려 있어 그 방울들은 다섯 가지 음악 소리를 낼 것이고, 그 성 안에서는 항상 일곱 가지 소리가 날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일곱 가지 소리인가? 즉 조개[貝] 소리·북 소리·거문고 소리·소고(小鼓) 소리·원고(員鼓)12)소리·장구[鞞鼓] 소리·노래와 춤 소리이다.
  그 때 그 계두성 안에는 멥쌀[粳米]이 저절로 생산(生産)되는데 길이가 다 세 치이고, 매우 향기롭고 맛있어서 온갖 맛보다 뛰어나며, 베고 나면 조금 뒤에 다시 나서 벤 흔적을 볼 수 없느니라. 그 때 낭가(蠰佉)라고 하는 왕이 있어 법으로 나라를 교화하고 다스리며 7보를 원만하게 갖출 것이다.
  장자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때 선보(善寶)라고 하는 창고지기가 있으리니, 그는 덕이 높고 지혜로우며 천안(天眼)이 제일일 것이다. 또 능히 보배가 간직된 곳을 잘 알아 주인이 있는 창고는 잘 보호해주고 주인이 없는 창고는 왕에게 바칠 것이다.
  
  
12)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원·명 두 본에는 원(員)이 원(圓)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1334 / 1393] 쪽
  그 때 이라발(伊羅鉢) 용왕·반조(般稠) 용왕·빈가라(賓伽羅) 용왕·낭가 용왕, 이 네 용왕들이 보배 창고를 맡고 있는데, 그들은 모두 선보라는 창고지기에게 가서 말할 것이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우리들이 모두 공급해 주리라.'
  그 때 네 용왕이 말한다.
  '네 개의 창고에 있는 보배를 바치리니 그것으로 일을 경영하기 바라오.'
  그 때 창고지기 선보는 네 창고의 보배를 받아 금으로 된 깃 수레와 함께 낭가왕에게 바칠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 곧 이 게송을 읊으셨다.
  
  이라(伊羅)는 건타(乾陀)에 있고
  반조(般稠)는 밀치(蜜絺)에 있으며
  빈가(賓伽)는 수뢰국(須賴國)에 있고
  낭가는 바라내국에 있다.
  
  갖가지 보배가 가득 차 있는
  네 개의 보배 창고
  그 때 항상 나타나리니
  쌓은 공덕 때문이니라.
  
  그 거룩한 왕에게
  금·은과 보배 깃으로 된 수레 바치면
  모든 신들은 모두 옹호하리니
  그대 장자는 그런 복을 받으리.
  
  "그 때 미륵(彌勒) 지진(至眞)·등정각(等正覺)·명행성위(明行成爲)·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도법어(道法御)·천인사(天人師)·불중우(佛衆祐)라고 하는 명호를 가진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어 인민들을 교화(敎化)하실 것이다.
  
[1335 / 1393] 쪽
  장자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때 선보라는 창고지기가 어찌 다른 사람이 겠느냐? 이런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하나니, 그 창고지기는 바로 지금 장자 그대이기 때문이니라.
  그 때 낭가왕은 금·은으로써 널리 복덕(福德)을 짓고, 8만 4천 대신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미륵의 처소를 찾아가 출가하여 도를 배울 것이다. 또 창고를 담당했던 사람도 널리 복덕을 지은 뒤에 출가하여 도를 배워 괴로움의 끝을 완전히 벗어날 것이다. 그것은 모두 장자가 네 아들을 인도해 부처님·법·비구승(比丘僧)에 귀의하게 했기 때문이니, 그 공덕의 인연으로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또 그 공덕의 인연으로 네 개의 큰 창고를 얻고, 그 과보(果報)로 낭가왕의 창고를 주관하게 되어, 그 세상에서 괴로움의 끝을 완전히 벗어날 것이다.
  왜냐 하면 부처님·법·스님에 귀의하면, 그 덕(德)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부처님·법·스님에 귀의하면, 그 복이 이와 같으니라. 그런 까닭에 장자야, 부디 형상이 있는 무리들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방편을 구해 부처님·법·스님대중들에게 귀의하게 하라. 장자야,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아나빈기 장자는 뛸 듯이 기뻐 어쩔 줄을 몰라하면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고 예배하고 떠나갔고, 그 네 아들들도 이와 같이 하였다.
  그 때 아나빈기 장자와 그 네 아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13)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아나빈기 장자는 몸에 중병을 앓고 있었다. 그 때 사리불(舍利弗)이
  
