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증일아함경 제48권

通達無我法者 2008. 1. 2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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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일아함경 제48권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50. 예삼보품(禮三寶品)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여래의 절[神寺]에 예배하려고 한다면 열한 가지 법으로 여래의 절에 예배하여야 한다.
  어떤 것이 그 열한 가지 법인가?
  잘 견디기 때문에 용맹스런 마음을 일으키는 것, 마음이 한결같기 때문에 마음이 어지럽지 않은 것, 온갖 지관(止觀)을 닦기 때문에 전일한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 삼매(三昧)에 들기 때문에 온갖 생각이 영원히 쉬는 것, 지혜(智慧)를 말기암기 때문에 그 마음이 한량없는 데 미치는 것, 그 형상을 말미암기 때문에 뜻의 어려움을 관찰하는 것, 위의(威儀)를 말미암기 때문에 뜻이 맑고 고요한 것, 명칭(名稱) 때문에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는 것, 그 색(色)을 말미암기 때문에 마음에 상상(想像)이 없는 것, 부드러운 음성을 말미암기 때문에 그 범음(梵音)은 미치기 어려운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여래의 절에 예배하려 하거든 마땅히 이 열한 가지 법1)을 갖추어 예배해야 한다. 그리하면 오랜 세월 동안 한
  
  
1) 고려대장경 원문에는 단지 열 가지 법만 나와 있고 한 가지 법이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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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량없이 많은 복을 얻을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한다."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법에 예배하고자 한다면 열한 가지 일을 생각한 뒤에 예배해야 한다.
  어떤 것이 그 열한 가지인가? 바른 법은 교만이 있으면 교만을 제거한다는 것, 바른 법은 애욕이 있으면 애욕의 생각을 제거한다는 것, 탐욕이 있으면 탐욕을 제거한다는 것, 바른 법은 생사(生死)의 깊은 흐름을 끊는다는 것, 바른 법을 행하면 평등한 법을 얻는다는 것, 바른 법을 밝히면 모든 악취(惡趣)를 끊는다는 것, 이 바른 법을 찾으면 좋은 곳에 이르게 된다는 것, 바른 법은 욕망의 그물을 끊을 수 있게 한다는 것, 바른 법을 행하면 유위(有爲)에서 무위(無爲)에 이르게 된다는 것, 바른 법을 행하면 밝아 비추지 않는 곳이 없다는 것, 바른 법은 열반의 세계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법에 예배하고자 하면 이 열한 가지 법을 깊이 사유해야 한다. 그러면 곧 한량없이 많은 복을 얻고 오랜 세월 동안에도 한량없이 많은 복을 받게 될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한다."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승가(僧家)에 예배하고자 하면 열한 가지 법을 집중하여 생각한 뒤에 예배해야 한다.
  무엇이 그 열한 가지 법인가? 여래의 제자는 바른 법을 성취하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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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래의 성스러운 제자는 상하(上下)가 화합(和合)하다는 것, 여래의 승가는 법과 법을 성취하였다는 것, 여래의 성스러운 제자는 계율을 성취하였다는 것 삼매(三昧)를 성취하였다는 것, 지혜를 성취하였다는 것, 해탈을 성취하였다는 것, 해탈견혜(解脫見慧)를 성취하였다는 것,, 여래의 성스러운 제자는 삼보(三寶)를 맡아 보호한다는 것, 여래의 성스러운 제자는 외도 이학(異學)을 항복 받는다는 것, 여래의 성스러운 제자는 모든 중생의 좋은 벗이며 복밭이 된다는 것이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법에 예배하고자 하면 이 열한 가지 법을 깊이 사유하면서 해야 한다. 그리하면 오랜 세월 동안 한량없이 많은 복을 얻을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한다."
  그 때 모든 비구들과 하늘·용·귀신·건답화(乾沓和)·아수륜(阿須倫)·가류라(迦留羅)·견타라(甄陀羅)·마휴륵천(摩休勒天) 및 사람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바가바(婆伽婆)께서 마갈국 밀제라성 동쪽에 있는 대천원(大天園)에서 대비구들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공양을 마치시고 일어나 아난과 함께 동산을 거닐다가 갑자기 웃으셨다.
  아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래(如來)·무소착(無所着)·등정각(等正覺)께서는 함부로 웃으시지 않는데 지금 무엇 때문에 웃으셨을까? 틀림없이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내가 여쭈어 보리라.'
  아난은 옷을 정제(整齊)하고 오른 무릎을 땅에 붙이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여래·무소착·등정각께서는 함부로 웃으시지 않으시는데, 지금 무슨 까닭에 웃으셨습니까? 틀림없이 까닭이 있을 터이오니 그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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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과거 현겁(賢劫) 초에 이곳은 어떤 전륜성왕(轉輪聖王)이 온 천하를 다스리고 있었는데 그 이름을 대천(大天)이라고 하였었다. 그는 오래 살고 병이 없으며 단정하고 용맹스러워 바른 법으로 다스리고 백성을 속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게는 칠보(七寶)가 저절로 생겼다. 그 칠보는 첫째 윤보(輪寶), 둘째 상보(象寶), 셋째 마보(馬寶), 넷째 주보(珠寶), 다섯째 여보(女寶), 여섯째 주장(主藏寶), 일곱째 전병보(典兵寶)이다."
  세존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그 대천왕은 동자(童子)로서 8만 4천 세(歲)를 지냈고 태자(太子)로서 8만 4천 세를 지냈으며 왕위에 올라 8만 4천 세를 지냈다."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것을 윤보(輪寶)라고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보름달이 한창 둥글 때에 왕이 깨끗이 목욕하고 궁녀들과 동쪽 누각에 올라 동쪽을 향해 바라볼 때에 바퀴 살 천 개를 가진 금 바퀴가 나타나는데, 그 바퀴의 높이는 일곱 길로서 한 그루의 다라(多羅)2)와 같다. 다라란 홀로 우뚝하게 솟아난 나무인데, 그 나무로 한정하여 그 바퀴는 일곱 그루의 다라 높이만큼 떠 있는데, 순수한 자마금(紫磨金)으로 되었다."
  왕은 그것을 보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이 바퀴는 좋은 바퀴이다. 붙드는 것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자 그 바퀴는 곧 왕의 왼손에 놓였다. 왕은 곧 그것을 들어 오른 손에 옮기고 바퀴에 대고 말하였다.
  '항복하지 않는 것은 나를 위해 항복 받고 내 땅이 아닌 것은 나를 위해 차지하되 법대로 하고 법 아닌 것으로는 하지 말라.'
  말을 마치자 바퀴는 도로 공중에 머무르되 바퀴의 테는 동쪽으로 향하고 바퀴통은 북쪽으로 향하였다. 왕은 좌우에 명령하여 네 종류의 군사를 모았
  
