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증일아함경 제46권

通達無我法者 2008. 1. 2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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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일아함경 제46권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49. 방우품(放牛品) ①1)
  [ 1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소치는 아이가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그 소들은 마침내 성장하지 못하고 그는 그 소들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다.
  열한 가지란 무엇인가? 이른바, 소치는 사람이 그 형체를 분별하지 못하고, 그 모양을 알지 못하며, 긁어서 떨어내야 하는데 긁어서 떨어내지 않고, 상처를 감싸주지 않으며, 때맞춰 연기를 피워주지 않고, 좋은 풀이 무성한 좋은 풀밭을 알지 못하며, 안온한 곳을 알지 못하고, 소가 건너야 할 지점을 알지 못하며, 적당한 때를 알지 못하고, 젖을 짤 때에 남겨두지 않고 다 짜는 것이다. 그럴 때는 부릴 만한 큰 소도 때를 따라 보호할 수 없을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이 이른바 '소치는 사람이 이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끝내 그 소를 기를 수 없고 그 몸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니라.
  이제 이 대중 가운데 있는 비구들도 그와 같아서 끝내 이익 되는 바가 없을
  
  
1)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원·명 세 본에는 방우품(放牛品)이 목우품(牧牛品)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2)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47권 1,249번째 소경인 「목우자경(牧牛者經)」②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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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것이다. 열한 가지란 어떤 것인가? 이른바 비구가 그 색(色)을 분별하지 못하고, 그 모양을 알지 못하며, 긁어 떨어내야 할 것을 긁어 떨어내지 않고, 상처를 감싸주지 않으며, 때맞춰 연기를 피우지 않고, 풀이 무성한 좋은 풀밭을 알지 못하며, 건너야 할 곳을 알지 못하고, 안온한 곳을 알지 못하며, 적당한 때를 알지 못하고, 음식을 남겨 둘 줄 모르며, 장로 비구들을 공경히 대접하지 않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색을 알지 못한다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4대와 4대로 이루어진 색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면, 그것이 비구가 그 색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그 모양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어리석은 행과 지혜로운 행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면, 그것이 비구가 그 모양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긁어 떨어내야 할 것을 긁어 떨어내지 않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눈으로 빛깔을 보고는 곧 빛깔이라는 생각을 일으켜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가지고, 또 눈을 단속하지 못하고 생각을 잘 거두어 잡지 않아 온갖 재앙을 만들고 눈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그와 마찬가지로 비구가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맛을 보고, 몸으로 감촉을 느끼며, 뜻으로 법을 알고는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고 또 뜻을 보호하지 못해 그 행을 고치지 못한다면, 그것이 비구가 긁어 떨어내야 할 것을 긁어 떨어내지 않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상처를 감싸주지 않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탐욕을 일으키고는 그것을 떠나지 않고 또 그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또 성냄과 해치려는 생각을 일으키고 온갖 악하고 선하지 않은 생각을 일으키고는 끝내 그것을 버리지 않으면, 그것이 비구가 상처를 감싸주지 않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때맞춰 연기를 피우지 않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읊고 외운 법을 때맞춰 남에게 설법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비구가 때맞춰 연기를 피우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것이 비구가 풀이 무성한 좋은 풀밭을 알지 못하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4의지(意止)를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면, 그것이 비구가 풀이 무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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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풀밭을 알지 못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건너야 할 지점을 알지 못하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현성의 8품도를 알지 못하면, 그것이 비구가 건너야 할 지점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비구가 사랑할 바를 알지 못하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12부경, 즉 계경(契經)·기야(祇夜)·수결(授決)·게(偈)·인연(因緣)·본말(本末)·방등(方等)·비유(譬喩)·생경(生經)·설(說)·광보(廣普)·미증유법(未曾有法)을 알지 못하면, 그것이 비구가 사랑할 바를 알지 못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적당한 때를 알지 못하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천한 집이나 도박장을 왕래한다면, 그것이 비구가 적당한 때를 알지 못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남겨두지 않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신심이 있는 범지나 우바새의 초청을 받았을 때 음식에 탐착하여 만족할 줄을 모르면, 그것이 비구가 남겨두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것이 비구가 장로와 덕이 높은 비구들을 공경하지 않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덕망이 있는 사람에 대해 공경하는 마음을 내지 않으면 그런 비구는 범하는 일이 많으니, 그것이 이른바 비구가 장로를 공경하지 않는 것이니라.
  만일 비구가 이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그는 끝내 이 법 안에서 많은 이익을 얻지 못할 것이니라.
  또 만일 소치는 사람이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그는 그 소들을 보호하고 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어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다. 열한 가지란 어떤 것인가? 이에 소치는 사람이 그 형체를 알고, 그 모양을 분별하며, 긁어 떨어내야 할 것을 긁어 떨어내고, 그 상처를 감싸주며, 때맞춰 연기를 피우고, 풀이 무성한 좋은 풀밭을 알며, 건너기에 요긴한 곳을 알고, 그 소를 사랑하며, 적당한 때를 분별하고, 그 성품과 행실을 알며, 젖을 짤 때에 남겨둘 줄을 알고, 또 때를 따라 부릴만한 놈을 보호할 줄을 아는 것이다. 이렇게 소치는 사람은 소를 보호할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이 이른바 '만일 소치는 사람이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하여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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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기를 놓치지 않으면 결코 손해보지 않는다'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비구도 만일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현세에서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다. 열한 가지 법이란 어떤 것인가? 이에 비구가 색(色)을 알고, 모양을 알며, 긁어 떨어낼 줄 알고, 상처를 감쌀 줄 알며, 연기를 피울 줄 알고, 풀이 무성한 좋은 풀밭을 알며, 사랑할 바를 알고, 길을 가릴 줄 알며, 건널 곳을 알고, 음식에 만족할 줄을 알며, 장로 비구를 공경히 받들어 때를 따라 예배할 줄을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색을 아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4대와 4대로 만들어진 색을 알면, 그것이 비구가 색을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모양을 아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어리석은 모양과 지혜로운 모양을 사실 그대로 알면, 그것이 비구가 모양을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긁어 떨어낼 줄 아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욕심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생각해 버릴 줄 알고 애쓰지 않아 영원히 욕심이 없게 된다면, 또 성냄과 해칠 생각과 온갖 악하고 착하지 않은 생각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생각해 버릴 줄을 알고 애쓰지 않아 영원히 성냄이 없게 된다면, 그것이 비구가 긁어 떨어낼 줄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상처를 감쌀 줄 아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눈으로 빛깔을 보더라도 빛깔이란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또 집착하지도 않아 감각기관인 눈을 깨끗이 하며, 근심·걱정과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없애 마음으로 탐하거나 즐거워하지 않고 거기서 감각기관인 눈을 보호한다면, 이와 마찬가지로 비구가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맛을 보고, 몸으로 감촉을 느끼며, 뜻으로 법을 알더라도 안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또 집착하지도 않아 감각기관인 뜻을 깨끗이 한다면, 그것이 비구가 상처를 감쌀 줄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연기를 피울 줄 아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들은 바 법을 사람들을 위해 널리 설법하면, 그것이 비구가 연기를 피울 줄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풀이 무성한 좋은 풀밭을 아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현성의 8품도를 사실 그대로 알면, 그것이 비구가 풀이 무성한 좋은 풀밭을 아는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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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것이 비구가 사랑할 바를 아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여래가 설한 법보를 듣고 마음으로 사랑하고 즐거워하면, 그것이 비구가 사랑할 바를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갈 길을 가리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12부경, 즉 계경·기야·수결·게·인연·본말·방등·비유·생경·설·광보·미증유법을 가려서 행하면 그것이 비구가 길을 가릴 줄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건너는 지점을 아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4의지를 알면, 그것이 비구가 건너는 지점을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음식에 만족할 줄을 아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신심이 있는 범지나 우바새가 찾아와 초청했을 때에 그 음식을 탐하지 않고 만족할 줄을 알면, 그것이 비구가 만족할 줄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때를 따라 장로 비구를 공경히 받드는 것인가? 이에 비구가 항상 몸과 입과 뜻의 착한 행으로써 여러 장로 비구를 대하면, 그것이 비구가 때를 따라 장로 비구를 공경히 받드는 것이니라.
  이와 같은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하면 현세에서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소를 먹이되 방일하지 않으면
  그 주인은 큰복을 얻으리라
  여섯 마리 소도 6년이면
  점점 불어나 60마리 소가 되리.
  