  
13)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37권 1,032번째 소경인 「급고독경(給孤獨經)」과 『중아함경』 제6권 28번째 소경인 「교화병경(敎化病經)」이 있다.
[1336 / 1393] 쪽
  청정하여 더러운 티가 없는 천안(天眼)으로, 아나빈기 장자가 몸에 중병을 앓고 있는 것을 보고, 곧 아난(阿難)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오시오. 우리 함께 아나빈기 장자에게 가서 문병을 합시다."
  그러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마땅히 그 때를 알아야 합니다."
  그 때 아난이 때가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차츰 아나빈기 장자의 집에 이르러 곧 자리에 나아가 앉았다.
  그 때 사리불이 그 자리에서 곧 아나빈기 장자에게 말하였다.
  "당신의 병은 지금 더하거나 덜함이 있습니까? 느끼시기에 고통이 점점 없어지거나 더 그 심해지거나 하는 차도가 없습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
  "지금 제 병은 어디 의뢰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심하고, 갈수록 더하기만 할 뿐 덜한 줄은 모르겠습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지금 같은 때는 장자는 마땅히 부처님은 바로 '여래·지진·등정각·명행성위·선서·세간해·무상사·도법어·천인사·불중우이시다'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또 마땅히 법에 대해서 '여래의 법은 매우 깊어 공경할 만하고 높일 만하며, 그 무엇과 견줄 만한 것이 없는 성현(聖賢)이 수행해야 할 것이다'라고 추모하고 기억해야 합니다. 또 마땅히 승가에 대해서는 '여래의 제자는 상하가 화순(和順)하여 다투거나 싸우는 일이 없으며, 법과 법을 성취하였고, 계를 성취하였으며, 삼매(三昧)를 성취하였고 지혜(智慧)를 성취하였으며, 해탈(解脫)을 성취하였고 해탈지견[解脫見慧]을 성취하였다. 이른바 승(僧)이란 4쌍8배(四雙八輩)로써 이것을 이름하여 여래의 성중이라고 하며, 존경할 만하고 귀하게 여길 만하니, 그들은 이 세간의 위없는 복밭이다'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장자여, 만일 부처님을 생각하고 법을 생각하며 비구승 생각하기를 수행하면, 그 덕은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어 감로(甘露)의 멸진처(滅盡處)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부처님·법·성중인 3존(尊)을 생각하면, 결코
  
[1337 / 1393] 쪽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는 일이 없을 것이요,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부처님·법·성중인 3존을 생각하면, 반드시 천상이나 인간 세계의 좋은 곳에 태어날 것입니다.
  장자여, 빛깔[色]에 대해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빛깔에 의지하여 인식작용을 일으키지 말며, 소리[聲]에 대해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소리에 의지하여 인식작용을 일으키지 말며, 냄새[香]에 대해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냄새에 의지하여 인식작용을 일으키지 말며, 맛[味]에 대해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맛에 의지하여 인식작용을 일으키지 말며, 감촉[細滑]에 대해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감촉에 의지하여 인식작용을 일으키지 말며, 뜻[意]에 대해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뜻에 의지하여 인식작용을 일으키지 말며, 금세(今世)와 후세(後世)에 대해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금세와 후세에 의지하여 인식작용을 일으키지 말며, 애욕[愛]을 일으키지 말고 애욕에 의지해 인식작용을 일으키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 하면 애욕[愛]을 연(緣)하여 취함[受:取]이 있고 취함을 연하여 존재[有]가 있으며, 존재를 연하여 태어남[生]이 있고 태어남을 연하여 죽음[死]·근심[愁]·걱정[憂]·괴로움[苦]·번민[惱]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일러 5고성음(苦盛陰)이라고 하는데, 나[我]니 남[人]이니, 수명[壽]이니 목숨[命]이니 하는 것도, 사부(士夫)·중생 등 형상이 있는 무리도 모두 다 없는 것입니다.
  눈이 일으킬 때 곧 생기는 것이지만14) 그 온 곳을 알지 못하고, 눈이 사라지면 곧 멸하지만 그 가는 곳을 알지 못합니다. 아무 것도 없는데서 눈이 생기고 이미 있는데도 눈은 멸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다 여러 법의 인연이 모였기 때문이니, 이른바 인연법(因緣法)이란 '이것을 연(緣)하여 이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없는 것이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이른바 무명(無明)을 연하여 행(行)이 있고 행을 연하여 식(識)이 있으며, 식을 연하여 명색(名色)이 있고 명색을 연하여 6입(入)이 있으며,
  