  
2) 다라(多羅 , t la)는 한역하면 고송수(高竦樹)이다. 종려나무와 비슷하고 높은 것은 24∼25m에 이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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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군사가 모이자, 그 군사를 데리고 바퀴를 좇아 공중에 세웠다. 바퀴가 동쪽으로 끌면 그것을 따라 동방 세계를 두루 순행하다가 해가 저물면 왕은 군사를 데리고 바퀴 밑에서 잠을 잤다.
  그러면 동방 세계의 여러 작은 왕들은 모두 와서 조회하고 금 발우에는 은 좁쌀을 담고 은 발우에는 금 좁쌀을 담아 모두 왕에게 바치면서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 이 동방 세계의 토지와 보배와 백성들은 모두 왕의 소유입니다. 원컨대 수레를 멈추어 여기서 사십시오. 저희들이 천왕의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대천왕이 여러 작은 왕들에게 대답하였다.
  '너희들이 내 명령을 받들고 싶거든 제각기 본국으로 돌아가 열 가지 선행(善行)으로 백성들을 가르치고 사리에 어그러지는 일은 행하지 말라.'
  이 훈계를 마치자 바퀴는 곧 굴러 바다로 나가 구름을 타고 떠나갔다. 바다에는 저절로 1유순(由旬)쯤 되는 너비의 길이 열렸다. 왕은 네 종류 군사와 함께 바퀴를 따라 앞에와 같이 남방 세계를 순행하였다. 남방세계의 여러 작은 왕들은 모두 와서 조회하고 금 발우에는 은 좁쌀을 담고 은 발우에는 금 좁쌀을 담아 왕에게 바치면서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천왕이여. 이 남방 세계의 토지와 보배와 백성들은 모두 왕의 소유입니다. 원컨대 수레를 멈추시고 여기에서 사십시오. 우리들은 천왕의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대천왕이 대답하였다.
  '너희들이 내 명령을 받들고자 하거든 제각기 본국으로 돌아가 열 가지 선행으로 백성을 가르치고 사리에 어그러지는 일은 행하지 말라.'
  이렇게 교훈을 마치자 바퀴는 서쪽으로 돌아 서방 세계를 순행하였다. 서방세계의 여러 왕들이 물건을 바치고 살기를 청하는 것도 남방세계에서와 같았다.
  바퀴는 다시 북쪽으로 돌아 북방 세계를 순행하였다. 북방 세계의 여러 왕들도 모두 와서 조회하고, 물건을 바치고 살기를 청하는 것도 앞에서와 같았다.
  이렇게 나흘 동안 돌아다니면서 염부제의 네 바다를 둘러 본래의 밀제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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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로 돌아와, 궁문 앞 허공 위에서 바퀴 테를 동쪽으로 향하고 일곱 그루의 다라 높이만큼 높은 위치에서 머무르자 왕은 곧 궁중으로 들어갔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대천왕이 얻은 윤보는 이와 같으니라"
  아난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대천왕이 얻은 상보(象寶)는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대천왕은 그 뒤 보름날 달이 한창 둥글 때에, 깨끗이 목욕하고는 궁녀들을 데리고 동쪽 누각에 올라 동으로 향해 공중을 바라볼 때에 만호(滿呼)라는 흰 코끼리가 허공을 타고 왔다. 일곱 개의 다리에 발굽은 통통하고 입에는 여섯 개의 어금니가 있으며 머리에는 금관(金冠)을 썼고 영락(瓔珞)도 금으로 되었으며 진주(眞珠)로 그 몸을 얽고 좌우에는 금방울을 달았다. 그는 신력이 있어 자유로이 형상을 변화하였다.
  대천왕은 그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나는 이 코끼리를 가지는 것이 좋겠다. 반드시 쓸만하리라.'
  이렇게 생각하자 코끼리는 곧 왕의 앞 공중에 머물렀다. 왕은 다섯 가지 일로 그 코끼리를 가르치고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코끼리의 능력을 시험해 보리라.'
  이튿날 날이 밝아 왕은 그 코끼리를 타고 잠깐 동안에 천하를 두루 돌고, 다시 본국으로 돌아와 동쪽 궁문에서 동쪽으로 향해 섰다.
  아난아, 대천왕이 얻은 상보는 이와 같았느니라."
  아난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대천왕이 얻은 마보(馬寶)는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뒤에 대천왕은 보름날 달이 한창 둥글 때에, 깨끗이 목욕하고는 궁녀를 데리고 서쪽 누각에 올라 서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바라함(婆羅含)이라는 검푸른 말이 허공을 타고 오는데, 걸어도 몸이 흔들리지 않고 머리에는 금관을 썼으며 영락은 보배로 되었고 진주로 몸을 얽었으며 좌우에는 방울을 달았다. 그는 신력(神力)이 있어 자유로이 그 형상(形相)을 변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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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천왕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것을 얻어 타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자 말은 왕의 앞으로 왔다. 왕은 그것을 타고 시험하고 싶었다.
  이튿날 날이 밝자 왕은 그것을 타고 동쪽으로 갔다. 잠깐 동안에 천하를 두루 돌고 본국으로 돌아와 서쪽 궁문에서 서쪽으로 향해 섰다.
  아난아, 대천왕이 얻은 마보는 이와 같았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대천왕이 얻은 주보(珠寶)는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대천왕은 그 뒤 보름날 달이 한창 둥글 때에, 깨끗이 목욕하고는 궁녀들을 데리고 동쪽 누각에 올라 동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길이는 1척(尺) 6촌(寸)이요 여덟 모가 있으며 검푸른 유리빛으로 된 구슬이 허공을 타고 오는데 땅에서 일곱 다라 높이쯤 되었다.
  대천왕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구슬을 얻어 구경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생각하자 곧 그 구슬을 얻을 수 있었다. 왕은 그것을 시험하고 싶었다. 밤중이 되자 왕은 네 종류의 군사를 모으고 당기 꼭대기에 그 구슬을 달고 성을 나가 놀았다. 구슬은 사방 12유순까지 밝게 비추었다. 군사들은 서로 볼 수 있어서 낮과 다름이 없었다. 그 구슬 광명이 비추는 곳에는 사람들이 모두 놀라 일어나 '날이 밝았다'고 말하였다. 왕은 곧 궁중으로 돌아와 궁전 안에 당기를 세웠다. 궁전 안팎은 항상 밝아 낮과 다름이 없었다.
  아난아, 대천왕이 얻은 구슬은 이와 같았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대천왕이 얻은 옥녀보(玉女寶)는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대천왕은 보름날 달이 한창 둥글 때가 되어 깨끗이 목욕하고는 궁녀들을 데리고 동쪽 누각에 올라 동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만나가리(曼那呵利)라고 하는 찰제리 여보(女寶)를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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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견줄 수 없을 만큼 단정하고 아름답고 깨끗하며, 키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몸은 뚱뚱하지도 않고 호리호리하지도 않으며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았다. 겨울에는 몸이 따뜻하고 여름에는 몸이 서늘하며 몸 털구멍에서는 전단향 냄새가 나고 입에서는 우발라 연꽃 향내가 나며 보통 여자들의 어떤 나쁜 자태도 없었다. 성정(性情)이 잘 조화되어 있고 남의 마음을 미리 알아 받들어 행하는데, 허공을 타고 와서 왕에게 이르렀다.
  아난아, 대천왕이 얻은 옥녀보는 이와 같았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대천왕이 얻은 주장보(主藏寶)는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대천왕은 보름날 달이 한창 둥글 때가 되어 깨끗이 목욕하고는 궁녀들을 데리고 북쪽 누각에 올라 북쪽을 향해 바라보다가, 아라타지(阿羅·吱)라고 하는 주장신(主藏臣)을 보았다.
  그는 단정하고 아름답고 묘하며, 키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몸은 살지지도 않고 여위지도 않았다. 몸은 황금빛이요 털은 검푸른 빛이며 눈은 흰자위 검은자위가 분명하였다. 또 땅에 묻힌 칠보(七寶)를 환히 보고는 주인이 있는 것은 잘 보호해주고 주인이 없는 것은 파내어 왕의 쓰임새에 공급(供給)하였다. 그는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좋은 방편을 가졌는데, 허공을 타고 와서 왕에게 이르렀다.
  그가 왕에게 말하였다.
  '지금부터 왕께서는 한껏 즐기시고 그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왕에게 보물을 바쳐 모자람이 없게 하겠습니다.'
  왕은 그를 시험하려고 함께 배를 타고 바다로 들어가 그에게 말하였다.
  '나는 금과 은 등의 보물을 가지고 싶다.'
  그가 대답하였다.
  '해안(海岸)으로 돌아가시면 구해 올리겠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나는 물 속의 보물을 가지고 싶다. 육지의 보물은 필요 없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정제한 뒤에 오른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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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 보고 예배하였다. 물 속에서 곧 저절로 금덩이가 나오는데 크기는 수레 바퀴통만 하였다. 그래서 잠깐 동안에 배에 가득 찼다.
  왕이 말하였다.
  '그만 두라. 더 이상 금을 끌어올리지 말라. 배가 가라앉겠다.'
  아난아, 대천왕이 얻은 주장보는 이와 같았느니라."
  아난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대천왕이 얻은 병사를 주관하는 장군은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대천왕은 보름날 달이 한창 둥글 때가 되어 깨끗이 목욕하고는 궁녀들을 데리고 남쪽 누각에 올라 남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남쪽에서 비비나(比毘那)라고 하는 장군을 보게 되었다.
  그는 단정하고 아름다우며 털은 진주 빛 같고 몸은 녹색이었다. 키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몸은 살지지도 않고 여위지도 않으며 눈은 남의 속을 꿰뚫어 보았다. 군사를 부리는 꾀는 변화가 많고 나아가고 물러남에 시기를 잘 알았는데, 그가 허공을 타고 왕에게로 왔다.
  그가 왕에게 말하였다.
  '원컨대 왕은 마음껏 즐기시고 천하의 일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방을 정벌하는 일은 제가 맡아서 하겠습니다.'
  왕은 그를 시험하고자 하여 밤중에 이렇게 생각하였다.
  '네 종류의 군사를 모으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자 군사들은 모두 모였다.
  왕이 다시 생각하였다.
  '동쪽으로 이끌고 가고 싶다.'
  군사들은 곧 동쪽으로 몰렸다. 왕은 복판에 앉고 장군은 앞에 있고 네 종류의 군사들은 빙 둘러섰다. 왕이 가려고 생각하면 군사들은 곧 가고 왕이 돌아오려고 생각하면 군사들은 곧 돌아왔다.
  아난아, 대천왕이 얻은 병사를 주관하는 장군보은 이와 같았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대천왕이 얻은 칠보는 이와 같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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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대천왕은 오랫동안 천하를 다스리다가 머리를 빗어주는 侍者 겁북(劫北)3)에게 말하였다."
  '만일 내 머리에서 흰 머리카락이 보이거든 곧 그것을 뽑아 나에게 보여라.'
  겁북은 오랫동안 머리를 지켜보다가 흰 머리카락 하나를 발견하고 곧 왕에게 아뢰었다.
  '전에 분부하신 흰 머리카락을 이제 발견하였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그것을 뽑아 나에게 보여라.'
  겁북은 곧 금 족집게로 흰 머리카락을 뽑아 왕의 손바닥에 놓았다. 왕은 흰 머리카락을 집어 들고 이런 게송을 읊었다.
  