  만일 비구가 계율을 성취하고
  선정에 있어서 자재를 얻어
  여섯 감각기관이 고요해지면
  6년 동안에 여섯 신통 얻으리.
  
  이와 같이 비구들아, 만일 어떤 사람이 능히 나쁜 법을 떠나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그는 현세에서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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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비구가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하면 반드시 성장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열한 가지 법이란 어떤 것인가? 이에 비구가 계율을 성취하고, 삼매를 성취하며, 지혜를 성취하고, 해탈을 성취하며, 해탈지견을 성취하고, 모든 감각기관이 고요하며, 음식에 만족할 줄을 알고, 항상 공법(共法)을 닦으며, 또 그 방편을 알고, 그 뜻을 분별하며, 이양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이 비구가 이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그는 크게 자랄 수 있을 것이다. 왜냐 하면 일체 모든 행에 바로 이 열한 가지 법이 있기 때문이니라."
  이 때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무슨 까닭입니까? 진실로 거기서 벗어나는 것이 없는 열한 가지 법이 있습니까? 무엇이 그 열한 가지입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른바 열한 가지란 아란야에서 살고, 걸식하며, 한 곳에 앉고, 하루 한 끼만 먹으며, 한 낮에 먹고, 집을 가려 걸식하지 않으며, 세 가지 법의만 입고, 나무 밑에 앉으며, 한적한 곳 한데에 앉고, 기운 누더기 옷을 입으며, 혹은 무덤 가에서 사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이 이른바 '어떤 사람이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하면 곧 이르는 곳이 있을 것이다'는 것이니라. 나는 거듭 너에게 말한다. 만일 어떤 사람이 11년 동안 이 법을 공부한다면, 그는 현재의 몸으로 아나함을 이룰 것이요, 몸을 바꾸면 곧 아라한을 이룰 것이다.
  비구들아, 11년은 고사하고 9년, 8년, 7·6·5·4·3·2·1년 동안만이라도 이 법을 공부한다면 곧 아나함이나 혹은 아라한, 두 과위(果位)를 이룰 것이다. 또 1년은 고사하고 한 달 동안만 그 법을 수행하더라도 그 비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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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나함이나 혹은 아라한의 두 과위를 이룰 것이다. 왜냐 하면 12인연 즉 태어남·늙음·병듦·죽음·근심·걱정·괴로움·번민이 모두 이 열한 가지 법 가운데서 나오기 때문이니라.
  나는 이제 너희들에게 말하나니, 너희들은 가섭 비구 같은 사람이 되라. 만일 어떤 사람이 남들이 꺼리고 괴롭게 여기는 법을 수행한다면 그런 행에는 미치기 어렵다. 왜냐 하면 가섭 비구는 이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하였기 때문이니라.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과거의 다살아갈(多薩阿竭)3)께서도 등정각을 이루고 이 열한 가지 법을 성취하셨느니라.
  지금 가섭 비구는 일체 중생을 모두 가엾이 여긴다. 만일 과거의 여러 성문들을 공양하면 후생에서야 비로소 그 과보를 받겠지만 만일 가섭을 공양한다면 현재의 몸으로 곧 그 과보를 받을 것이다.
  만일 내가 무상등정각(無上等正覺)을 이루지 못했더라면 훗날 분명 가섭으로 말미암아 등정각을 이루었을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가섭 비구는 과거의 여러 성문들보다 뛰어나느니라. 그러므로 가섭 비구와 같은 이가 있다면 그는 곧 우두머리 보살이 될 것이다.
  비구들아,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4)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무수한 중생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설법하고 계셨다.
  이 때 사리불은 많은 비구들을 거느리고 경행하고 있었고, 대목건련·대가섭·아나율·리월·가전연·만원자·우파리·수보리·라운·아난 비구 등도 각각 많은 비구들을 거느리고 서로 즐거워하고 있었으며, 제바달두(提婆
  