  
14) 고려대장경 본문에는 '즉기(則起)' 2자가 없으나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원·명 세 본에는 즉기(則起) 2자가 더 있다"고 한다. 이어지는 뒤의 문장을 고려해 볼 때 이 두 글자를 넣어야 문맥이 통하므로 이를 참고하여 해석하였다.
[1338 / 1393] 쪽
  6입을 연하여 접촉[更樂 : 觸]이 있고 접촉을 연하여 느낌[痛 : 受]이 있으며, 느낌을 연하여 애욕[愛]이 있고 애욕을 연하여 취함[受:取]이 있으며, 취함을 연하여 존재[有]가 있고 존재를 연하여 태어남[生]이 있으며, 태어남을 연하여 죽음이 있고 죽음을 연하여 근심·걱정·괴로움·번민 따위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입니다. 귀·코·혀·몸·뜻도 다 그와 같아서 아무 것도 없는 데에서 그것이 생겨나지만 그것이 온 곳을 알지 못하고, 이미 있었던 것이 멸하였지만 그것이 간 곳을 알지 못합니다. 그것은 모두 여러 가지 법의 인연이 모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장자여, 이것은 공행제일법(空行第一法)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 때 아나빈기 장자는 눈물을 흘리고 슬피 울면서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였다.
  그러자 사리불이 아나빈기 장자에게 말하였다.
  "무슨 까닭에 그처럼 슬퍼하십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
  "저는 슬퍼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이유는 저는 옛날부터 숱하게 부처님을 받들어 섬겨왔고, 또 모든 장로(長老) 비구들도 존경하였었습니다. 그런데도 사리불께서 연설하신 것과 같은 이러한 중요한 법을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 때 아난이 아나빈기 장자에게 말하였다.
  "장자여,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세간(世間)에는 두 종류 사람이 있나니, 이것은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어떤 것이 그 두 종류의 사람인가? 첫째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요, 둘째는 괴로움을 아는 사람입니다. 저 즐거움을 익히는 사람은 이른바 존자 야수제(耶輸提) 족성자(族姓子)이고, 저 괴로움을 익히는 사람은 바로 바가리(婆伽梨) 비구입니다.
  또 장자여, 야수제 비구는 공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고, 바가리 비구는 믿음으로 해탈한 사람입니다. 또 장자여, 괴로움을 아는 사람과 즐거움을 아는 사람, 이 두 사람은 심해탈(心解脫)까지 포함해서 두 가지 해탈[俱解脫]을 얻은 사람이다. 이 두 사람은 다 여래의 제자로서 그들과 비교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들은 죽지도 않고 태어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1339 / 1393] 쪽
  저 두 사람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부지런히 듣고서 게을리 하지 않았지만, 다만 마음에 더함과 덜함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아는 이도 있고 알지 못하는 이도 있는 것입니다.
  장자께서는 '나는 옛날부터 이미 여러 부처님을 섬겨왔고 장로 비구들을 공경하였지만 사리불께서 연설한 것 같은 그런 중요한 법을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씀하셨으나, 야수제 비구는 땅을 관찰하여 마음의 해탈을 얻었고, 바가리 비구는 칼을 관찰하여 곧 마음의 해탈을 얻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장자여, 당신은 마땅히 저 바가리 비구들과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 때 사리불은 그를 위해 더 자세하게 설법하고 권유하여 기쁘게 해주고 위없는 마음을 내게 한 뒤에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사리불과 아난이 떠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아 아나빈기 장자는 이내 목숨을 마치고 삼십삼천(三十三天)에 태어났다. 그 때 아나빈기 천자는 다른 하늘들보다 뛰어난 다섯 가지 공덕이 있었는데,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공덕인가? 이른바 하늘 수명[天壽]·하늘 형상[天色]·하늘 쾌락[天樂]·하늘 위신[天威神]·하늘 광명[天光明]이다.
  그 때 아나빈기 천자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이 하늘의 몸을 얻은 것은 모두 여래의 은혜 때문이다. 나는 지금 다섯 가지 욕락을 스스로 즐기기 전에 먼저 세존께 나아가 꿇어앉아 절하고 문안인사를 드리리라.'
  그리고 아나빈기 천자는 그는 모든 천자들에게 둘러싸여 온갖 하늘 꽃을 가지고 여래의 위에 흩뿌렸다.
  그 때 여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저 천자는 허공에서 합장하고 세존을 향해 곧 이 게송을 읊었다.
  
