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증일아함경 제47권

通達無我法者 2008. 1. 2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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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일아함경 제47권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49. 방우품 ②
  [ 6 ]
   ②
  그 때 세존께서 곧 혀를 내밀어 좌우의 귀를 핥으시고는 도로 거두어들이셨다. 그리고 곧 삼매에 들어 그 범지로 하여금 음마장(陰馬藏)을 보게 하셨다.
  이 때 범지는 부처님의 32상(相)과 80종호(種好)를 보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 때 시라(施羅)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바라문이고 사문은 찰리종(刹利種)입니다. 그러나 사문이나 바라문은 다 동일한 도(道)로서 하나의 해탈을 구합니다. 바라옵건대 사문은 우리들을 허락하시어 동일한 도를 얻게 하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그럴 생각이 있는가?"
  범지가 대답하였다.
  "저는 그럴 생각이 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뜻을 내어 하나의 해탈로 향해 가라. 그것은 이른바 바른 견해[正見]이니라."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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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른 견해가 곧 하나의 해탈입니까, 혹은 다른 해탈이 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지여, 다시 다른 해탈이 있어 열반의 세계를 얻는다. 거기에는 여덟 가지가 있으니, 이른바 바른 소견[正見]·바른 다스림[正治]·바른 말[正語]·바른 업[正業]·바른 생활[正命]·바른 방편[正方便]·바른 생각[正念]·바른 선정[正定]이다. 범지야, 이것을 일러 8품도(品道)로서 열반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 때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혹 중생으로서 이 8품도를 아는 이가 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을 아는 이는 한 백천 분이 아니다. 범지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수 없는 백천 중생들이 이 8품도를 아느니라."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혹 중생으로서 이 8품도를 모르는 이가 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중생으로서 모르는 이가 한 사람만이 아니다."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혹 중생으로서 이 법을 얻지 못하는 이가 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 도를 얻지 못하는 중생으로서 열한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무엇이 열한 가지인가? 이른바, 간사하고 거짓된 것, 나쁜 말을 하는 것, 충고하기 어려운 것, 은혜를 갚을 줄 모르는 것, 미워하기 좋아하는 것, 부모를 해치는 것, 아라한을 죽이는 것, 선근(善根)과 착한 일을 끊는 것, 악을 갚는 것, 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나쁜 생각으로 여래를 대하는 사람이다. 범지야, 이것을 일러 '열한 가지 종류의 사람은 이 8품도를 얻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다."
  이 8품도를 설명할 때에 그 범지는 온갖 번뇌가 없어지고 법안이 깨끗해졌다.
  그 때 시라 범지가 5백 명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각각 좋아하는 것을 공부해야 한다. 나는 여래의 밑에서 범행(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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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行)을 잘 닦으리라."
  그 제자들이 아뢰었다.
  "저희들도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싶습니다."
  그 때 범지와 그 5백 명 제자들은 모두 꿇어앉아 세존께 아뢰었다.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출가하여 도를 배우기를 허락하소서."
  부처님께서 모든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잘 왔다, 비구여. 여래의 앞에서 범행을 잘 닦으면 차츰 괴로움의 근본이 없어질 것이다."
  여래께서 이렇게 말씀하실 때 5백 명 범지들은 곧 사문으로 변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 5백 비구들을 위하여 미묘한 논을 말씀하셨다. 그 때 설하신 논은 보시에 대한 논[施論] 계율에 대한 논[戒論] 천상에 나는데 관한 논[生天論]이요, 또 탐욕은 더러운 것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가장 즐거운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여러 불세존이 항상 말씀하시는 법, 즉 괴로움·괴로움의 발생·괴로움의 소멸·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말씀하셨다.
  세존께서 모든 사람들을 위해 설법하셨을 때 그 5백 명은 온갖 번뇌가 영원히 없어졌고 상인(上人)의 법을 얻었다.
  그 때 시녕(翅甯) 범지가 아뢰었다.
  "때가 되었습니다. 원컨대 왕림하십시오."
  그 때 세존께서 시라 등 5백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도 모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져라."
  세존께서는 1천 비구들에게 둘러싸여 성 안으로 들어가 범지의 집에 이르러 자리에 앉으셨다. 그 때 시녕 범지는 5백 바라문이 모두 사문이 된 것을 보고 그들에게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여러분, 도에 나아가는 요점은 이보다 나을 것이 없소."