  
3) 다타아가도(多陀阿伽度)라고도 하며 여래(如來)로 한역한다.
4)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16권 447번째 소경인 「행경(行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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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達兜) 역시 많은 비구들을 거느리고 경행하고 있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신통력이 있는 여러 제자들이 각각 그 무리들을 거느리고 경행하는 모습을 지켜보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근기와 성정은 서로 비슷한 점이 있어 착한 이는 착한 이와 서로 어울리고, 나쁜 이는 나쁜 이와 서로 어울린다. 비유하면 마치 젖은 젖과 서로 어울리고 수(酥)는 수와 서로 어울리며 똥은 똥오줌과 서로 어울리는 것처럼, 중생의 근기와 행하는 법이 각각 서로 어울리는 것도 그와 같아서, 착한 이는 착한 이와 서로 어울리고 나쁜 이는 나쁜 이와 서로 어울리는 것이다. 너희들은 사리불 비구가 모든 비구들을 거느리고 경행(經行)하는 것을 보는가?"
  비구들이 아뢰었다.
  "예, 봅니다."
  "저 사람들은 모두 지혜로운 선비들이니라."
  또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저 목련 비구가 여러 비구들을 거느리고 경행하는 것을 보는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예, 봅니다."
  "저 비구들은 모두 신통을 갖춘 선비들이니라."
  또 물으셨다.
  "너희들은 저 가섭이 여러 비구들을 거느리고 경행하는 것을 보는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예, 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여러 상사(上士)들은 다 11두타행법(頭陀行法)5)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니라."
  또 물으셨다.
  
  
5)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원·명 세 본에는 모두 12두타행법(頭陀行法)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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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들은 저 아나율 비구를 보는가?"
  비구들이 아뢰었다.
  "예, 봅니다."
  "저 여러 현사(賢士)들은 모두 천안으로 제일이니라."
  또 물으셨다.
  "너희들은 저 리월 비구를 보는가?"
  비구들이 아뢰었다.
  "예, 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사람들은 다 선정에 든 사람들이니라."
  또 물으셨다.
  "너희들은 저 가전연 비구를 보는가?"
  비구들이 아뢰었다.
  "예, 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상사들은 다 이치를 분별할 줄 아는 사람들이니라."
  또 물으셨다.
  "너희들 저 만원자 비구를 보는가?"
  비구들 아뢰었다.
  "예, 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여러 현사들은 다 설법을 잘하는 사람들이니라."
  또 물으셨다.
  "너희들은 저 우파리가 여러 비구들을 거느리고 경행하는 것을 보는가?"
  비구들이 아뢰었다.
  "예, 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사람들은 다 계율을 가지는 사람들이니라."
  또 물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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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들은 저 수보리 비구를 보는가?"
  비구들이 아뢰었다.
  "예, 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여러 상인(上人)들은 공을 이해함에 있어 제일이니라."
  또 물으셨다.
  "너희들은 저 라운 비구를 보는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예, 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여러 현사들은 다 계를 완전히 갖춘 선비들이니라."
  또 물으셨다.
  "너희들아, 저 아난 비구를 보는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예, 봅니다."
  "저 여러 현사(賢士)들은 다 많이 들음에 있어 제일이라서 한 번 들은 것은 잊지 않느니라."
  또 물으셨다.
  "너희들은 저 제바달두 비구가 여러 사람들을 거느리고 경행하는 것을 보는가?"
  비구들이 아뢰었다.
  "예, 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사람들은 악의 우두머리로서 선의 근본이 없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읊으셨다.
  
  나쁜 벗이나 어리석은 이
  그런 자들과 함께하지 말고
  착한 벗이나 지혜로운 이
  
 
[1225 / 1393] 쪽
  그런 자들과 더불어 사귀거라.
  
  본래는 악하지 않았던 사람도
  악한 사람을 가까이하면
  뒤에는 반드시 악의 인을 이루어
  나쁜 이름이 천하에 퍼지리라.
  