  여기는 바로 기원(祇洹)의 경계
  여러 선인들이 즐겁게 노닐었고
  법왕(法王)께서 다스리는 곳이니
  기쁘고 즐거운 마음을 내라.
  
[1340 / 1393] 쪽
  그 때 아나빈기 천자가 이 게송을 설하여 마치자 여래께서 잠자코 옳다고 하셨다.
  그 때 아나빈기 천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래께서 옳다고 인정하셨다. 나는 곧 신통[神足]을 버리고 한쪽에 서있으리라.'
  그 때 아나빈기 천자는 곧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수달(須達)입니다. 또 아나빈기라고 하면, 세상 사람들이 환히 다 알 것입니다. 저도 또한 여래의 제자로서 거룩한 가르침을 받다가, 지금은 목숨을 마치고 삼십삼천에 태어났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누구의 은혜로 지금 그 하늘의 몸을 받았느냐?"
  천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의 힘을 입어 하늘 몸을 받았나이다."
  그 때 아나빈기 천자는 다시 하늘 꽃을 여래의 몸에 흩고, 또 아난과 사리불의 위에도 흩었다. 그리고는 기원을 일곱 바퀴 돌고는 사라지더니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어젯밤에 어떤 천자가 내게 와서 이런 게송을 읊었다."
  
  여기는 바로 기원(祇洹)의 경계
  여러 선인들이 즐겁게 노닐었고
  법왕(法王)께서 다스리는 곳이니
  기쁘고 즐거운 마음을 내라.
  
  "그리고는 그 천자는 이 기원을 일곱 바퀴 돌고는 곧 물러갔다. 아난아, 너는 혹 그 천자를 알겠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는 틀림없이 아나빈기 장자일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1341 / 1393] 쪽
  "훌륭하구나, 네 말과 같다. 너는 알 수 없는 지혜인데도 그 천자를 아는구나. 왜냐 하면 그는 바로 아나빈기 천자이기 때문이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나빈기는 지금 천상에 태어나서 이름을 무엇이라고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아나빈기라고 부르느니라. 왜냐 하면 그가 하늘에 태어나던 날 모든 하늘들은 다 이렇게 말하였다.
  '이 천자는 인간 세계에 있을 때 바로 여래의 제자였다. 그는 항상 평등한 마음으로 일체 중생에 두루 보시하였고 곤궁한 이를 두루 구제하였다. 그런 공덕을 짓고 곧 이 삼십삼천에 태어났으니, 그로므로 계속해서 그 이름을 아나빈기라고 하자.'"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아난 비구는 큰 공덕이 있고 지혜를 성취하였다. 아난 비구는 지금은 비록 배우는 자리에 있지만 그 지혜는 아무도 같은 사람이 없다. 왜냐 하면 아라한이 알아야 할 것을 아난은 다 알고 있고, 과거 모든 불세존께서 배우셨던 것을 아난은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역시 이런 사람이 있어서 듣기만 하면 곧 알았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아난 비구 같은 이는 바라보기만 해도 곧 이렇게 안다.
  '여래는 이것을 필요로 하고, 여래는 이것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과거 모든 부처님의 제자는 삼매에 들어서야 비로소 미연(未然)의 일을 알았지만, 오늘날 우리 아난 비구 같은 이는 보면 곧 환히 아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성문 제자들 중에서 널리 아는 것이 있고 용맹스럽게 정진하며, 생각이 어지럽지 않고 들은 것이 많기로 제일 가는 사람으로 맡은 일을 감당해낼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이 아난 비구이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15)
  이와 같이 들었다.
  