  이 때 시라 비구는 시녕을 위하여 다음 게송을 읊었다.
  
  이 요긴한 길보다 더 훌륭한
  그런 법이 이 밖에 또 없나니
  이렇게 훌륭한 비구의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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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보다 나은 것이 어디 있을까?
  
  그 때 시녕 범지가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조금 참으시고 때를 기다리소서. 그렇게 하시면 음식을 다시 장만하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미 장만한 음식을 곧 차려라. 모자랄까 걱정하지 말라."
  이 때 시녕 범지는 한량없이 기뻐하면서 몸소 음식을 돌려 부처님과 비구스님들을 공양하였다.
  세존께서 공양을 마치시고 발우를 거두시자 시녕 범지는 여러 가지 꽃으로 부처님과 비구스님들 위에 흩었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남녀 노소들은 모두 우바새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 때 범지의 부인이 아이를 배고 있었다. 그 부인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아이를 배었습니다. 이것이 사내아이인지 계집아이인지는 모르겠사오나 여래께 귀의하오니, 허락하시어 우바이(優婆夷)가 되게 하소서."
  그 때 여래께서는 대중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연설하시고, 그 자리에서 이런 게송을 읊었다.
  
  유쾌하여라. 이 복의 과보여,
  원하는 결과를 반드시 얻어
  차츰차츰 안온한 곳에 이르러
  근심과 액난(厄難)이 영원히 없으리.
  
  죽어서는 천상에 태어나게 되리니
  비록 그 어떤 마천(魔天)이라 할지라도
  이 복을 지은 사람으로 하여금
  다시 죄에 떨어지게 하지 못하리.
  
  그들도 또한 온갖 방편을 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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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현의 거룩한 지혜를 얻어
  괴로움의 근본을 모두 없애고
  여덟 가지 어려움 영원히 떠나리.
  
  세존께서 이 게송을 마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그 때 시녕 범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항상 하루에 한 끼를 먹으므로 몸이 가볍고 기력이 강성하다. 너희 비구들도 하루에 한 끼를 먹으면 몸이 가볍고 기력이 강성하여 범행을 닦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때 발제바라(跋提婆羅)1)가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하루에 한 끼니만 먹을 수는 없습니다. 왜냐 하면 기력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시주의 집에 가거든 1분(分)만 먹고 1분은 가지고 돌아오도록 하라."
  발제바라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그런 법을 쓸 수 없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에게는 재(齋)를 어기는 것을 허락하리니, 하루에 세 때를 먹어라."
  발제바라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그 법도 행할 수 없습니다."
  세존께서는 잠자코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그 때 가류타이(迦留陀夷)2) 해가 저물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1) 발제바라(跋提婆羅 , Bhadd lin)는 바제바라(波提婆羅)·발타리(跋陀利)라고도 한다.
2) 가류타이(迦留陀夷 , K lud yin)는 우다이(優陀夷)·우타(優陀)·가루오타이(加樓烏陀夷)라고도 하며, 대추흑(大麤黑) 또는 흑광(黑光)으로 한역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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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 걸식하였다. 날이 아주 어두워져 우다이(優陀夷)는 차츰 어느 장자 집에 이르렀다. 그 장자의 부인은 아이를 배고 있었다. 부인은 사문이 밖에서 걸식하는 소리를 듣고 곧 손수 밥을 가지고 나와 주려 하였다.
  그런데 우다이는 얼굴빛이 매우 검었는데 마침 하늘에서는 곧 비가 내릴 듯 여기저기서 번개가 쳤다.
  그 때 장자의 부인은 문을 나와 사문의 몹시 검은 얼굴빛을 보고 갑자기 놀라고 두려워 '귀신이다'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아, 나는 귀신을 보았다'라고 하면서 부르짖었다. 그 바람에 낙태하여 아기가 죽고 말았다.
  이 때 가류타이는 이내 절에 돌아와 근심에 잠겨 앉아 생각하고 후회하였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그 때 사위성에는 이런 나쁜 소문이 퍼졌다.
  '석종(釋種)의 제자 사문이 주술을 부려 남의 아이를 떨어뜨렸다.'
  그 중에 어떤 남녀들은 저희들끼리 이렇게 말하였다.