  그 때 제바달두의 제자 30여 명은 세존의 이 게송을 듣고, 곧 제바달두를 버리고 세존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무거운 죄의 용서를 구하면서 세존께 아뢰었다.
  "저희들이 어리석고 미혹하여 참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하고는 착한 벗을 버리고 나쁜 벗을 가까이하였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용서하소서. 다시는 범하지 않겠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의 참회를 받아주니, 과거를 고치고 미래를 닦아 다시는 범하지 말도록 하라."
  이 때 제바달두의 제자들은 세존의 교훈을 받들고 한적한 곳에서 묘한 이치를 사유하면서 자신을 극복하며 법을 닦았다. 그래서 족성자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목적대로 위없는 범행을 닦으려 하였다.
  그 때 그 비구들은 모두 아라한이 되었다.
  "비구들아, 알라. 중생의 근본은 끼리끼리 어울리기 마련이라 악한 이는 악한 이와 서로 따르고, 선한 이는 선한 이와 서로 따르는 것이다. 과거나 미래 중생들의 근본 또한 그러하여 끼리끼리 서로 따르느니라. 그것은 마치 깨끗한 것은 깨끗한 것과 서로 어울리고, 더러운 것은 더러운 것과 서로 어울리는 것과 같으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아, 깨끗한 이와 서로 어울리고 깨끗하지 않은 이는 멀리 여의는 것을 배우도록 하라. 비구들아,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26 / 1393] 쪽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구류사(拘留沙)의 법행성(法行城)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상사리불(象舍利弗)은 법복을 버리고 속인 생활로 돌아갔다. 어느 때 아난은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차츰 상사리불의 집에 이르게 되었다. 이 때 상사리불은 두 여자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아난은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우울해하며 매우 불쾌히 생각하였다. 상사리불은 아난을 보고 너무도 창피스러워 딴 자리로 옮겨 앉았다.
  아난은 걸식을 마치고 성을 나와 세존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저는 아까 성에 들어가 걸식하면서 차츰 상사리불 집에까지 이르렀다가, 그가 양쪽으로 여자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것을 보고 너무도 우울했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그것을 보고 어떤 마음이 들었느냐?"
  아난은 아뢰었다.
  "저는 생각하였습니다.
  '상사리불은 열심히 정진하고 들은 것이 많았으며, 성품과 행실이 부드럽고 온화하였고, 항상 범행인들을 위해 설법하며 싫어할 줄 몰랐었는데, 어째서 지금은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을 즐기는 걸까?'
  그래서 저는 그를 보고 너무도 우울했습니다. 그리고 그 상사리불은 큰 신력과 한량없는 위덕이 있었습니다. 저는 '일찍이 그가 석제환인과 변론하는 것을 보았었는데 왜 지금은 애욕을 즐기며 악을 행하는 걸까?'고 생각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다. 아난아, 네 말과 같다. 그는 아라한이 아닐 뿐이다. 무릇 아라한이라면 결코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을 즐기지는 않는다. 아난아, 너는 지금 우울해할 것 없다. 상사리불은 지금부터 이레 뒤에 다시 이곳으로 와서 번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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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를 없애고 번뇌 없는 행을 이룰 것이다. 상사리불은 전생의 업에 끌려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이제 행이 완전히 갖추어지면 반드시 번뇌를 없앨 것이다."
  그 때 상사리불은 이레 뒤에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리고 잠시 뒤 물러앉아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끝자리에 앉아 사문의 행을 닦도록 허락하소서."
  그 때 상사리불 비구는 곧 사문이 되었고 그 자리에서 아라한이 되었다.
  이 때 상사리불은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어떤 범지는 상사리불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석종의 제자들은 없는 곳이 없고 안가는 곳이 없다. 그리고 우리들이 행하는 주술을 멸망시킨다. 나는 이제 이 성 사람들에게 저 사문의 허물을 폭로하리라.'
  그리하여 그 범지는 성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혹 상사리불을 보았는가? 그는 옛날 '나는 아라한이다'라고 스스로 일컫다가 중간에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도로 돌아가 다섯 가지 욕망을 누리던 사람이다. 이제 다시 사문이 되어 집집마다 걸식하면서 거짓으로 청렴결백한 척하지만 여자들만 보면 욕정을 일으킨다. 그래서 동산으로 돌아가서도 여색만을 생각하며 마음에서 지워버리지 못한다.
  마치 약한 나귀가 짐을 질 수 없어 가만히 누워 있는 것처럼, 저 석종의 제자도 그와 같이 거짓으로 걸식하는 척하지만 여자들만 보면 이리 저리 궁리한다."
  이 때 상사리불은 이 범지가 비방하는 소리를 듣고 곧 생각하였다.
  '이 사람이 매우 어리석어 질투하는 마음을 내는구나. 그리고 남이 이양(利養)을 얻는 것을 보면 아까워하고 시기하지만, 자기가 이양을 얻으면 곧 기쁜 마음으로 속인 시주에게 찾아가 남을 비방한다. 나는 이제 그가 악을 짓지 못하도록 제어해 그로 하여금 한량없는 죄를 받지 않도록 하리라.'
  그 때 상사리불은 공중으로 날아올라 범지에게 말하였다.
  
  안목도 없고 교묘한 방편도 없이
  나쁜 생각으로 범행을 헐뜯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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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데없는 일을 스스로 지으면
  오래도록 지옥의 고통 받으리.
  
  상사리불은 이 게송을 마치고 곧 스스로 물러나 머물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 때 성 사람들은 그 범지가 비방하는 말을 듣고, 또 상사리불의 게송을 듣고는 제각기 생각하였다.
  '만일 범지의 말과 같다면 나중에 신통을 나타내 보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돌아간 것도 보았다.'
  이 때 많은 사람들은 서로를 이끌고 상사리불에게 찾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물었다.
  "혹 아라한이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도로 돌아가는 일도 있습니까?"
  상사리불은 대답하였다.
  "아라한이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도로 돌아가는 일은 없다."
  그들은 아뢰었다.
  "그러면 아라한은 혹 전생 인연으로 말미암아 계율을 범하기도 합니까?"
  상사리불은 대답하였다.
  "이미 아라한이 되었다면 계율을 범하지 않는다."
  그들은 다시 아뢰었다.
  "배우는 단계에 있는 사람은 전생 인연으로 말미암아 계율을 범합니까?"
  상사리불은 대답하였다.
  "배우는 단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전생 인연으로 말미암아 계율을 범하는 수가 있다."
  그들은 다시 아뢰었다.
  "존자께서는 전에 아라한으로서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돌아가 다섯 가지 욕망을 스스로 누리다가 왜 지금 다시 출가하여 도를 배우십니까? 본래는 신통이 있었는데 지금은 왜 그렇습니까?"
  그 때 상사리불은 곧 다음 게송을 읊었다.
  
  세속 선정에 아무리 노닐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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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내 번뇌를 벗어나지 못하네.
  멸진(滅盡)의 도를 얻지 못하면
  다섯 가지 욕망을 다시 익힌다.
  
  섶나무가 없으면 불붙지 않고
  뿌리 없으면 가지 생기지 않고
  석녀(石女)는 아이를 밸 수 없듯이
  아라한은 번뇌를 받지 않는다.
  