  
15)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유송(劉宋) 시대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가 한역한 『불설아속달경(佛說阿遫達經)』과 실역(失譯) 『옥야녀경(玉耶女經)』과 동진(東晋) 시대 축담무란(竺曇無蘭)이 한역한 『옥야경(玉耶經)』이 있다.
[1342 / 1393] 쪽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아나빈기 장자는 선생(善生)이라는 이름을 가진 며느리를 보았는데, 그녀는 얼굴이 단정하고 얼굴빛은 도화색(桃華色)과 같았다. 파사닉왕(波斯匿王)왕 대신의 딸로서 그 족성[姓]만 믿고 부호(富豪) 종족임을 믿어, 시부모와 남편을 공경하지 않고, 부처님·법·비구승을 섬기지 않았으며, 또 거룩한 3존(尊)을 공경하고 받들지도 않았다.
  그 때 아나빈기 장자는 곧 세존께 나아가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그 때 장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근자에 파사닉왕의 제일 가는 대신의 딸을 며느리로 맞이했는데 그는 자신의 족성만 믿고, 3존을 받들어 섬기지 않으며, 장로와 존비(尊卑)를 받들어 섬기지도 않습니다.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마땅히 그녀를 위해 설법하여 기쁜 마음을 내게 하시고 그 마음이 열려 뜻에 이해가 생기게 하여 주십시오."
  그 때 여래께서 잠자코 장자의 말을 허락하셨다.
  그 때 장자는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직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지금 비구스님과 함께 저의 초청을 받아 주십시오."
  그 때 장자는 여래께서 잠자코 청을 받아 주신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주위를 세 바퀴 돌고 나서 떠나갔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 갖가지 음식을 장만하고 좋은 자리를 편 뒤에 때가 되었음을 알렸다.
  "부디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저의 청을 받아 주소서. 이미 음식이 갖추어졌습니다."
  세존께서는 비구 대중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인 채 장자의 집에 이르러 자리에 나아가 앉으셨다. 그러자 장자는 따로 작은 자리를 가져다가 여래의 앞에 앉았다.
  
[1343 / 1393] 쪽
  그 때 세존께서 선생이라는 여인에게 말씀하셨다.
  "장자의 며느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대개 부인에게는 네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 법인가? 어머니와 같은 부인이 있고, 친척과 같은 부인이 있으며, 도적과 같은 부인이 있고, 노비와 같은 부인이 있느니라.
  너는 지금 꼭 알아야 한다. 어머니와 같은 부인이란, 수시(隨時)로 남편을 보살펴 모자람이 없게 하여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나니, 그 때 모든 하늘들은 곧 그를 보호해주고, 인비인(人非人)들은 그 틈을 엿보지 못하며, 죽으면 곧 천상에 태어난다.
  장자의 며느리야, 이것을 일러 어머니와 같은 부인이라고 하느니라.
  저 어떤 사람을 친척과 같은 부인이라고 하는가? 장자의 며느리야, 남편을 보고 나서는 마음에 변동[增減]이 없이 고락(苦樂)을 같이하는 사람이니, 이것을 일러 친척과 같은 부인이라고 하느니라.
  저 어떤 것을 도적과 같은 부인이라고 하는가? 그 여인은 남편을 보고 나면, 곧 성을 내고 남편을 미워하며, 또한 받들어 섬기거나 공경하거나 예배하지도 않고, 남편을 보면 곧 해치려고 한다. 마음이 다른 곳에 있기 때문에 남편은 아내와 친하지 않고 아내는 남편과 친하지 않으며, 남의 사랑과 공경을 받지 못하고 모든 하늘이 옹호(擁護)하지도 않으며, 나쁜 귀신이 침해(侵害)한다. 그리고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지옥에 떨어지나니, 이것을 일러 도적과 같은 부인이라고 하느니라.
  저 어떤 사람을 종[婢]과 같은 부인이라고 하는가? 현명하고 어진 부인은 그 남편을 보고는 수시로 보살피고 말을 참아 끝내 되돌려 갚지 않으며, 추운 고통을 참아내고 항상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며, 거룩한 3존에 대하여 이렇게 생각한다.
  '이것이 존재하므로 내가 존재하나니, 이것이 사라지면 나도 사라져 없어진다.'
  그러므로 모든 하늘들이 옹호하고 인비인들도 모두 사랑하고 생각하며,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과 같은 좋은 곳에 태어난다.
  장자의 며느리야, 이것을 일러 네 종류의 부인이 있다고 한 것인데, 지금 너는 그 어느 조항에 해당하느냐?"
  