  "요즘의 사문들은 행동에 절도가 없고 음식에 때를 모르니 출가하지 않은 속인들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그 때 많은 비구들은 모든 사람들이 '석종의 제자 사문들은 절도가 없고 오고감에 거리낌이 없다'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 중에서 계율을 가지는 비구나 계율이 완전한 이들은 스스로 원망하고 이렇게 꾸짖었다.
  '사실은 우리들의 행동이 아니지만 그것은 음식에 제한이 없고 오고감에 시간이 없기 때문이니, 진실로 우리들의 잘못이다.'
  그들은 서로 이끌고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이 사실을 자세히 세존께 아뢰었다.
  그 때 세존께서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가서 가류타이를 불러오너라."
  그 비구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곧 가서 우다이를 오라고 하였다.
  이 때 우다이는 부처님께서 부르신다는 말을 듣고 곧 세존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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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세존께서 우다이에게 물으셨다.
  "네가 정말로 어제 저물게 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장자의 집에 이르러 장자의 부인을 낙태시켰느냐?"
  우다이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우다이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왜 시간을 분별하지 않고, 또 비가 오려고 하는데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느냐? 그것은 네가 할 짓이 아니다. 또 그것은 족성자로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서 음식에 탐착(貪着)하는 것이다."
  그 때 우다이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부터 다시는 범하지 않겠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의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그 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빨리 건추(揵搥)를 쳐서 모든 비구들을 보회강당에 다 모이게 하라."
  아난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곧 비구들을 모두 강당에 모으고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모든 비구들이 다 모였습니다. 세존께서는 때가 되었음을 아셔야 합니다."
  그 때 세존께서 곧 강당으로 가시어 한복판에 앉아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먼 옛날 모든 불세존(佛世尊)도 모두 하루에 한 끼니만 먹었고 모든 성문(聲聞)들도 하루에 한 끼니만을 먹었으며, 미래의 모든 부처님과 그 제자들도 하루에 한 끼니만 먹을 것이다. 왜냐 하면 그것은 도를 행하는 요긴한 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루에 한 끼니를 먹을 것이다. 만일 하루에 한 끼니를 먹게 되면 몸은 가볍고 마음은 열리게 될 것이다. 마음이 열리면 온갖 선의 뿌리를 얻을 것이요, 선의 뿌리를 얻으면 곧 삼매를 얻을 것이며, 삼매를 얻으면 사실 그대로 알게 될 것이다. 무엇을 사실 그대로 아는가? 이른바 괴로움에 대한 진리를 사실 그대로 알고,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진리를 사실 그대로 알며,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진리를 사실 그대로 알고,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한 진리를 사실 그대로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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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들 족성자는 이미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세속의 여덟 가지 업을 버렸으면서 때를 알지 못한다면 저 탐욕을 가진 사람들과 무슨 차별이 있겠는가? 범지(梵志)에게는 범지의 법이 따로 있고 외도(外道)에게는 외도의 법이 따로 있느니라."
  이 때 우파리(優波離)가 세존께 아뢰었다.
  "과거의 여래와 미래의 모든 부처님도 모두 하루에 한 끼니만 먹는다면 원컨대 세존께서도 비구들을 위하여 때를 한정하여 먹게 하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여래도 그런 지혜는 있다. 그러나 다만 범하는 이가 없기 때문이니, 반드시 눈앞에 죄가 있어야 제한을 정하는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완전히 하루에 한 끼니만 먹는다. 너희들도 하루에 한 끼니를 먹어야 한다. 이제 너희들은 점심때에만 먹고 때를 지나서 먹어서는 안 된다. 또 너희들은 걸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어떤 것이 비구가 배워야 할 걸식하는 법인가? 이른바 비구는 목숨을 지탱하는 것으로써 취지를 삼아, 얻어도 기뻐하지 않고 얻지 못해도 걱정하지 않는다. 음식을 얻었을 때에는 생각하고 먹고 탐착하는 마음이 없다. 그래서 다만 그것으로써 내 몸을 보존하며 묵은 병을 고치고 새 병이 나지 않게 하며 기력을 충족하게 한다. 비구들아, 이것을 걸식이라고 하느니라.
  너희 비구들은 한 번 앉아 먹어야 한다. 어떤 것이 비구가 한 번 앉아 먹는 것인가? 일어나면 먹는 법을 범하는 것이니, 다시 먹지 말아야 한다. 이것을 비구가 한 번 앉아 먹는 것이라고 한다.