  그 때 사람들이 상사리불에게 물었다.
  "존자께선 전에 아라한이 아니었습니까?"
  상사리불은 대답하였다.
  "나는 전에 아라한이 아니었다. 거사들이여, 알아야한다. 다섯 가지 신통[五通]과 여섯 가지 신통[六通]은 각기 다르다. 내 이제 열한 가지 신통을 설명하리라. 대개 다섯 가지 신통을 가진 선인은 욕계의 욕망이 이미 다해 혹 위의 세계에 태어나기도 하지만 다시 욕계(欲界)로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여섯 가지 신통을 가진 여래의 제자 아라한은 번뇌가 다한 신통을 얻어 곧 무여열반(無餘涅槃)의 세계에서 반열반하느니라."
  그들은 아뢰었다.
  "저희가 상사리불님의 말씀을 살펴보면, 이 세상에는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돌아가는 아라한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상사리불은 대답하였다.
  "그렇다. 너희들 말과 같다.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도로 돌아가는 아라한은 없다. 아라한이 행하지 않는 열한 가지 법이 있다. 열한 가지란 어떤 것인가?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도로 돌아가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더러운 행을 익히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살생하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도둑질하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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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코 거짓말하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무리를 지어 서로 돕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추악한 말을 하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끝내 의심이 없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다른 스승에게 배우지 않고, 또 다시 태를 받지도 않는다.
  여러분, 이것이 이른바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열한 가지 경우에 처하지 않는다'는 것이니라."
  그들은 아뢰었다.
  "저희들이 존자의 말을 듣고 외도 이학을 관찰해보니 마치 아무 것도 없는 빈 병을 보는 것 같습니다. 또 지금 안의 법을 관찰해보니 마치 꿀이 담긴 병과 같아서 달고 맛있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여래의 바른 법도 그와 같습니다. 이제 저 범지는 한량없는 죄를 받을 것입니다."
  그 때 상사리불은 허공으로 날아올라 가부좌하고 앉아,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피차 어느 것이 중요한 줄 모르고
  저 외도들의 술수를 익히면서
  피차가 서로 어지러이 싸우는 것
  지혜로운 사람 그런 짓 않느니라.
  
  그 때 구류사 사람들은 상사리불에게 아뢰었다.
  "그 훌륭한 변설에는 진실로 따르기 어렵습니다. 마치 장님에게 눈을 주고 귀머거리를 듣게 하는 것처럼, 지금 존자의 말씀도 그와 같아서 무수한 방편으로 법을 말씀하시어, 저희들로 하여금 오늘 여래와 법과 비구스님들께 귀의하게 하셨습니다. 원컨대 존자께서는 저희들이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하소서. 저희는 목숨이 다할 때까지 다시는 살생하지 않겠습니다."
  그 때 상사리불은 그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설명하여 기쁜 마음을 내게 하였다. 그들은 각각 자리에서 일어나 발아래 예배하고 떠났다.
  이 때 존자 아난은 범지가 상사리불을 비방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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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소식을 듣고 '상사리불을 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겠거늘 하물며 함께 변론하겠는가?'고 생각하였다. 그는 곧 세존께 나아가 이 사실을 자세히 아뢰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평등한 아라한을 거론하자면 상사리불을 말하는 것이 옳으니라. 왜냐 하면 지금 상사리불은 이미 아라한을 이루어 옛날부터 전해오는 아라한이라는 이름을 지금 다 얻었기 때문이다.
  세속의 다섯 가지 신통은 진실한 행이 아니기 때문에 뒤에 반드시 도로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여섯 가지 신통은 진실한 행이다. 왜냐 하면 저 상사리불이 먼저는 다섯 가지 신통을 가졌다가 지금은 여섯 가지 신통을 얻었기 때문이다. 너도 상사리불을 따르도록 공부하라. 이것이 그 도리이니 부디 생각하고 받들어 행하라."
  그 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6)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인연법(因緣法)을 설명하리니 잘 사유하고 기억해 그 행을 닦아 익히도록 하라."
  비구들은 아뢰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들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인연법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무명(無明)을 인연하여 행(行)이 있고, 행을 인연하여 식(識)이 있으며, 식을 인연하여 명색(名色)이 있고, 명색을 인연하여 6입(入)이 있으며, 6입을 인연하여 접촉[更樂]이 있고, 접촉을 인연하여 느낌[痛]이 있으며, 느낌을 인연하여 애욕[愛]이 있고, 애욕을 인연하
  