  이제 내 머리에
  이 흰 털이 났구나.
  몸의 사자(死者)가 부르러 왔으니
  도(道)에 들어갈 때가 되었네.
  
  왕은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이미 인간의 다섯 가지 욕망을 한껏 누렸다. 이제는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으리라.'
  왕은 곧 태자 장생(長生)을 불러 말하였다.
  '동자야, 내 머리에는 벌써 흰 머리카락이 났다. 세간의 다섯 가지 즐거움[五樂]이 나는 이제 싫어졌다. 이제는 천상의 쾌락을 구해야 하겠다. 나는 지금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출가하여 도를 닦으리니, 너는 이 나라의 정사를 맡아 다스려라.
  그리고 너도 장자를 세워 태자로 삼고 겁북을 잘 보호하여 흰 머리카락을 살피게 하다가 흰 머리카락이 나거든 이 나라를 너의 태자에게 맡기고 나처럼
  
  
3) 겁북(劫北)은 팔리본에 Kappaka으로 되어 있고 이발사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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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어야 하느니라.'
  왕은 다시 태자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이 거룩한 자리를 간절한 마음으로 너에게 물려준다. 너는 이 거룩한 자리를 대대로 이어 종족이 끊어지지 않게 하라. 종족이 끊어지면 곧 변방 사람이 될 것이요, 또 선한 행을 끊으면 곧 법이 없는 곳에 태어나게 될 것이다.'
  대천왕은 이렇게 훈계한 뒤에 그 나라를 태자 장생에게 물려주고 겁북과 농토를 모두 물려주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대천왕은 이 성·이 동산·이 땅에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도에 들어갔다. 그리고 여기서 8만 4천 년 동안 자(慈)·비(悲)·희(喜)·호(護)의 4범행(梵行)을 닦다가 여기서 목숨을 마치고는 범천에 태어났다. 대천왕이 출가한 지 이레 뒤에 그 옥녀는 목숨을 마쳤다.
  장생이 왕위에 올랐다. 그는 보름날 달이 한창 둥글 때가 되어 궁녀들을 데리고 동쪽 누각에 올라 동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앞에서와 같이 다정한 어떤 옥녀가 허공을 타고 왔다.
  장생왕은 칠보를 가지고 나라 정치를 맡아 네 천하를 통솔하였다.
  장생왕이 겁북에게 말하였다.
  '지금부터는 내 머리를 빗기되 흰 머리카락을 보거든 곧 내게 알려라.'
  장생은 왕위에 오른 지 8만 4천 년이 지나 흰 머리카락이 났다.
  겁북이 왕에게 아뢰었다.
  '흰 머리카락이 났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그것을 뽑아 내 손바닥에 올려놓아라.'
  겁북은 곧 금 족집게로 그것을 뽑아 왕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왕은 흰 머리카락을 잡고 게송을 읊었다.
  
  이제 내 머리에
  흰 털이 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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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의 사자가 부르러 왔으니
  도에 들어갈 때가 되었네.
  
  왕은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이미 인간의 다섯 가지 욕망은 한껏 누렸다. 이제는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자.'
  왕은 곧 태자 관계(冠髻)를 불러 이렇게 말하였다.
  '동자야, 나는 벌써 머리가 세었다. 세간의 다섯 가지 욕망은 벌써 싫어졌다. 이제는 하늘 쾌락을 구해야 하겠다. 나는 지금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도를 닦으리라. 너는 이 나라를 맡아 잘 다스려라.
  그리고 장자를 세워 태자로 삼고 겁북을 잘 길러 흰 머리카락을 살피게 하여 흰 머리카락이 나거든 나라를 태자에게 물려주고 나처럼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어라.'
  왕이 다시 태자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제 이 거룩한 왕위를 간결한 마음으로 너에게 물려준다. 너는 이 거룩한 왕위를 이어 종족이 끊어지게 하지 말라. 종족이 끊어지면 곧 변방 사람이 될 것이요, 만일 선한 행을 끊으면 곧 법이 없는 곳에 태어날 것이다.'
  장생왕은 이렇게 훈계한 뒤에 그 나라를 태자 관계에게 물려주고 겁북과 농토를 다 물려주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장생왕도 이 성·이 동산·이 땅에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도에 들어갔다. 그리고 여기서 8만 4천 년 동안 자·비·희·호의 4범행을 행하다가 목숨을 마치고 범천에 태어났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장생왕이 집을 나온 지 이레 뒤에 그 칠보는 저절로 변화해 떠나 버렸다.
  관계왕은 근심에 잠겨 있었다. 신하들은 근심에 잠겨있는 왕을 보고 물었다.
  '천왕은 무엇을 근심하십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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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보가 변화해 떠났기 때문이다.'
  신하들이 아뢰었다.
  '왕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왕이 말하였다.
  '어떻게 걱정하지 않겠느냐?'
  신하들이 아뢰었다.
  '부왕 범행이 이 가까운 동산에 계십니다. 가서 여쭈어 보시면 반드시 그 칠보를 이룩할 법을 왕에게 가르쳐 주실 것입니다.'
  왕은 곧 거동 준비를 명령하였다. 신하들은 수레를 준비하고 왕에게 알렸다. 왕은 신하들과 함께 칠보로 된 수레를 타고 다섯 가지 물건, 즉 보배 갓·깃 일간·칼·부채·보배 신 등으로 기치를 삼고 좌우에는 신하가 따르게 하고는 동산으로 나아갔다.
  동산에 이르러서는 수레에서 내려 다섯 가지 물건을 벗어놓고 동산 문으로 걸어서 들어갔다. 그는 부왕 앞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한 뒤에 한쪽에 물러앉아 합장하고 아뢰었다.
  '대왕께서 가지셨던 칠보가 지금 모두 변화해 떠났습니다.'
  부왕은 먼저 좌정(坐定)하고 그 말을 듣고는 머리를 들고 대답하였다.
  '동자야, 대개 성왕의 법에는 아비가 소유했던 것을 믿는 것이 아니다. 네가 스스로 법을 행하여 그것을 구하여야 한다.'
  왕이 다시 물었다.
  '전륜성왕은 어떤 법으로 교화하였습니까?'
  부왕이 대답하였다.
  '법을 공경하고 법을 존중하며 법을 생각하고 법을 기르며 법을 자라게 하고 법을 성하게 하며 법을 크게 하나니, 이 일곱 가지 법을 행하면 성왕의 다스림에 적절한 것이며 또 칠보를 이룩할 수 있다.'
  왕이 다시 물었다.
  '어떤 것이 법을 공경하는 것이고……(내지)……법을 크게 하는 것입니까?'
  부왕이 대답하였다.
  '빈궁(貧窮)한 이에게 보시하고, 백성을 가르쳐 양친에게 효도하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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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양하게 하며, 네 철과 여덟 절후에 때를 맞추어 제사를 올리고, 인내를 가르치며, 음욕과 질투와 어리석음을 버리는 것이니, 이 일곱 가지 법을 행하면 성왕의 법에 꼭 맞는 것이니라.'
  왕은 부왕의 교훈을 받고 물러나 예배하고는 일곱 번 돌고 이내 돌아왔다.
  이에 왕은 곧 부왕의 명령을 받들어 일곱 가지 법을 잘 행하면서 사방에 영을 내려 왕의 가르침을 공경하고 숭상하게 하였다.
  왕은 곧 창고를 열어 빈궁한 이에게 보시하고 고독한 노인들을 모셔 봉양(奉養)하자 사방 백성들은 모두 그것을 따라 받들어 행하였다.
  그 때 왕은 보름날 달이 한창 둥글 때에, 깨끗이 목욕하고는 궁녀들을 데리고 동쪽 누각에 올라 동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1천 개의 바퀴 살을 가진 자금(紫金) 바퀴가 허공을 타고 와서 공중에 떠 있는데, 바퀴의 높이는 일곱 그루의 다라나무만 하고 땅에서 일곱 그루의 다라나무 만큼 떨어져 있었다.
  왕은 그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 바퀴를 가졌으면 좋겠다.'
  바퀴는 곧 내려와 왕의 왼손에 있다가 다시 오른손으로 옮겨갔다. 왕은 그 바퀴를 보고 말하였다.
  '항복하지 않은 이들은 나에게 항복하게 하고 내 땅이 아닌 것은 나의 땅이 되게 하되 법(法)대로 하고 비법(非法)으로 하지 말라.'
  왕은 곧 손으로 그것을 던져 허공으로 돌려보냈다. 그것은 궁문 동쪽에서 바퀴 테는 동쪽으로 향하고 바퀴 통은 북쪽으로 향하여 허공에 떠 있었다.
  바퀴가 생긴 뒤에 흰 코끼리·검푸른 말·신령스런 구슬·옥녀·주장·장군 등, 이 칠보가 차례로 나타난 것은 대천왕과 같았고 그것을 시험한 것도 그와 같았다.
  거기서 8만 4천 년을 마친 것과 왕이 겁북을 주고 태자에게 분부하며 나라 일을 맡기고 출가하여 도에 들어간 것 등도 모두 먼저 왕의 법과 같았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관계왕도 이 성·이 동산·이 땅에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8만 4천 년 동안 자·비·희·호의 4범행을 닦다가 여기서 목숨을 마치고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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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에 태어났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대천왕의 자손은 서로 대를 이어 8만 4천 년에 이르렀고, 전륜성왕의 자리와 선한 종족은 끊어지지 않았다.
  그 최후 성왕의 이름은 임(荏)4)으로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렸다. 그는 사람됨이 총명하고 자상하여 무엇이나 잊지 않았다. 32상이 있었고 빛깔은 붉은 연꽃 같았다.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사문과 바라문을 공양하였고 외로운 노인들을 모셔 기르며 빈궁한 이에게 보시하였다.
  네 성문과 성 복판에 창고를 만들어 두고 금·은·잡보·코끼리·말·수레와 의복·침구·병에 맞는 의약품·향·꽃·음식을 쌓아두고, 고독한 이를 위해서는 그 아내를 주선해 주며 갖가지로 보시하되 남의 요구를 다 따라주었다.
  왕은 육재일(六齋日)에는 안팎에 명령하여 모두 여덟 가지 계율을 가지게 하였다. 이 날에 수타회천은 항상 인간에 내려와 그 여덟 가지 계율을 받았다.5) 제석과 삼십삼천(三十三天)은 모두 그 나라 사람들을 찬탄하였다.
  '유쾌하여라, 좋은 이익이로구나. 이런 법왕을 만나게 되었구나. 갖가지로 보시하되 백성들의 요구를 따르고 또 깨끗한 재계는 빠뜨리는 일이 없구나.'
  제석천은 모든 천자들에게 말하였다.
  '임왕을 보고 싶은가?'
  모두들 대답하였다.
  '보고 싶습니다. 여기 오게 하소서.'
  제석천은 곧 궁비니(窮鼻尼) 천녀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밀제라성에 가서 임왕에게 이렇게 말하라.
  (당신은 크게 좋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여기 모든 하늘들은 모두 당신의 높은 공덕을 찬탄합니다. 그리고 나에게 은근히 문안드리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여기 여러 천자들은 당신을 매우 보고 싶어 합니다. 잠깐 생각을 굽혀 여
  