  너희 비구들은 음식을 얻어서 먹어야 한다. 어떤 것이 비구가 음식을 얻어서 먹는 것인가? 말하자면 비구가 이미 음식을 얻었는데 다시 무엇이 있어 그것과 같을 것인가? 먹은 뒤에 또 얻더라도 다시 그것을 먹지 않아야 한다. 비구는 이와 같이 음식을 얻어서 먹어야 한다.
  너희 비구들은 세 가지 법의를 입고 나무 밑이나 한적한 곳에 앉으며 한데 앉아 고행하고 누더기 옷을 입으며 무덤 사이에 머무르고 헤어진 나쁜 옷을 입어야 한다. 왜냐 하면 욕심이 적은 사람을 찬탄하기 때문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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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분부하니 마땅히 가섭 비구처럼 되어야 한다. 왜냐 하면 가섭 비구는 12두타행을 스스로 행하고 또 남을 가르쳐 그 요긴한 법을 행하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분부하니 마땅히 면왕(面王)3) 비구처럼 되어야 한다. 왜냐 하면 면왕 비구는 나쁘고 헤어진 옷을 입고 장식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구들아, 이것이 나의 교훈이니 부디 생각하고 닦아 행하라.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한다.
  그 때 발제바라는 3개월이 지나도록 세존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지 않았다. 그래서 아난은 3개월이 지난 뒤에 처음으로 발제바라 비구에게 가서 말하였다.
  "지금 모든 비구들은 모두 누더기 옷을 깁고 있다. 그리고 여래께서는 곧 세간에 유행(遊行)하실 것이다. 지금 가서 뵙지 않으면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이 때 아난은 발제바라를 데리고 세존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의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지금부터 다시는 범하지 않겠습니다. 여래께서는 금계를 정하셨으나 제가 받지 않았습니다. 원컨대 용서해 주십시오."
  이와 같이 재삼 되풀이하였다.
  이 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의 참회를 받아주니 뒤에는 다시 범하지 말라. 왜냐 하면 내가 그 무수한 생사(生死)를 생각하건대, 혹은 나귀·노새·낙타·코끼리·말·돼지·염소 따위가 되어 풀을 먹고 그 몸을 길렀으며, 혹은 지옥에서 뜨거운 쇠 구슬을 먹었으며, 혹은 아귀가 되어 항상 고름과 피를 먹었고, 혹은 인간이 되어 5곡을 먹었으며, 혹은 하늘 사람이 되어 자연의 감로(甘露)를 먹었었다. 그리하며 무수한 겁 동안에 온갖 목숨을 받아 서로 다투면서 조금도 만족할 줄 몰랐었다.
  
  
3) 면왕(面王, Moghar jan)은 또한 모하라야(謨賀囉惹)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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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파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마치 불이 섶을 얻어 조금도 만족할 줄 모르고 또 큰 바다가 온갖 물을 머금어 만족할 줄 모르는 것처럼, 지금 범부들도 그와 같이 음식을 탐내어 만족할 줄 모른다."
  그 때 세존께서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생사가 끊어지지 않는 것
  그것은 모두 탐욕 때문이다.
  
  원망과 미움으로 악을 키우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익히는 것이라네.
  
  "그러므로 발제바라야, 항상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 알기를 생각하고 탐욕과 온갖 잡된 생각을 일으키지 말라. 우파리야,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한다."
  그 때 발제바라는 여래의 교훈을 받고 한적한 곳에서 스스로 힘쓰고 꾸짖었으니, 그 까닭은 족성자로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이가 위없는 범행을 닦으면 '삶과 죽음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았기 때문이었다.
  이 때 발제바라는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성문 제자들 중에서 음식을 제일 많이 먹는 이는 길호(吉護) 비구이다."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앙예촌(鴦藝村)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들은 모두 너희들을 사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만일 너희들에게 '너희들이 사문이냐?' 하고 물으면 너희들은 '사문이다'라고 대답한다. 나는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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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들에게 사문의 행과 바라문의 행에 대하여 말하리라. 너희들이 생각하고 닦아 익히면 뒤에 반드시 성취하리니, 그것은 확실하여 틀림이 없을 것이다. 나는 이제 그 이유를 설명하리라. 사문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으니, 습행(習行) 사문과 서원(誓願) 사문이다.