  
6)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12권 298번째 소경인 「법설의설경(法說義說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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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집착[受]이 있으며, 집착을 인연하여 존재[有]가 있고, 존재를 인연하여 태어남[生]이 있으며, 태어남을 인연하여 죽음[死]이 있고, 죽음을 인연하여 근심[憂]·슬픔[悲]·괴로움[苦]·번민[惱]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리하여 5음(陰)의 몸이 이루어지느니라.
  무명(無明)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괴로움을 모르고 괴로움의 발생과 괴로움의 소멸과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모르는 것이니, 이것을 무명이라 한다.
  행(行)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행에는 세 가지가 있다. 어떤 것이 셋인가? 이른바 몸의 행·입의 행·뜻의 행이니, 이것을 행이라 하느니라.
  식(識)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6식이니, 여섯이란 이른바 안식(眼識)·이식(耳識)·비식(鼻識)·설식(舌識)·신식(身識)·의식(意識)이다. 이것을 식이라 한다.
  명(名)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느낌[痛]·생각[想]·기억[念]·접촉[更樂]·사유(思惟)이니, 이것을 명이라 한다. 색(色)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4대와 4대로 이루어진 몸이니 이것을 색이라 하며, 명과 색이 각각 다르므로 명색(名色)이라 하느니라.
  6입(入)이란 무엇인가? 안의 6입이니, 여섯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안입(眼入)·이입(耳入)·비입(鼻入)·설입(舌入)·신입(身入)·의입(意入)이니, 이것을 6입이라 한다.
  접촉[更樂]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여섯 가지 접촉[六更樂身]이다. 여섯 접촉이란 즉 눈[眼]·귀[耳]·코[鼻]·혀[舌]·몸[身]·뜻[意]의 접촉이니, 이것을 접촉이라 하느니라.
  느낌[痛]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세 가지 느낌이다. 어떤 것이 셋인가? 즉 즐거운 느낌·괴로운 느낌·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이니, 이것을 느낌이라 한다.
  애욕[愛]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세 가지 욕망[三愛身]으로서 욕계의 욕망[欲愛]·색계의 욕망[有愛]·무색계의 욕망[無有愛]이니, 이것을 애욕이라 한다.
  집착[受]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네 가지 집착이 그것이다. 어떤 것이 넷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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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즉 애욕의 집착·소견에 대한 집착·계율에 대한 집착·나라는 집착이다. 이것을 네 가지 집착이라 한다.
  존재[有]란 무엇인가? 이른바 3유(有)이다. 어떤 것이 셋인가? 욕유(欲有)·색유(色有)·무색유(無色有)이니, 이것을 존재라 한다.
  태어남[生]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태어남이란 어느 집에 태어나 갖가지 존재를 받아 5음을 얻고 여러 감각기관을 받는 것이니, 이것을 태어남이라 하느니라.
  늙음[老]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이런저런 중생들이 그 몸에서 이가 빠지고 머리털이 세며, 기력이 쇠하고 감각기관이 문드러지며, 수명이 날로 줄어들어 본래의 정신이 없어지는 것이니, 이것을 늙음이라 한다.
  죽음[死]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이런저런 중생들이 받은 몸의 온기가 없어지고 무상하게 변하여 가까이했던 다섯 가지가 제각기 흩어지며, 5음의 몸을 버리고 목숨이 끊어지는 것이니, 이것을 죽음이라 한다. 비구들아, 알라. 그러므로 늙음·병듦·죽음이라 하느니라.
  이것이 인연법으로서 그 이치를 자세히 설명한 것이다. 모든 부처 여래가 큰 자비를 일으켜 수행해야 할 일을 나는 이제 마쳤다. 너희들은 나무 밑이나 한데, 혹은 무덤 사이에서 이것을 생각하고 좌선하면서 두려워하거나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 지금 부지런히 힘쓰지 않으면 후회하여도 소용이 없으리라."
  그 때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께서는 비구들을 위해 매우 심오한 인연법을 설명하셨습니다. 그러나 제가 관찰하기엔 그다지 심오한 이치가 없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쳐라, 그쳐라, 그런 생각 말라. 왜냐 하면 이 12인연법은 매우 심오하고 심오해 보통 사람은 능히 밝게 깨달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도 옛날 이 인연법을 깨닫기 전에는 생·사에 흘러 다니면서 벗어날 기약이 없었느니라.
  그리고 아난아, 이 인연법을 그다지 심오하지 않다고 말한 것은 비단 오늘의 너만이 아니다. 옛날에도 그렇게 말한 사람이 있었다. 내 이제 그 사실을 말해주리라.
  지나간 세상에 수염(須焰)이라는 아수륜왕(阿須倫王)이 가만히 '해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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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 붙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바다 밖으로 나가 그 몸을 아주 크게 변화시키자 바닷물이 허리춤에 왔다.
  그 때 그 아수륜왕의 아들 구나라(拘那羅)는 그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저도 지금 바닷물에 목욕하고 싶습니다.'
  수염은 말하였다.
  '바다에 들어가 목욕하려 하지 말라. 왜냐 하면 바닷물은 매우 깊고 또 넓어 결코 거기서는 목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나라는 아뢰었다.
  '제가 지금 그 물이 대왕의 허리춤까지 밖에 오지 않는 것을 보고 있는데 왜 매우 깊다고 말씀하십니까?'
  그래서 아수륜왕은 곧 아들을 들어다 바다에 넣었다. 아들은 그 발이 물밑에 닿지 않자 매우 두려워하였다. 이 때 수염이 아들에게 말하였다.