[1344 / 1393] 쪽
  그 때 그 여인은 세존의 이 말씀을 듣고 나서,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오직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과거를 고치고 미래를 닦아 다시는 감히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지금부터 이 뒤로는 항상 예법(禮法)을 행하여 종과 같이 되겠나이다."
  그 때 선생(善生) 부인은 그 남편에게 돌아와서는 남편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서 말하였다.
  "모쪼록 당신을 보살피기를 종과 같이 하겠습니다."
  이 때 선생 여인은 다시 세존께서 계신 곳을 찾아가서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 그를 위해 차례로 설법하셨다. 그 때 설법한 논은 보시에 대한 논[施論], 계율에 대한 논[戒論], 천상에 태어나는데 대한 논[生天論]이었으며, 탐욕은 깨끗하지 못한 생각이요, 음행은 크게 더러운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이미 그 여자의 마음이 열리고 뜻에 이해가 생긴 줄을 아시고, 그를 위해 모든 부처님께서 항상 말씀하셨던 법인, 괴로움[苦]·괴로움의 발생[習 : 集]·괴로움의 소멸[盡 : 滅]·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에 대하여 모두 말씀하셨다. 그 때 세존께서 그 여인에게 말씀하시는 것이 끝나자 그 여인은 바로 그 자리에서 법안(法眼)이 깨끗하게 되었다.
  비유하면 마치 새 천에는 쉽게 물이 드는 것처럼, 그녀 또한 그와 같아서 온갖 법을 분별하고, 깊고 묘한 이치를 잘 이해하였다. 그리고 나서 3존(尊)에게 귀의하고 5계(戒)를 받았다.
  그 때 선생 여인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사라불은 곧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찾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조금 있다가 뒤로 물러나 앉아서 세존께 아
  
[1345 / 1393] 쪽
  뢰었다.
  "세존께서는 항상 부호(富豪)로서 존귀하고 높은 자리에 있는 이를 칭찬하시고 비천(卑賤)한 사람에 대해서도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저는 부호의 집안에 태어난 존귀한 사람에 대해서도 찬탄하지 않을 것이며 또한 비천한 사람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으렵니다. 중도에 위치한 사람들에게만 설하여 그들로 하여금 출가하여 도를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스스로 일컬어 말하기를 '부호의 집안에 태어난 존귀한 사람에 대해서도 찬탄하지 않고, 또한 비천한 사람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을 것이며, 중도에 위치한 사람들에게만 설하여 그들로 하여금 출가하여 도를 배우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오늘 상(上)·중(中)·하(下) 어느 생을 받은 이든 간에 말하지 않는다. 왜냐 하면 대부분 생(生)은 매우 괴로운 것이어서 족히 즐거워할 만한 것이 못되기 때문이다. 비유하면 마치 저 똥을 치우는 것과 같아서 조금만 남아 있어도 그 냄새는 오히려 지독한 것이거늘, 하물며 많이 쌓아둘 만한 것이겠느냐? 지금 생을 받는 것도 그와 같아서 1생·2생도 오히려 괴롭고 힘든 일이거늘 하물며 처음도 끝도 없이 유전(流轉)하면서 어찌 즐거울 수 있겠느냐?
  존재[有]로 말미암아 생(生)이 있고 그 생으로 말미암아 늙음[老]이 있으며, 죽음[死]·근심[愁]·걱정[憂]·괴로움[苦]·번민[惱]이 있는 것이니, 어찌 족히 탐하고 좋아할 만한 것이겠느냐?
  그리하여 곧 5성음(盛陰)으로 이룩된 몸이 이루어지는 것이니라.
  나는 이런 이치를 관찰하여 알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1생·2생도 오히려 괴롭고 힘든 일이거늘 하물며 처음도 끝도 없이 유전하면서 어찌 즐거울 수 있겠느냐?'
  사리불아, 만약 지금 네 마음속에 생을 받고 싶거든 곧 마땅히 발원(發願)하되, '부호·귀족의 가문에 태어나고 비천한 집안에 태어나지 말게 하소서'라고 하라. 왜냐 하면 사리불아, 중생은 오랜 세월 동안 마음에 결박되지 부호나 귀족에 결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사리불아, 그래서 나는 부
  
[1346 / 1393] 쪽
  호·귀족의 집안에 태어났느니라. 나는 찰리(刹利)종성으로서 전륜성왕(轉輪聖王)이 출현한 집안이었느니라. 가령 내가 출가하여 도를 배우지 않았다면, 당연히 전륜성왕이 되었을 것이나, 지금은 그 전륜성왕의 자리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배워 무상도(無上道)를 성취하였느니라.
  보통 비천한 집안에 태어나면, 출가하여 도를 배울 수가 없고 도리어 나쁜 세계에 떨어지게 되나니, 그러므로 사리불아, 너는 마땅히 방편을 구해서 마음을 항복 받아야 하느니라. 사리불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사리불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經典 >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증일아함경 제51권  (0) 2008.01.26
증일아함경 제50권  (0) 2008.01.26
증일아함경 제48권  (0) 2008.01.26
증일아함경 제47권  (0) 2008.01.26
증일아함경 제46권  (0) 2008.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