  무엇을 습행 사문이라고 하는가? 말하자면 비구로서 가고 옴·나아감과 머무름·바라봄·용모·옷을 입음·발우를 지니는 것이 모두 법과 같고, 탐욕·성냄·어리석음에 집착하지 않으며, 다만 계(戒)를 가키고 정진하여 법이 아닌 것을 범하지 않고 모든 계를 평등하게 배우는 것이니, 이것을 습행 사문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서원 사문이라고 하는가? 말하자면 비구로서 위의·계율·출입·나아감과 머무름·걸음걸이·용모·바라봄·거동이 모두 법과 같고, 번뇌를 없애 번뇌가 없게 되며, 현재에서 몸으로 증득하여 스스로 유행하면서 교화한다. 그래서 '삶과 죽음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아는 것이니, 이것을 서원 사문이라고 한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두 종류의 사문'이라고 한다."
  그 때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그 어떤 것을 사문의 법행(法行)이라고 하고 바라문의 법행이라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른바 비구로서 음식에 만족할 줄을 알고 밤낮으로 경행(經行)하며 때를 잃지 않고 여러 가지 도의 갈래를 행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비구의 온갖 감각기관이 고요한 것이라고 하는가? 말하자면 비구가 눈으로 빛깔을 보고도 집착하거나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거기에서 감각기관인 눈을 깨끗이 하여 온갖 나쁜 생각을 없애고 착하지 않은 법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맛을 보고 몸으로 감촉을 느끼며 뜻으로 법을 알더라도 거기에 집착하거나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지 않아서 감각기관인 뜻을 청정이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것을 비구의 모든 감각기관이 청정한 것이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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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것을 비구가 음식에 만족할 줄 아는 것이라고 하는가? 비구가 배를 요량해 먹고 살지거나 희어지기를 바라지 않으며, 다만 그 몸을 보존하려고 할 뿐이요, 묵은 병을 고치고 새 병은 다시 생기지 않아 범행을 닦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마치 어떤 남녀가 몸에 부스럼이 나면 때를 따라 고약을 바르는 것은 다만 부스럼을 고치려고 하는 것인 것처럼, 지금 이 비구들도 그와 같아서 배를 요량해 먹을 뿐이다. 또 수레에 기름을 치는 것은 멀리 가려고 하는 것인 것처럼, 비구가 배를 요량해 먹는 것은 목숨을 보존하려고 하는 것일 뿐이다. 이와 같은 것을 비구가 음식에 만족할 줄 아는 것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을 비구가 항상 깨어 있을 줄 아는 것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비구로서 초저녁과 새벽에 항상 깨어 있어 37도품(道品)의 법을 생각하고 낮에는 거닐면서 나쁜 생각과 온갖 번뇌[結]를 없애며, 초저녁과 새벽에도 거닐면서 나쁜 번뇌와 좋지 못한 생각을 없애고, 밤중에는 오른쪽으로 누워 다리를 포개고 다만 광명을 향하는 생각을 가지며, 또 새벽에는 드나들고 거닐면서 좋지 못한 생각을 버리는 것이니, 이와 같은 것을 비구가 늘 때를 알아 깨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아난아, 이것이 사문이 해야할 요긴한 행이다.
  
  그 어떤 것이 바라문이 해야할 요긴한 행인가? 비구는 괴로움에 대한 진리를 사실 그대로 알고, 괴로움의 발생·괴로움의 소멸·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안다. 그리고는 욕루(欲漏)의 마음·유루(有漏)의 마음·무명루(無明漏)의 마음에서 벗어나 해탈을 얻는다. 해탈을 얻고는 곧 해탈하였다는 지혜[解脫智]를 얻는다. 그래서 '삶과 죽음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태(胎)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아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바라문이 해야할 요긴한 행의 법이라고 한다.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것을 요긴한 행의 의미라고 하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사문을 식심(息心)이라 하나니
  온갖 악을 영원히 다 끊었기 때문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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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지를 청정(淸淨)이라 하나니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다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사문의 법행과 바라문의 법행을 항상 생각하고 닦아 행하여야 하느니라. 어떤 중생이라도 이 법을 행한 뒤에야 사문이라고 일컬을 수 있다.
  무엇 때문에 사문이라고 하는가? 온갖 번뇌를 아주 없애기 때문에 사문이라고 한다. 무엇 때문에 범지라고 하는가? 어리석고 미혹한 법을 모두 버렸기 때문에 범지(梵志)라고 한다. 또 찰리(刹利)라고도 하나니, 무엇 때문에 찰리라고 하는가?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끊었기 때문에 찰리라고 한다.