  
4) 임(荏)은 팔리본에는 니미(尼彌, Nimi)로 되어 있다.
5)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宋)·원(元)·명(明) 세 본에는 수(受)가 모두 수(授)로 되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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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 오셔 주소서.)
  궁비니는 분부를 받고 곧 인간 세계로 내려갔다. 마치 사람들이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짧은 사이에 갑자기 왕의 궁전 앞 허공에 섰다.
  그 때 왕은 한 궁녀를 데리고 궁전 위에 앉아 이렇게 생각하였다.
  '일체 세간이 모두 안온을 얻어 어떤 고통도 없게 하고 싶다.'
  궁비니는 공중에서 손가락을 퉁기면서 왕을 깨웠다. 왕은 머리를 들고 궁전 위의 광명을 보고 또 그 소리를 들었다.
  '저는 석제환인의 시자입니다. 석제환인이 저를 보내어 여기에 왔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궁금합니다. 천제는 내게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
  천녀가 대답하였다.
  '천제는 간절한 마음으로 바랍니다. 지금 이 여러 천자들은 당신의 공덕을 찬탄하고 사모하면서 만나고 싶어 합니다. 잠깐 왕림하소서.'
  왕이 잠자코 허락하였다.
  천녀는 돌아가 천제(天帝)에게 아뢰었다.
  '분부는 이미 전달되었습니다. 그리고 오기를 허락하였습니다.'
  천제는 곧 어자(御者)에게 명령하여 칠보로 된 날아다니는 마차를 장엄하고 밀제라성(蜜(IMG SRC="http://ebti.dongguk.ac.kr/images/k15159.gif"/>羅城)으로 가서 임왕을 맞아 오게 하였다. 어자는 분부를 받고 곧 마차를 준비하여 인간으로 내려갔다.
  그 때 왕은 신하들과 함께 궁전에 모여 앉아 있었다. 수레가 왕의 앞 공중에 머물렀다. 어자가 말하였다.
  
  '천제가 지금 수레를 보내어 맞이하러 왔습니다. 모든 천자들께서 공손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곧 수레에 오르소서, 그리고 너무 연연해서 돌아보지 마십시오.'
  여러 대소(大小) 신하들은 왕이 떠난다는 말을 듣고 너무 서운해하면서 모두 일어나 합장하고 아뢰었다.
  '왕께서 떠나신 뒤에 우리는 누구의 명령을 받들어야 하겠습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그대들은 걱정하지 말라. 내가 떠난 뒤에도 보시하고 재계하면서 백성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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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보살피고 나라를 다스리되 내가 있을 때와 같이 하라. 나는 오래지 않아 다시 돌아올 것이다.'
  왕이 분부를 마치자 수레가 곧 땅에 내려왔다. 왕은 곧 수레에 올랐다.
  어자가 왕에게 물었다.
  '어느 길로 가리이까?'
  왕이 말하였다.
  '무슨 말인가?'
  어자가 대답하였다.
  '가는 데는 두 갈래 길이 있습니다. 첫째는 악의 길이요, 둘째는 선의 길입니다. 악을 행한 사람은 나쁜 길로 가서 괴로운 곳에 이르고, 선을 닦은 사람은 좋은 길을 거쳐 즐거운 곳에 이르는 것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오늘은 선악(善惡)의 길을 모두 가고 싶구나.'
  어자는 그 말을 듣고 한참 만에야 깨닫고 말하였다.
  '참으로 좋습니다, 대왕이여.'
  어자는 곧 두 길 중간으로 인도하였다. 왕은 선악을 모두 다 보면서 삼십삼천으로 갔다.
  천제와 여러 천자들은 멀리서 왕이 오는 것을 보고서 천제가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
  그리고는 자기 자리에 같이 앉게 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왕은 곧 천제의 자리에 앉았다. 왕과 천제는 모양과 옷과 말소리가 모두 똑같았다. 천자들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느 것이 제석이며 어느 것이 왕인가?'
  또 생각하였다.
  '사람은 눈을 깜빡이는 법인데 모두 다 눈을 깜빡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것을 분별할 수 없어 모두 놀랐다.
  천제는 천자들이 의심을 가진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나는 왕을 붙들어 여기서 머물게 한 뒤에 저들을 깨닫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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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제는 여러 천자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내가 왕을 붙들어 여기서 머물게 하기를 바라는가?'
  천자들이 말하였다.
  '진정 머물게 하고 싶습니다.'
  천제가 임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은 여기 머무를 수 있습니까? 내가 다섯 가지 욕망을 공급해주고, 그로써 여러 하늘들이 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왕이 천제에게 말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왕은 곧 쾌락의 공양(供養)을 받고는 말하였다.
  '원컨대 여러 천자님들의 수명이 무궁하시기를 빕니다. 손님은 주인께 사양하려고 청합니다.'
  이렇게 세 번 청하였다.
  제석천이 왕에게 물었다.
  '왜 머무르지 않으시렵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나는 출가하여 도를 배워야 하겠습니다. 지금 이 천상에서는 도를 배울 인연이 없습니다.'
  천제가 말하였다.
  '왜 도를 닦으려 하십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부왕의 유언을 받았습니다. 만일 흰 머리카락이 나거든 집을 떠나라고 말입니다.'
  제석천은 도에 들어가라는 유언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왕이 천상에서 잠깐 동안 다섯 가지 욕망을 누린 시간은 인간 세계의 12년에 해당하였다. 왕은 장차 고별(告別)하려고 여러 천자들을 위해 자세히 법을 설명하였다. 이 때 제석천이 어자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이 임왕을 본국으로 배웅해 드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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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자는 분부를 받고 곧 수레를 장엄하고 왕에게 말하였다.
  '왕은 수레에 오르소서.'
  이에 왕은 제석과 여러 천자들에게 고별인사를 하고 수레에 올라, 오던 길을 따라 밀제라 궁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여자는 곧 천상으로 돌아갔다.
  며칠 뒤에 왕은 다시 겁북에게 분부하였다.
  '만일 내 머리에서 흰 머리카락을 보거든 곧 내게 알려라.'
  며칠 사이에 왕의 머리에 흰 머리카락이 났다. 겁북은 금 족집게로 흰 머리카락을 뽑아 왕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왕은 그것을 보고 곧 게송을 읊었다.
  
  이제 내 머리에
  이 흰 털이 났구나.
  몸의 사자가 부르러 왔으니
  도에 들어갈 때가 되었네.
  