  '내 아까 너에게 바닷물이 매우 깊다고 타일렀었다. 그러나 너는 두려울 것 없다고 말했다. 오직 나만이 바다에서 목욕을 할 수 있으니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때의 수염 아수륜이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달리 생각하지 말라. 그는 곧 나이니라. 그리고 그때의 그 아들은 바로 너이니라. 그 때 내가 바닷물이 매우 깊다고 했을 때 너는 두려울 것 없다고 말하더니, 지금 또 매우 심오한 12인연법을 너는 그다지 심오할 것이 없다고 말하는구나. 모든 중생들은 12인연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사에 헤매면서 거기서 벗어날 기약이 없는 것이다. 모두들 미혹하고 행의 근본을 알지 못하여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고 저승에서 이승으로 오면서 영원히 다섯 가지 번뇌 속에 있으니, 벗어나기를 구하지만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니라.
  나도 처음 불도를 이루었을 때 12인연을 깊이 사유하였기 때문에, 악마의 권속들을 항복 받고 무명을 없애 지혜의 밝음을 얻어 온갖 어두움이 아주 없어지고 티끌과 때가 없어졌느니라.
  또 아난아, 나는 이 12인연설을 세 번 굴렸고 그렇게 했을 때 곧 도를 깨달았느니라. 이런 사실로도 12인연법은 매우 심오하고 심오한 것으로서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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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능히 밝혀 펼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느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마땅히 깊고 깊이 생각하여 이 12인연법을 받들어 행하라. 그와 같이 공부하려고 생각해야 하느니라."
  그 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의 가란다죽원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라열성에 시라(施羅)라는 범지가 있었는데, 그는 온갖 주술을 밝게 알고 외도 이학의 경전에 기록된 천문·지리에 모두 능통하였으며 또 5백 명의 범지 동자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또 그 성에는 시녕(翅甯)이라는 이학의 선비도 있었다. 그는 아는 것이 많고 빈비사라왕(頻毗娑羅王)의 존경을 받았다. 그래서 왕은 때를 따라 공양하고 범지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공급하였다.
  그 때 여래의 명성은 멀리까지 퍼져 '여래·지진·등정각·명행성위·선서·세간해·무상사·도법어·천인사·불중우(佛衆祐)로서 한량없이 사람을 건지는 이가 세상에 출현하였다'고들 하였다.
  그 때 시녕 범지는 생각하였다.
  '여래라는 이름은 참으로 듣기 어렵다. 나는 지금 찾아가서 문안하고 예경(禮敬)하고 가까이하리라.'
  이 때 시녕 범지는 곧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사문 구담의 성은 무엇입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내 성은 찰리이다."
  범지는 여쭈었다.
  "여러 바라문들은 제각기 '우리 성이 가장 뛰어나 이보다 나은 것이 없다'고들 말합니다. 혹은 성이 희다고 말하고, 혹은 성이 검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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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라문들은 스스로 범천에게서 태어났다고 일컫습니다. 지금 사문 구담께서는 무엇이라 주장하시겠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범지여, 알라. 사람이 혼인할 때라면 반드시 호귀(豪貴)한 성을 구할 것이다. 그러나 나의 바른 법에는 높거나 낮고 옳고 그른 이름과 성이 없느니라."
  범지는 다시 아뢰었다.
  "어떻습니까, 구담이시여. 타고난 성이 청정해야 법이 청정한 것 아닙니까?"
  "너는 무슨 이유로 법이 청정한 것은 타고난 성이 청정하기 때문이라 하는가?"
  "여러 바라문들은 제각기 '우리 성이 가장 뛰어나고 이보다 나은 것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혹은 성이 희다고 하고 혹은 성이 검다고 하며, 바라문들은 스스로 '범천에게서 태어났다'고 일컫는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찰리 처녀가 바라문 집에 시집가서 사내를 나았다면 그 아이는 어느 성을 따라야 하겠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그는 바라문 종족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아버지가 정기를 주어 그 아이가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바라문 처녀가 찰리 집에 시집가서 사내를 낳았다면 그 아이는 어느 성을 따라야 하겠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그는 찰리 종족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아버지가 정기를 주어 그 아이가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깊이 사유한 뒤에 내게 대답하라. 지금 너의 말은 앞뒤가 서로 맞지 않다. 어떤가? 범지여, 가령 나귀가 말의 꽁무니를 쫓아가 새끼를 낳았다면 그것을 말이라 하겠는가, 나귀라 하겠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1237 / 1393] 쪽
  "그런 종류는 나귀말[驢馬]이라 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나귀의 정기로 말미암아 새끼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깊이 사유한 뒤에 내게 대답하라. 너는 아까 '찰리 처녀가 바라문에게 시집가서 아이를 낳으면 바라문 종족이다'고 말하더니, 지금은 '나귀가 말을 쫓아가 새끼를 낳으면 나귀말이다'고 말하니, 그것은 앞의 말과 어긋나지 않는가? 그리고 또 범지여, 만일 말이 나귀를 좇아가 새끼를 낳았다면 이름을 무엇이라고 하겠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말나귀[馬驢]라고 부를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떤가, 범지여. '말나귀'와 '나귀말'이 무엇이 다르겠는가? 만일 어떤 사람이 '보배 한 섬'이라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한 섬의 보배'라고 말한다면 이 두 가지 말뜻에 다른 점이 있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그것은 같은 뜻입니다. 왜냐 하면 '보배 한 섬'과 '한 섬의 보배'는 그 뜻이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말나귀와 나귀말은 그 뜻이 같으니라."
  범지는 아뢰었다.
  "사문 구담께선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바라문들은 '우리 성이 가장 뛰어나니 우리보다 나은 자는 없다'고 스스로 일컫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먼저는 그 어머니를 칭찬하더니 뒤에는 다시 그 아버지를 칭찬하는구나. 그러면 만일 그 아버지도 바라문종족이요 그 어머니도 바라문 종족으로서 그들이 두 아이를 낳았다고 하자. 그 중 한 아이는 온갖 기술이 많고 보지 못한 일이 없으며, 둘째 아들은 아는 것이 없다면, 그 때 그 부모는 어느 아들을 정중히 대하겠는가? 지혜로운 아들이겠는가, 아무 것도 모르는 아들이겠는가?"
  