  또 목욕(沐浴)이라고도 하나니, 무엇 때문에 목욕이라고 하는가? 21결(結)을 다 씻어 없앴기 때문에 목욕이라고 한다. 또 깨달음[覺]이라고도 하나니, 무엇 때문에 깨달음이라고 하는가? 어리석은 법과 지혜로운 법을 밝게 깨달았기 때문에 깨달음이라고 한다. 또 저 언덕[彼岸]이라고도 하나니, 무엇 때문에 저 언덕이라고 하는가? 이 언덕에서 저 언덕에 이르기 때문에 저 언덕이라고 한다.
  아난아, 이런 법을 행할 수 있는 이라야 비로소 사문·바라문이라고 한다. 이것이 그 의미이니 부디 생각하고 받들어 행하라."
  그 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석시(釋翅) 가비라월(迦毗羅越) 니구류원(尼拘留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제바달두(提婆達兜) 왕자는 세존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에게도 도(道)에 들어가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해주소서."
  부처님께서 제바달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속가에 있으면서 시주가 되어 보시하는 것이 좋겠다. 사문이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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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 제바달두는 두 번 세 번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끝자리에라도 앉기를 허락해주소서."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너는 속가에 있는 것이 좋겠다. 출가하여 사문의 행을 닦는 것은 마땅치 않느니라."
  그 때 제바달두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사문이 질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구나. 나는 지금 내 손으로 직접 머리를 깎고 범행을 잘 닦으리라. 이 사문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이 때 제바달두는 곧 돌아가 제 손으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나는 석종의 제자이다'라고 스스로 일컬었다.
  그 때 수라타(修羅陀)4)라고 하는 비구가 있었다. 그는 두타행으로 걸식하면서 누더기 옷을 입고 다섯 가지 신통을 밝게 통달하였다.
  이 때 제바달두는 그 비구에게 가서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앞으로 나아가 말하였다.
  "원컨대 존자는 저를 위해 설법하여 오랜 세월 동안 안온함을 얻게 하십시오."
  수라타 비구는 곧 그를 위해 위의와 예절을 설명하고 말하였다.
  "이 법을 깊이 사유하여 가지고 버릴 것을 잘 분별하시오."
  이 때 제바달두는 그 비구가 시키는 대로 행하여 빠뜨리지 않았다.
  제바달두가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원컨대 존자는 저를 위해 신통을 얻는 길을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그 도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 때 비구는 그를 위해 신통을 얻는 길을 설명하였다.
  "당신은 지금 마음의 가볍고 무거움을 공부하시오. 마음의 가볍고 무거움을 알게 되거든, 다시 4대(大)인, 지(地)·수(水)·화(火)·풍(風)의 가볍고 무거움을 분별하고, 4대의 가볍고 무거움을 알게 되거든 곧 자재삼매(自
  
  
4) 수라타(修羅陀, Sur dha)는 또한 수뢰타(須賴陀)라고도 하며, 한역하면 선득(善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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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在三昧)를 수행하고, 자재삼매를 행하고 나서는 다시 용맹삼매(勇猛三昧)를 닦으며, 용맹삼매를 수행하고는 다시 심의삼매(心意三昧)를 수행하고, 심의삼매를 수행하고는 다시 자계삼매(自戒三昧)를 수행하시오. 자계삼매를 마치고 나면 오래지 않아 곧 신통의 도를 성취할 것입니다."
  그 때 제바달두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는 스스로 마음의 가볍고 무거움을 깨달았고 다시 4대의 가볍고 무거움을 깨달았다. 그리고 여러 가지 삼매를 모두 닦아 하나도 빠뜨림이 없었다. 그래서 오래지 않아 신통의 도를 성취하였다. 이리하여 무수한 방편으로 무량한 변화를 부렸으므로 그 명성이 사방에 멀리 퍼졌다.
  그 때 제바달두는 신통의 힘으로 삼십삼천에까지 올라가 우발연화(優鉢蓮花)와 구모두화(拘牟頭華) 등 갖가지 꽃을 꺾어 가지고 와서 아사세(阿闍世) 태자에게 바치면서 말하였다.
  "이 꽃은 삼십삼천에 나는 꽃으로 석제환인이 보내어 태자에게 바치는 것입니다."