  왕은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이미 인간의 다섯 가지 욕망은 한껏 누렸다. 이제는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으리라.'
  왕은 태자 선진(善盡)을 불러 말하였다.
  '나는 이제 흰 머리카락이 났다. 세간의 다섯 가지 즐거움은 이미 싫어졌다. 이제는 천상의 쾌락을 구하여야 하겠다.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출가하여 도에 들어가리라. 동자야, 나는 이제 나라 일을 너에게 부탁한다. 그리고 겁북을 잘 보호하여, 만일 네 머리에 흰 머리카락이 나거든 나라를 너의 태자에게 물려주고 너도 출가하여 도에 들어가라. 동자야, 나는 이제 이 거룩한 왕위를 너에게 물려준다. 종족을 끊어지게 하지 말라. 종족이 끊어지면 곧 변방 사람이 될 것이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임왕은 곧 나라 정사를 태자에게 물려주고 겁북과 농토를 붙여 주었다. 그리고 이 성·이 동산·이 땅에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출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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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를 닦았다. 도를 닦은 이레 뒤에 바퀴와 구슬은 변화해 떠나고 코끼리·말·옥녀·장자·장군은 모두 죽었다.
  왕은 그 동산에서 8만 4천 년 동안 자·비·희·호의 4범행을 행하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범천에 태어났다.
  그 뒤에 선진왕은 그 아버지의 업(業)을 받들지 않아 바른 법이 바뀌고 무너졌다. 그 때문에 칠보는 다시 와서 호응하지 않았다.
  선한 행이 계속 되지 않자 사람들의 목숨은 짧아지게 되었고 모습은 추하며 힘은 적고 병은 많으며 지혜가 없는 다섯 가지 줄어듦[五減]이 닥쳐왔다. 다섯 가지 줄어듦이 이르자 갈수록 백성들은 빈곤해지고 빈곤으로 말미암아 절도(竊盜)는 들끓었다. 그들은 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이 사람은 남의 물건을 훔친 사람입니다.'
  왕은 바깥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그 나라 백성들에게 벌을 주게 하였다. 왕이 도둑을 죽였다는 말을 듣고 백성들은 모두 그의 악함을 미워하여 제각기 칼을 만들었다. 칼은 여기서 비로소 만들어졌고, 또 그로 말미암아 살생이 생기게 되었으니 여기서 두 가지 악이 있게 되었다.
  또 남의 아내를 범하고 그 남편과 싸우면서 '나는 하지 않았다'고 하니 여기서 넷째 악이 생겼고, 이간하는 말로 싸움을 붙이니 이것이 다섯째의 악이며, 싸우면서 서로 꾸짖으니 이것이 여섯째의 악이요, 나쁜 말로 진실하지 못하니 이것이 일곱째 악이며, 남의 화합(和合)을 미워하니 이것이 여덟째 악이요, 성을 내어 얼굴빛이 변하니 이것이 아홉째 악이며, 마음에 의심을 품으니 이것이 열째 악이다. 이 열 가지 악이 이미 갖추어지자 다섯 가지 줄어듦은 갈수록 더해 갔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현겁 초에 나타났던 그 때의 대천왕이 누구인지 알고 싶으냐? 그 분은 바로 나이다. 아난아, 그 때의 8만 4천 년 맨 마지막 왕으로서 정치를 바로 한 임왕이 누구인지 알고 싶으냐? 그 이는 바로 너이다. 그 때 최후의 왕으로서 난폭하여 도가 없고 성왕의 종족을 끊은 선진왕이 누구인지 알고 싶으냐? 그이는 바로 저 조달(調達)이다.
  아난아, 너는 과거에 대천 전륜성왕의 좋은 계통을 이어 받아 그 왕위가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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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 않게 하였으니, 그것은 다 너의 공(功)으로서 법대로 하였고 비법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난아, 나는 지금 위없는 법왕으로서 위없는 선법을 물려 간절한 마음으로 너에게 붙여주는 것이다. 너는 석종(釋種)의 아들로서 변방 사람이 되지 말고 종족을 끊는 행을 짓지 말도록 하라."
  아난이 부처님에게 여쭈었다.
  "어떤 것이 종족을 끊는 행이 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대천왕은 비록 선법은 행하였으나 번뇌를 다하지 못하여 세간을 벗어나지 못하였고 건너지 못하였으며 탐욕을 끊지 못하였고 20억6)의 결박[結]을 부수지 못하였으며, 62가지 소견을 버리지 못하였고 세 가지 때[三垢]7)를 씻지 못하였으며, 신통을 얻지 못하였고 해탈의 참 도를 얻지 못하였으며, 열반을 얻지 못하였다. 그래서 대천이 행한 선법은 범천에 태어나는 것에 지나지 못하였다.
  아난아, 나는 지금 법을 밝혀 끝내 함이 없다. 내 법은 진제(眞際)에 이르러 천상과 인간세계를 벗어났으며, 내 법은 샘이 없고 탐욕이 없으며 번뇌가 사라지고 생사를 건너고 신통을 얻었으며 번뇌를 해탈하였고 진정한 사문이며 열반에 이르렀다.
  아난아, 나는 지금 이 위없는 법을 간절한 마음으로 너에게 부촉(咐囑)하니 너는 내 법을 사라지게 하지 말고, 또 변방 사람이 되지 말라. 아난아, 만일 현재의 성문으로서 이 법을 끊는 이가 있으면 그는 곧 변방 사람이 될 것이요 만일 능히 이 법을 일으키면 그는 곧 부처의 맏아들이 되어 권속을 성취할 것이다.
  아난아, 너는 부디 권속을 성취하고 종족을 멸하는 행을 짓지 말라. 아난아, 내가 지금까지 말한 법을 모두 너에게 부촉하니 너는 그렇게 알고 공부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아난은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6)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宋)·원(元)·명(明) 세 본에는 억(億)이 일(一)로 되어 있다"고 하였다.
7) 탐(貪)·진(瞋)·치(癡) 3독(毒)의 이명(異名)이다.
[1296 / 1393] 쪽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큰 지옥에 갈 사람이 넷이 있다. 말하자면 네 사람이란 말가리(末佉梨) 죄인과 제사(帝舍) 비구 죄인과 제바달두(提婆達兜) 죄인과 구파리(瞿波離) 비구 죄인이 그 사람들이다.
  
  말가리 죄인은 몸에서 불꽃이 나오는데 그 길이가 60주(肘)나 되고, 제사 죄인은 몸에서 불꽃이 나오는데 그 길이가 40주나 되며, 제바달두 죄인은 몸에서 불꽃이 나오는데 그 길이가 30주나 되고, 구파리 죄인은 몸에서 불꽃이 나오는데 그 길이는 20주나 된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말가리는 무수한 중생들을 가르쳐 삿된 소견과 뒤바뀐 생각을 가지게 하였고 '있다 없다[有無]' 하는 생각을 헤아리게 하였다. 저 어리석은 제사는 여러 성중(聖衆)의 발우를 산산이 부수었다. 어리석은 제바달두는 비구들과 싸우고 아라한 비구니를 죽였으며 여래에 대하여 해칠 마음을 내었다. 구파리 죄인은 사리불과 목건련을 비방하였다.
  또 비구들아, 말가리 죄인은 무수한 중생을 가르쳐 삿된 소견을 가지게 하였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염광(焰光) 지옥에 떨어졌다. 제사 죄인은 성중의 발우를 산산이 부수었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등해(等害) 지옥에 떨어졌다. 제바달두 죄인은 여래에 대해 모해하려는 마음을 일으켰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끊어진 뒤에는 아비지옥에 떨어졌다. 구파리 죄인은 사리불과 목건련을 비방했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발투마(鉢投摩) 지옥에 떨어졌다.
  그 때 옥졸들은 산채로 말가리 죄인의 혀를 뽑아 등에 뒤집어 붙였다. 왜냐 하면 과거에 무수한 중생들을 가르쳐 삿된 소견을 가지게 하였기 때문이다. 그 때 옥졸들은 제사 죄인의 몸을 산채로 찢고 구리쇠 녹인 물을 심장에 쏟아 부으며 뜨거운 철환을 머금게 하였다. 왜냐 하면 그 발우를 산산이 부수었기 때문이다.
  제바달두 죄인은 뜨거운 쇠 바퀴로 그 몸을 쓸고 또 쇠 절구공이로 그 몸을
  