[1238 / 1393] 쪽
  범지는 아뢰었다.
  "그 부모는 덕이 높고 총명한 아들을 정중히 대할 것이요, 지혜 없는 아들은 정중히 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 하면 그 한 아들은 모르는 일이 없고 익숙하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 아들을 정중히 대할 것이요, 무지한 아들은 정중히 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그 두 아들 중에서 총명한 아들은 살생과 도둑질과 음행 따위의 열 가지 악한 법을 행하고, 총명하지 않은 아들은 몸과 입과 뜻의 행에 있어 열 가지 선한 법을 잘 지켜 하나도 범하는 일이 없다면, 그 부모는 어느 아들을 정중히 대하겠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그 부모는 응당 열 가지 선을 행하는 아들을 정중히 대할 것입니다. 선하지 않은 짓을 하는 사람을 정중히 대해 뭣하겠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먼저는 많이 들음을 칭찬하더니 뒤에는 그 계율을 칭찬하는구나. 어떤가? 범지여, 또 두 아들이 있다고 하자. 한 아들은 아버지는 온전한데 어머니가 온전하지 못하며, 한 아들은 아버지는 온전하지 못한데 어머니가 온전하다. 어머니는 온전한데 아버지가 온전하지 못한 그 아들은 익숙하지 않은 일이 없고 경전과 주술을 널리 알며, 아버지는 온전한데 어머니가 온전하지 못한 두 번째 아들은 널리 배우지는 못하였으나 열 가지 선만은 지킨다면, 그 부모는 어느 아들을 정중히 대하겠는가? 어머니는 깨끗한데 아버지는 깨끗하지 못한 이를 정중히 대하겠는가, 혹은 아버지는 깨끗한데 어머니가 깨끗하지 못한 이를 정중히 대하겠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응당 어머니가 깨끗한 아들을 정중히 대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그는 경서와 온갖 기술을 널리 알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아버지는 깨끗한데 어머니는 깨끗하지 못한 두 번째 아들은, 비록 계율은 가졌으나 지혜가 없으니 결국 어디에 쓰겠습니까? 들음이 있으면 반드시 계율은 있는 법입니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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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먼저는 아버지가 깨끗한 것을 찬탄하고 어머니가 깨끗한 것은 찬탄하지 않더니, 지금은 어머니가 깨끗한 것을 찬탄하고 아버지가 깨끗한 것은 찬탄하지 않는구나. 또 먼저 들음의 덕을 찬탄했다가 뒤에 계율의 덕을 찬탄하더니, 다시 이제는 계율을 찬탄했다가 뒤에서야 들음을 찬탄하는구나.
  어떤가? 범지여, 만일 그 범지의 두 아들 중에 한 아들은 널리 배우고 들음이 많은데 겸하여 열 가지 선을 가졌고, 그 둘째 아들은 지혜는 있지만 겸하여 열 가지 악을 행한다면 그 부모는 어느 아들을 정중히 대하겠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아버지가 깨끗하고 어머니가 깨끗하지 못한 아들을 정중히 대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그는 온갖 경전을 널리 보고 온갖 기술에 밝으며 아버지의 깨끗함으로 말미암아 그런 아들이 태어났기 때문이며, 또 겸하여 열 가지 선을 행해 범하는 일이 없고 모든 덕의 근본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처음에는 그 성을 말했고, 다음에는 들음을 말하면서 성을 말하지 않았고, 다음에는 다시 계율을 말하면서 들음을 말하지 않았고, 뒤에는 다시 들음을 말하면서 계율을 말하지 않았다. 네가 지금 그 부모와 들음과 계율을 찬탄하는 것이 어찌 앞의 말과 어긋나지 않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사문 구담께서는 비록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바라문들은 '우리 성이 가장 뛰어나니 우리보다 나은 자는 없다'고 스스로 일컫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혼인을 하는 경우라면 성을 논하겠지만 나의 법 안에서는 그런 법이 없다. 너는 혹 먼 변방에 있는 나라와 또 다른 변방 사람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예,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나라 백성들에게는 두 가지 종성이 있다. 그 두 가지란, 첫째는 평민이요, 둘째는 노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성도 일정하지 않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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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지는 여쭈었다.
  "어떻게 일정하지 않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먼저는 평민이었다가 뒤에 노예가 되고, 혹은 먼저는 노예였다가 뒤에 평민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중생 무리는 모두 동일한 종류로서 차이점이 없느니라.
  범지여, 천지가 모두 무너져 이 세상이 텅 비게 될 때에는 산과 강과 석벽과 초목들은 모두 불타 없어지고 사람도 또한 다 죽고 만다. 그러다가 천지가 다시 이루어지려 할 때에는 하루·한달·한해·세월 등의 한정이 없느니라.
  그 때 광음천이 이 세상으로 온다. 그 광음천들은 복덕이 차츰 다해 순수한 광명이 없어지면 서로를 바라보다가 곧 욕심을 일으킨다. 그래서 욕심이 지나치게 많은 이는 곧 여자가 되고 욕심이 적은 이는 남자가 되어 서로 서로 정을 통해 곧 아이를 배게 된다.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최초로 사람이 있게 되고, 계속해서 네 종류의 성이 생겨 천하에 퍼진다. 이런 사실로 보더라도 사람은 모두 찰리 종족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느니라."
  그 때 범지는 아뢰었다.
  "그만 두소서, 그만 두소서. 구담이시여, 마치 꼽추의 등을 펴주고 장님의 눈을 띄워주며 어둠 속에 있는 이에게 등불을 주는 것처럼, 사문 구담께서도 그와 같이 무수한 방편으로 저를 위해 설법하셨습니다. 저는 이제 사문 구담께 귀의합니다. 원컨대 저를 위해 설법하시고 제가 우바새 되는 것을 허락하소서."
  그 때 범지는 다시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여래께서는 저의 초청을 받아주시어 비구들을 데리고 우리 집으로 오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이 때 범지는 세존께서 잠자코 청을 받아주심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이내 물러갔다.
  그는 집에 돌아가 음식을 장만하였고, 온갖 자리를 펴고 향수를 땅에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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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는 혼자 중얼거렸다.
  "여래께서 이 자리에 앉으시리라."
  그 때 시라(施羅) 범지가 5백 제자를 데리고 시녕(翅甯) 범지 집으로 갔다가, 그 집에서 좋은 자리를 펴는 것을 보고 물었다.
  "자네 집에 무슨 혼사라도 있는 건가? 아님 마갈국의 빈비사라왕이라도 초청하려는 것인가?"
  시녕 범지는 대답하였다.
  "나는 빈비사라 왕을 초청하지도 않았고 또 혼사도 없네. 나는 지금 큰복을 지으려는 것이네."
  시라 범지는 물었다.
  "어떤 복을 지으려는지 그 생각을 듣고 싶네."
  그 때 시녕 범지는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는 꿇어앉아 합장하고 세존께 자기의 성명을 아뢰었다. 그리고 이어 말하였다.
  "시라여, 알라. 출가하여 도를 배워 위없는 지진·등정각을 이룬 석종자(釋種子)가 계시네. 나는 이제 그 부처님과 비구스님들을 초청하였다네. 그래서 갖가지 자리를 준비하는 것이라네."
  그 때 시라 범지가 시녕 범지에게 물었다.
  "자네가 지금 '부처님'이라고 말했는가?"
  "나는 지금 '부처님'이라고 말하였네."
  다시 물었다.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지금 '부처님'이라는 말을 듣게 되다니. 그 여래는 지금 어디 계신가? 내 그 분을 뵙고 싶네."
  시녕은 대답하였다.
  "지금 라열성 밖에 있는 죽원에 머무시며 5백 제자들을 거느리고 즐거이 지내고 계신다네. 찾아가 뵙고 싶다면 지금 즉시 가보게나."
  이 때 시라 범지는 곧 5백 제자들을 데리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가 문안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리고 그는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은 너무도 단정하고 그 몸은 황금빛이다. 우리 경전에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는 것은 참으로 만나기 어렵다. 그것은 우담발화(優曇鉢花)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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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가끔씩 피는 것과 같다. 만일 32상(相)과 80종호(種好)를 성취하였다면 그는 반드시 두 길로 나아갈 것이다. 즉 집에 있으면 전륜성왕이 되어 7보를 완전히 갖출 것이요, 만일 출가하여 도를 배운다면 반드시 위없는 도를 이루어 삼계(三界)의 복이 되리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제 부처님의 32상을 살펴보리라.'
  그 때 그 범지는 30상(相)만 볼 수 있었고 2상(相)은 보지 못하였다. 그래서 의심을 일으켰으니 그것은 넓고 긴 혀[廣長舌]와 음마장(陰馬藏)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때 시라 범지는 곧 다음 게송을 읊었다.
  
  32대인상(大人相)을
  그는 가졌다고 나는 들었네.
  
  이제 두 모습을 볼 수 없으니
  그것은 도대체 어디 있는가?
  
  맑고 깨끗한 그 음마장
  그 모양 진실로 비유하기 어려우며
  과연 넓고도 긴 혀가 있어
  귀를 핥으며 얼굴을 덮을까?
  
  원컨대 넓고 긴 그 혀를 내어
  나로 하여금 의심이 없게 하고
  또 그 음마장 내게 보이어
  의심의 그물을 아주 없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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