  그 때 왕태자는 제바달두의 신통이 이러한 것을 보고 곧 수시로 공양하고 그가 필요한 것을 대주었다. 태자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제바달두의 신통은 참으로 따르기 어렵다.'
  이 때 제바달두는 다시 제 모습을 숨기고 어린아이의 몸으로 변화해 태자의 무릎 위에 앉았다. 여러 궁녀들은 각기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아이는 누구인가? 귀신인가, 하늘인가?"
  그 말을 마치기 전에 그는 다시 몸을 변화해 본래의 몸으로 되었다. 이 때 왕태자와 궁녀들은 모두 찬탄하였다.
  "그것이 바로 제바달두였구나."
  곧 필요한 것을 모두 공급해주었고 또한 이러한 말을 퍼뜨렸다.
  "제바달두의 이름과 덕망은 이루 다 기록할 수가 없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은 이 소문을 듣고 세존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아뢰었다.
  "제바달두는 신통이 매우 많아 의복·음식·침구·병에 맞는 의약품 등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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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 제바달두의 이양(利養)을 탐내지 말라. 그리고 그의 신통의 힘을 부러워하지도 말라. 그는 곧 신통의 힘 때문에 삼악도(三惡道)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제바달두가 얻는 이양과 그 신통은 장차 다해 없어질 것이다. 왜냐 하면 그는 스스로 몸과 입과 뜻으로 나쁜 행을 짓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 제바달두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이 신통이 있으면 나도 신통이 있다. 사문 구담이 아는 것이 있으면 나도 아는 것이 있다. 사문이 귀족이면 나도 귀족이다. 만일 사문 구담이 한 가지 신통을 나타내면 나는 두 가지를 나타낼 것이요, 사문이 두 가지를 나타내면 나는 네 가지를 나타낼 것이며, 그가 네 가지를 나타내면 나는 여덟 가지를 나타낼 것이요, 그가 여덟 가지를 나타내면 나는 열여섯 가지를 나타낼 것이며, 그가 열여섯 가지를 나타내면 나는 서른두 가지를 나타낼 것이다. 그 사문이 나타내는 신통을 따라 나는 자꾸 그보다 갑절이아 더 나타낼 것이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이 제바달두의 이 말을 들었다. 그 중의 5백여 비구들은 제바달두에게로 갔다. 그리하여 제바달두와 그 5백 비구들은 태자의 공양을 받았다.
  이 때 사리불과 목건련이 서로 의논하였다.
  "우리 함께 저 제바달두에게 가서 그가 설법할 때 무엇을 말하는지 들어보자."
  곧 그들은 함께 제바달두에게 갔다.
  그 때 제바달두는 멀리서 사리불과 목건련이 오는 것을 보고 곧 그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저 두 사람은 실달(悉達)의 제자이다."
  그리고는 매우 기뻐하였다. 사리불과 목건련은 거기 가서 서로 문안인사를 나누고 한쪽에 앉았다.
  이 때 다른 비구들은 모두 이렇게 생각하였다.
  '석가문(釋迦文) 부처님의 제자들이 지금 다 제바달두에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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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제바달두가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비구들을 위하여 설법할 수 있겠느냐? 나는 조금 쉬고 싶다. 등 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다리를 포개고 오른 쪽으로 누워 흐뭇한 마음으로 곧 잠이 들었다.
  사리불과 목건련은 제바달두가 잠든 것을 보고 곧 신통으로 모든 비구들을 모아 데리고 공중을 날아 돌아갔다.
  이 때 제바달두는 잠에서 깨어나 비구들이 보이지 않자 잔뜩 화를 내며 이렁헥 말하였다.
  "내가 만일 원수를 갚지 못하면 제바달두가 아니다."
  이것이 제바달두가 첫 번째 5역죄(逆罪)를 범한 것이었다.
  그는 막 이렇게 생각하자 곧 신통을 잃고 말았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제바달두 비구는 대단한 신통이 있어서 우리 성중(聖衆)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제바달두는 단지 지금만 성중(聖衆)을 무너뜨린 것이 아니다. 과거 세상에서도 늘 성중을 무너뜨렸었다. 그 내력을 말하면 과거에도 성중을 무너뜨렸고 또 악한 생각을 내어 '나는 기어코 사문 구담을 잡아죽이고 삼계에서 부처가 되어 홀로 높아 짝이 없이 되리라'고 하였다."
  이 때 제바달두가 아사세 태자에게 말하였다.