[1297 / 1393] 쪽
  찧으며 사나운 코끼리가 그 몸을 짓밟고 또 뜨거운 큰 철산이 그 얼굴을 짓눌렀으며 뜨거운 구리쇠판으로 그 몸을 둘둘 감았고 쇠 바퀴로 그 머리를 끊었다. 왜냐 하면 과거에 성중과 싸우고 승가의 화합을 부수었기 때문이다.
  또 저 어리석은 제바달두는 저 태자를 시켜 그 부왕을 해치게 하였다. 그 과보로 말미암아 쇠 절구공이로 그 몸을 부수게 하였다. 또 저 어리석은 제바달두는 코끼리를 취하도록 술을 먹여 여래를 해치려 하였다. 그 과보로 말미암아 코끼리 떼가 그 몸을 짓밟았다. 또 저 흉악한 제바달두는 기사굴산 꼭대기에 올라가 돌을 들어 여래에게 던졌다. 그 과보로 말미암아 뜨거운 철산으로 그 얼굴을 짓누르게 하였다. 그리고 저 어리석은 제바달두는 아라한 비구니를 죽였다. 그 과보로 말미암아 뜨거운 구리쇠판으로 그 몸을 둘둘 감았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구파리 죄인은 저 연화지옥에 있을 때 보습을 갖춘 천 마리의 소가 보습으로 그의 혀를 갈았다. 왜냐 하면 사리불과 목건련을 비방하였기 때문이니, 그 과보로 말미암아 보습을 갖춘 천 마리 소로 그 혀를 갈게 한 것이다.
  또 비구들아, 말가리 죄인은 그 몸에서 길이 60주나 되는 불꽃이 날 때, 어떤 중생이 그를 가엾이 여겨 '나는 저 사람을 구제해 편안하게 하리라' 하여, 길이 40주나 되는 네 바닷물을 가지고 그 몸에 쏟아 부었지만 그 바닷물은 이내 다 말라 버리고 불꽃은 변함이 없다. 마치 뜨거운 철판을 나흘 동안 불에 태울 때, 어떤 사람이 와서 네 방울의 물을 뿌리면 그 물은 곧 말라 버리는 것처럼, 이것도 그와 같아서 어떤 사람이 와서 네 바닷물로 그 사람의 몸에 쏟아 무사하게 하려고 하여도 마침내 성과를 얻지 못한다. 왜냐 하면 그 죄가 매우 깊고 무겁기 때문이다.
  또 저 제사 죄인의 몸에서 길이 40주나 되는 불꽃이 날 때에, 어떤 중생이 그를 가엾이 여겨 세 큰 바닷물을 그 몸에 쏟아 부었지만 그 바닷물은 곧 말라 버리고 불꽃은 꺼지지 않는다. 마치 어떤 사람이 세 방울 물을 뜨거운 철판에 뿌리면 물은 곧 말라 버리고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것처럼, 이것도 그와 같아서 세 바닷물로 제사 몸에 쏟아 부어도 물은 곧 말라 버리고 끝내 불은 꺼지지 않는다.
  제바달두 죄인의 몸에서 길이 30주나 되는 불꽃이 날 때에, 어떤 중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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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엾이 여기는 생각을 내여 제바달두를 무사하게 해주려고 두 바닷물을 그 몸에 쏟아 부으면 물은 이내 말라 버리고 끝내 불은 꺼지지 않는다. 마치 두 방울 물을 뜨거운 철판에 떨어뜨리면 마침내 철판은 식지 않는 것처럼, 저 어리석은 제바달두도 그와 같아서 두 바닷물로 그 몸에 쏟아 붓더라도 물은 곧 말라 버리고 끝내 불은 꺼지지 않나니 제바달두의 몸의 고통도 이와 같다.
  구파리 죄인의 몸에서 길이 20주나 되는 불꽃이 날 때에, 어떤 중생이 그를 가엾이 여겨 한 바닷물을 가져다 그 몸에 쏟아 붓더라도 그 바닷물은 곧 말라 없어지고 끝내 불은 꺼지지 않는다. 마치 한 방울 물을 뜨거운 철판에 떨어뜨리면 물은 곧 말라 버리고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것처럼 구파리 비구도 그와 같아서 죄의 과보에 끌리기 때문에 그러한 죄를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네 종류의 사람이 지극히 중한 죄를 받는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디 마음을 다해 이런 걱정을 여의고 범행을 고루 닦는 여러 성현(賢聖)들을 섬기도록 하라. 인자(仁者)들이여,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한다."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지옥을 밝게 알고 지옥으로 가는 길을 알며 또 그 지옥 중생들의 근본을 다 안다. 즉 만일 어떤 중생이 온갖 악하고 착하지 않은 행을 지으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들어가는 지를 나는 다 안다.
  또 비구들아, 나는 축생(畜生)에 대해서도 밝게 알고 축생으로 가는 길을 알며 또 축생의 근본을 다 안다. 즉 온갖 악의 근본을 짓고 거기에 태어나는 지를 나는 다 안다.
  나는 또 아귀(餓鬼)로 가는 길을 안다. 즉 누구나 악의 근본을 지으면 아귀 속에 태어나는 지를 나는 다 안다.
  또 나는 인간의 세계로 향하는 사람의 길을 안다. 즉 어떤 중생으로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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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몸을 얻는 지를 나는 다 안다.
  또 나는 하늘로 가는 길을 안다. 즉 어떤 중생이 온갖 공덕의 근본을 짓고 저 천상에 태어나는 지를 나는 다 안다.
  또 나는 열반으로 가는 길을 안다. 즉 어떤 중생이 번뇌를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심해탈(心解脫)하고 혜해탈(慧解脫)하여 현재에서 깨달음의 결과를 성취하는 지를 나는 안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나는 지옥으로 가는 길을 안다. 무슨 이유로 나는 이런 말을 하는가?"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중생들의 생각을 관찰하고 이른바 '이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들어갈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뒤에 과연 그 사람이 지옥에 들어가 심한 고통과 무서운 고문을 무수히 받으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근심·걱정·괴로움·번민을 당하는 것을 본다.
  마치 어떤 큰 불구덩이에 연기가 나지 않을 때 어떤 사람이 그곳으로 가면, 눈 밝은 사람은 그리로 가는 그 사람을 보고 '저 사람은 틀림없이 저 불구덩이에 떨어질 것이다'라고 말하였는데, 그 뒤에 과연 그 사람이 불구덩이에 떨어지는 것을 본다. 내가 말하는 그 사람이 불구덩이에 떨어지는 것처럼, 나는 지금 중생들의 생각을 관찰하고 '틀림없이 지옥에 들어갈 것이다'라고 말하는데, 그 뒤에 과연 그 사람이 지옥에 들어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독한 고통을 받는 것을 분명히 본다.
  왜 그 사람은 지옥에 들어가는가? '나는 지옥으로 가는 중생을 보고, 그들은 모두 온갖 악한 행과 착하지 않은 업을 지었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들어가는 것을 다 안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이다.
  나는 또 축생으로 가는 길을 알고 축생으로 가는 사람을 안다. 무슨 이유로 나는 이렇게 말하는가?
  비구들아, 나는 중생들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을 관찰하고 '저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축생 세계에 태어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 뒤에 과연 그 사람은 축생 세계에 태어나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근심·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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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괴로움·번민을 당하는 것을 나는 본다.
  왜 그 사람은 축생 세계에 떨어지는가? 비유하면 어떤 촌락에 큰 뒷간이 있어 똥이 가득 차있는데 어떤 사람이 그곳으로 오면, 눈 밝은 사람은 그 사람이 그리로 오는 것을 보고 '저 사람은 머지 않아 뒷간에 빠질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 뒤에 과연 그 사람이 뒷간에 빠져 이루 말할 수 없는 곤액(困厄)을 당하는 것을 그는 본다.
  왜 그 사람은 뒷간에 빠졌는가? 내가 지금 중생들을 관찰하는 것도 그와 같아서 '저 사람은 틀림없이 축생 세계에 태어날 것이다'라고 말하고, 또 그 뒤에 그가 축생 속에 태어나서 한량없이 많은 고통을 받는 것을 본다. '내가 지금 축생들을 관찰하여 모두 다 밝게 안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이다.
  나는 또 아귀 중생을 알고 아귀로 가는 길을 알며 그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아귀로 태어나는 사람을 알고, 어떤 중생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아귀 세계로 나아갈 것을 나는 다 알며, 그 뒤에 그 중생이 아귀 세계에 들어가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는 것을 나는 다 본다.
  왜 그 사람은 아귀 속에 들어가는가? 비유하면 어떤 마을의 곁에 가지와 잎이 다 떨어진 큰 나무가 위험한 곳에 서 있는데 어떤 사람이 그곳으로 가면, 눈 밝은 사람은 멀리서 그 사람을 보고 '틀림없이 저 나무 밑으로 갈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조금 뒤에 과연 그 사람이 그 밑에서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면서 괴롭고 즐거운 과보를 받는 것을 그는 본다.
  왜 그 사람은 그 나무 밑에 와서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는가? 내가 지금 중생들을 관찰하는 것도 그와 같아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틀림없이 아귀 세계에 떨어져 이루 말할 수 없는 괴롭고 즐거운 과보를 받는 것을 본다. '나는 아귀를 알고 아귀로 나아가는 길을 다 분명히 안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이다.
  나는 사람 세계를 알고 사람으로 나아가는 길을 알며 어떤 행을 짓고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인간 세계에 태어나는 지를 나는 다 안다.
  비구들아, 나는 중생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관찰하고는 '저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인간 세계에 태어나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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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고, 그 뒤에 과연 그 사람이 인간 세계에 태어난 것을 본다.
  왜 그는 인간 세계에 태어났는가? 비유하면 어떤 촌락에 큰 나무가 있는데 그것은 평평한 곳에 서 있고 그늘이 많았다. 어떤 사람이 그 길로 바로 오면, 눈 밝은 사람은 그것을 보고, 곧 '저 사람은 틀림없이 그 나무 밑을 향해 가서 거기 이를 것이다'라고 아는데, 정말로 그는 조금 뒤에 그 사람이 그 나무 밑에 가서 한량없는 즐거움을 받는 것을 보는 것과 같다.
  왜 그 사람은 그 나무 밑에 이르게 되는가? 내가 중생들이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을 관찰하는 것도 그와 같아서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인간 세계에 태어나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고, 또 그 뒤에 과연 그 사람이 인간 세계에 태어나 한량없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을 나는 본다.
  '나는 사람의 세계를 알고 인간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알며 지금 인간 세계에 태어난 것을 다 안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이니라.
  나는 또 하늘을 알고 하늘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알며 어떤 중생이 온갖 공덕을 짓고 천상에 나는 지를 나는 안다. 무슨 이유로 이런 말을 하는가?
  나는 지금 중생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관찰하고는 '저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나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뒤에 과연 그 사람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천상의 좋은 곳에서 저절로 복을 받고 그 쾌락이 견줄 데 없음을 본다. 이것을 일러'그 사람은 천상에 태어나서 저절로 복을 받고 쾌락이 견줄 데 없다'고 하는 것이니라.
  비유하면 촌락 곁에 높고 넓은 좋은 강당이 있어서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새기고 비단과 번기와 일산을 달고 향수를 땅에 뿌리고 좋은 자리를 깔아놓으며, 모두 털로 짜고 문채나게 수놓은 자리를 갖추었을 때, 어떤 사람이 그 길로 바로 오면 눈 밝은 사람은 그를 보고, '그는 반드시 저 높고 넓은 강당으로 향하여 거기에 이르게 될 것이다'라고 의심하지 않다가 조금 뒤에 과연 그 사람이 그 강당에 올라가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면서 복을 받고 그 쾌락 또한 견줄 데 없음을 보는 것과 같다.
  이것도 그와 같아서 나는 중생들을 관찰하고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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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난 뒤에는 반드시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나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쾌락을 누릴 줄을 안다.
  '어째서 그 사람은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났는가? 또 나는 어떻게 하늘 세계를 알고 하늘로 나아가는 길을 아는가?'라고 말한 것을 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이다.
  나는 또 열반을 알고 열반으로 나아가는 길을 알며 반열반할 중생을 안다. 즉 어떤 중생으로서 번뇌를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심해탈하고 혜해탈하여 현재의 몸으로 깨달음을 증득하여 스스로 즐거이 노니는 것을 나는 다 안다.
  무슨 이유로 나는 이런 말을 하는가? 비구들아, 나는 중생들이 마음속에 생각하고 잇는 것을 관찰하고는 그는 번뇌를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심탈하고 혜해탈한 줄을 안다. 이것을 일러 '그는 번뇌를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니라.
  비유하면 촌락에서 멀지 않은 곳에 물이 아주 맑은 큰 못이 있는데, 어떤 사람이 그 길로 바로 오면, 눈 밝은 사람은 멀리서 그 사람이 오는 것을 보고 '저 사람은 반드시 저 못으로 갈 것이다' 하고 의심하지 않다가, 조금 뒤에 과연 그 사람이 그 못에 이르러 깨끗이 목욕하여 온갖 더러운 때와 티끌을 모두 씻고 그 곁에 앉아 남과 다투지 않는 것을 보는 것과 같다.
  내가 중생들을 관찰하는 것도 그와 같아서 번뇌를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심해탈하고 혜해탈하여, 삶과 죽음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이름과 물질을 사실 그대로 다 안다. 이것을 일러 '그 사람이 거기에 이르렀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열반의 길을 알고 또 중생으로서 반열반하는 이를 모두 다 안다. 여래·지진·등정각은 이런 지혜가 있고 두려움이 없는 힘을 갖추어 모두 다 성취하였다. 여래의 지혜는 한량이 없다.
  여래는 능히 과거의 한량이 없고 헤아릴 수 없는 일을 모두 관찰해 알고 한량이 없는 미래와 현재의 일을 모두 다 분별한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하여 10력과 두려움 없음을 갖추도록 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한다."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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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크고 높고 넓은 나무가 설산(雪山)을 의지하고 있는데 그것은 다섯 가지가 훌륭하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이른바 뿌리가 움직이지 않는 것, 껍질이 매우 두꺼운 것, 가지가 넓게 드리워진 것, 덮지 않는 것이 없는 것, 잎이 매우 무성한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설산에 의지하고 있는 저 큰 나무가 매우 좋다'고 하는 것이다.
  지금 선남자와 선여인도 이처럼 뛰어난 종족에 의지하면 다섯 가지 일이 증장(增長)한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말하자면 믿음이 더욱 자라는 것, 계율이 더욱 자라는 것, 들음이 더욱 자라는 것, 보시가 더욱 자라는 것, 지혜가 더욱 자이 더욱 자라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선남자와 선여인이 뛰어나 종족을 의지하여 다섯 가지 일을 성취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너희들은 부디 방편을 구하여 믿음[信]·계율[戒]·들음[聞]·보시[施]·지혜(智慧)를 성취하도록 해야 하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마치 저 설산의 나무가
  다섯 가지 공덕을 성취함으로
  뿌리 좋고 껍질 두껍고 가지 멀리 드리우며
  그 잎이 매우 무성한 것처럼
  
  믿음이 있는 선남자와 선여인은
  다섯 가지 공덕을 이루나니
  믿음과 계율과 들음과 보시와
  그 지혜 더욱 자라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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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한다."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무라파군(茂羅破群)8) 비구는 여러 비구니들과 서로 어울려 놀았고 비구니들도 서로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였다. 사람들이 무라파군 비구를 비방하면 그 비구니들은 매우 화를 내며 근심하고 걱정하면서 불쾌히 여겼고, 또 누가 비구니를 나무라면 파군 비구도 근심하고 걱정하면서 불쾌히 여겼다.
  그래서 모든 비구들이 파군 비구에게 말하였다.
  "너는 왜 비구니들과 친하고 또 비구니들도 너와 교제를 하는가?"
  파군이 대답하였다.
  "내가 여래께서 말씀하신 교훈을 알기로는 음행을 범한 죄 따위는 그리 말할 만한 것도 못 되는 것이다."
  비구들이 다시 말하였다.
  "그만 두라,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여래의 교훈을 비방하지 말라. 여래의 교훈을 비방하는 자는 그 죄가 작지 않다. 또 세존께서는 무수한 방편으로 음행의 더러움을 말씀하셨는데, 음행을 즐기는 이를 죄가 없다고 말씀하셨다니 그럴 이치가 없느니라. 너는 그런 나쁜 소견을 버려라. 그렇지 않으면 오랜 세월 동안 한량없이 많은 고통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 파군 비구는 여전히 비구니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그 행동을 고치지 않았다.
  이 때 많은 비구들이 세존께 찾아가서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세쫀께 아뢰었다.
  "이 사위성 안에 파군이라는 비구가 비구니들과 서로 사귀고 또 비구니들도 파군 비구와 왕래하면서 사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그를 권해 그런
  
  
8) 무라파군(茂羅破群 : Moliya-phagguna)은 또한 모리파군나(牟梨破群那)·무라파나(茂羅破那)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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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동을 고치라고 하였사오나 그들은 갈수록 더욱 친하게 지내면서 뒤바뀐 소견을 버리지 않고 또 바른 법의 업을 따르지 않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어떤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저 파군 비구에게 가서 여래가 부른다고 일러라."
  그 비구는 여래의 분부를 받고 곧 파군 비구에게 가서 말하였다.
  "너는 마땅히 알아야 하리라. 여래께서 너를 부르신다."
  파군 비구는 그 비구의 말을 듣고 곧 세존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 그 비구에게 물으셨다.
  "너는 정말로 비구니들을 가까이 하였느냐?"
  파군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비구로서 왜 비구니들과 사귀느냐? 너는 지금 족성자(族姓子)로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지 않느냐?"
  파군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족성자로서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할 법이 아닌데 너는 왜 비구니와 사귀느냐?"
  파군이 아뢰었다.
  "저는 여래의 말씀을 듣건대 음행을 즐기는 죄는 말할 것이 못된다고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미련한 사람아, 여래가 어떻게 음행을 즐기는 것은 죄가 없다고 말하였겠는가? 나는 무수한 방편으로 음행의 더러움을 말하였다. 너는 지금 어째서 말하기를 '여래는 음행은 죄가 없다고 말하였다'라는 말을 하느냐? 너는 입으로 짓는 허물을 잘 단속하여 오랜 세월 동안에 늘 그 죄를 받지 않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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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잠깐 있어라. 내가 모든 비구들에게 물어 보리라."
  그 때 세존께서 많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을 혹 내가 비구들에게 '음행은 죄가 없다'고 말한 것을 들은 일이 있는가?"
  비구들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여래께서 '음행은 죄가 없다'고 말씀하신 것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왜냐 하면 여래께서는 무수한 방편으로 음행의 더러움을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만일 죄가 없다고 말씀하셨다면 그럴 이치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 말과 같다. 나는 무수한 방편으로 음욕의 더러움을 설명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거듭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혹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법을 익힌다고 하자. 이른바 계경(契經)·기야(祇夜)·게(偈)·수결(授決)·인연(因緣)·본말(本末)·비유(譬喩)·생경[生]·방등(方等)·미증유(未曾有)·설(說)·광보(廣普) 등 이런 법을 외우고 익히더라도 그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나니 그 뜻을 관찰하지 않고 또 순종해야 할 법을 순종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침내 그 행을 따르지 않고 그 법만을 외우는 까닭은 욕심을 따라 남과 경쟁하여 승부를 다투려 할 뿐이니, 그것은 자기를 위한 것도 아니요 또 남을 제도하지도 못할 것이니, 그가 그렇게 법을 외우는 것은 곧 계율을 범하는 일이 될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촌락을 떠나 독사를 잡으려고 할 때, 그가 아주 큰 독사를 보고는 직접 가서 왼 손으로 그 꼬리를 잡으면 뱀은 머리를 돌려 그 손을 물어 그 과보로 곧 목숨을 마치고 마는 것처럼, 이것도 같아서 혹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그 법을 익히되 12부 경전을 모두 어림해 알지만 그 뜻을 제대로 관찰하지는 못한다. 왜냐 하면 그는 바른 법의 이치를 완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혹 어떤 선남자는 그 법을 갖고 익히되, 계경·기야·게·수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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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본말·비유·생경·방등·미증유·설·수결·인연·광보 등, 이런 법을 외우고는 그 뜻을 깊이 이해하고 그 깊은 이치를 잘 알기 때문에 그 교훈에 순종하고 어기거나 빠뜨림이 없다. 그리고 그 법을 외우는 까닭은 승부를 다투려는 마음에서가 아니고 남과 경쟁하지 않으며, 자기를 닦고 남을 구제하려고 하며 그 소원을 성취한다. 그래서 그 인연으로 차츰 열반에 이르게 된다.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그 마을을 벗어나 독사(毒蛇)를 찾다가 그는 독사를 보고는 쇠 집게로 먼저 그 머리를 집은 뒤에 곧 머리를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 비록 그 뱀이 꼬리를 돌려 그 사람을 해치려 하여도 마침내 어찌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왜냐 하면 모든 비구들아, 그 머리를 잡았기 때문이니라.
  저 선남자도 그와 같아서 모든 경전을 두루 읽고 외우고 익히되, 그 이치를 관찰하고 그 법을 순종하여 마침내 어기거나 빠뜨림이 없으면 그는 그 인연으로 말미암아 차츰 열반에 이르게 될 것이다. 왜냐 하면 그는 바른 법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내 법의 이치를 아는 이는 받들어 행할 것을 생각하고 내 법의 이치를 모르는 이는 자주 와서 내게 물어라. 여래는 지금 현재 세상에 살아 있다. 뒷날 후회하여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비구가 대중들 가운데에서 '여래가 말씀하신 금계(禁戒)를 나는 다 안다. 음행을 즐기는 죄는 말할 것이 못된다'고 말하거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그 비구에게 '그만 중지하라, 그만 중지하라.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여래를 비방하는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여래께서는 끝내 그런 말씀을 하시지 않으셨다'고 말하라.
  그래서 만일 그 비구가 그 허물을 고치면 좋거니와 그래도 그 행을 고치지 않거든 다시 두 번 세 번 충고하라. 만일 그가 고치면 좋거니와 그래도 고치지 않으면 타락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비구들아, 그 일을 숨겨 드러내지 않으면 너희들도 함께 타락할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이것이 나의 금계이다."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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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생루(生漏) 범지가 세존께 찾아가 문안인사를 드리고 한쪽에 앉아서 아뢰었다.
  "과거에 몇 겁이 있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과거에 그 많은 겁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 수를 계산할 수 없습니까? 사문 구담께서는 항상 삼세(三世)를 말하셨습니다. 그 삼세란 이른바 과거·미래·현재입니다. 사문 구담께서는 과거·미래·현재를 아십니다. 원컨대 사문께서는 겁 수의 이치를 설명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내가 이 겁에서 시작해서 다시 그 다음의 겁을 설명하려면, 네가 멸도하고 네가 목숨을 마치더라도 그 겁 수의 이치를 다 알지 못할 것이다. 왜냐 하면 지금은 사람의 수명이 매우 짧아 한껏 살아야 1백 살을 넘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1백 살 동안, 그 겁을 세어, 내가 멸도하고 네가 목숨을 마치더라도 마침내 그 겁 수의 이치는 다 알지 못할 것이다.
  범지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여래께서는 그런 지혜가 있어 그 겁의 수를 자세히 분별하고, 중생들의 수명의 길고 짧기와 그 어떤 고락(苦樂)을 받은 것을 다 분명히 안다. 이제 너를 위해 비유를 들어 말하리라. 지혜로운 이는 비유를 들어 말해주면 다 알게 되느니라. 마치 저 항하강 모래알 수는 한량이 없어 계산할 수 없는 것처럼, 지나간 겁의 수도 그와 같아서 이루 다 말할 수 없고 헤아릴 수 없느니라."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미래의 겁 수는 얼마나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도 항하강 모래알 수와 같아서 한량없이 많고 헤아릴 수 없이 많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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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 수도 없느니라."
  범지가 다시 아뢰었다.
  "현재 겁에는 이루어지는 겁[成劫]과 무너지는 겁[壞劫]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겁에는 이루어지는 겁과 무너지는 겁이 있지만, 그것은 한 겁 백 겁이 아니다. 마치 그릇이 위태한 자리에 놓여 있으면 끝내 가만히 머무를 수 없고 가령 머무르려고 해도 곧 무너지고 마는 것처럼, 세계의 모든 경계도 그와 같아서 겁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여, 몇 겁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여, 몇 겁이 이루어지고 무너지는지 그 수는 다 헤아리기 어렵다.
  왜냐 하면 생사(生死)는 길고 멀어 그 끝이 없기 때문이다. 중생은 무명(無明)과 번뇌로 말미암아 이승에서 저승으로, 저승에서 이승으로 떠돌아다니면서 오랜 세월 동안에 고통과 번민을 받는 것이니, 그것을 싫어하고 근심하여 그 고뇌를 벗어나야 한다. 그러므로 범지야,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한다."
  그 때 생루 범지는 세존께 아뢰었다.
  "사문 구담께서는 참으로 놀랍고 뛰어나십니다. 과거와 미래의 겁 수의 이치를 다 아시고 계십니다. 저는 지금 사문 구담께 귀의하겠습니다. 원컨대 사문 구담께서는 저를 허락해 우바새가 되게 하소서. 저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감히 살생하거나 나아가서는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그 때 생루 범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의 기사굴산에서 대비구(大比丘)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이 세계의 겁은 끝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1310 / 1393] 쪽
  "방편으로써 비유를 인용해 말해주리라. 그러나 겁의 수는 끝이 없느니라. 먼 과거의 이 현겁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그 명호를 구루손(俱樓孫) 지진·등정각이라 하였다. 그 때 이 기사굴산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이 때 이 라열성에 살던 사람들은 이 기사굴산에 오르기 위해 나흘 낮 나흘 밤을 걸어서 비로소 그 꼭대기까지 올랐다.
  또 비구야, 구나함모니(拘那含牟尼) 부처님 때에도 이 기사굴산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 때 라열성 사람들은 사흘 낮 사흘 밤을 걸어 비로소 이 산 꼭대기에 이르렀다.
  가섭(迦葉) 여래가 세상에 나오셨을 때에도 이 기사굴산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이 때 라열성 사람들은 이틀 낮 이틀 밤을 걸어 비로소 이 산 꼭대기에 이르렀다.
  또 지금 나 석가문(釋迦文) 부처님이 세상에 나왔는데 이 산 이름은 기사굴산이라 하고 잠깐 동안에 이 산꼭대기에 이르게 된다.
  또 미륵(彌勒)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더라도 이 산 이름은 역시 기사굴산이라 할 것이다. 왜냐 하면 모든 부처님의 위신력을 모두 이 산이 생겨나게 하기 때문이다.
  비구들아, 이 사실로써 겁이 무너지는 일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음을 알 수 있느니라. 그리고 겁에는 두 종류가 있으니 곧 큰 겁[大劫]과 작은 겁[小劫]이다. 만일 그 겁에 여래가 세상에 나타나면 그 때에는 벽지불(辟支佛)은 세상에 나타나는 일이 없을 것이니 그 겁은 작은 겁이라고 한다. 만일 그 겁에 여래가 세상에 나타나면 그 때는 벽지불은 세상에 나타나는 일이 없을 것이니 그 겁은 큰 겁이라고 한다.
  비구들아, 이 사실로 보더라도 겁 수는 길고 멀어 헤아릴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이 겁 수의 이치를 기억하여야 한다."
  그 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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