  "옛날에 사람의 수명이 매우 길었지만 지금은 짧아졌습니다. 만일 왕태자가 하루아침에 목숨을 마친다면, 이 세상에 헛되이 태어난 것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런데 왜 부왕을 해쳐 성왕(聖王)의 자리를 이어 받지 않습니까? 나는 여래를 해치고 부처가 될 것이니, 그 때에는 새 왕과 새 부처로서 얼마나 유쾌하겠습니까?"
  그 때 아사세 태자는 곧 문지기를 보내어 부왕을 잡아 감옥에 가두고 스스로 왕이 되어 나라를 다스렸다.
  이 때 신하들이 저희끼리 수군거렸다.
  "저 아들은 태어나지 않은 것이 좋았을 뻔 했다. 원한을 품은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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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뜻에서 아사세왕이라고 이름한 것이다.
  이 때 제바달두는 아사세왕이 그 부왕을 가둔 것을 보고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도 기어코 사문 구담을 잡아 죽이리라.'
  그 때 세존께서는 기사굴산의 한 작은 산 곁에 계셨다. 제바달두는 기사굴산으로 가서 길이 30주(肘) 너비 15주가 되는 큰 돌을 들어 세존께 던졌다.
  이 때 산신 금비라(金毘羅)5)가 항상 그 산에 머물고 있었는데, 제바달두가 돌을 들어 부처님께 던지는 것을 보고 곧 손을 펴 온 몸을 덮었다. 그러나 부서진 돌 한 조각이 여래의 발을 때려 곧 피가 흘렀다.
  그 때 세존께서 제바달두를 보고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또 나쁜 생각을 내어 여래를 해치려고 하는구나."
  이것이 두 번째 5역죄였다.
  그 때 제바달두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끝내 사문 구담(瞿曇)을 죽이지 못하였다. 다시 방편을 구하리라.'
  그리고는 거기서 떠나갔다.
  그는 아사세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검은 코끼리에게 취하도록 술을 먹여 사문을 해치게 하십시오. 왜냐 하면 이 코끼리는 몹시 사나와서 틀림없이 사문 구담을 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만일 저 사문이 일체지(一切智)가 있다면 반드시 내일은 성에 들어와 걸식하지 않을 것이요, 일체지가 없다면 틀림없이 성에 들어와 걸식하다가 이 사나운 코끼리에게 죽임을 당할 것입니다."
  아사세왕은 곧 독한 술을 코끼리에게 먹여 취하게 하고 온 나라 백성들에게 영(令)을 내렸다.
  "편하기를 구하고 목숨을 아끼는 자는 내일은 성안을 다니지 말라."
  그 때 세존께서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라열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그런데 그 나라의 남녀노소와 사부대중들은 아사세왕이 코끼리에게 술을 먹여 여래를 해치려 한다는 말을 듣고 모두 서로 이끌고 세존께 나
  
  
5) 금비라(金毘羅 , Kumbh ra)는 또한 금비로(金鞞盧)·공비라(供毗羅)라고도 하며 한역하면 위여(威如)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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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라열성에 가셔서 걸식하지 마십시오. 왜냐 하면 아사세왕이 코끼리에게 취하도록 술을 먹여 여래를 해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여러 우바새들에게 말씀하셨다.
  "등정각(等正覺)은 결코 남의 해침을 받지 않느니라."
  세존께서는 그 말을 들었으나 평상시와 똑같이 성 안으로 들어갔다. 이 때 그 사나운 코끼리가 멀리서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는 불꽃처럼 성이 나서 여래께 달려와 해치려고 하였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코끼리가 오는 것을 보고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코끼리야, 이 용을 해치지 말라.
  용과 코끼리는 나타나기 어렵나니
  너는 이 용을 해치지 않음으로
  저 좋은 곳에 태어나게 되리라.
  
  그 코끼리는 여래께서 읊으시는 게송을 듣고 곧 앞으로 나아가 꿇어앉아 여래의 발을 핥았다. 그리고 허물을 뉘우치고 마음이 편치 않아, 곧 목숨을 마치고는 삼십삼천에 태어났다.
  그 때 아사세왕과 제바달두는 코끼리의 죽음을 보고 매우 슬퍼하였다.
  제바달두가 왕에게 말하였다.
  "사문 구담이 코끼리를 잡아 죽였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이 사문 구담은 큰 신력이 있고 온갖 기술(伎術)이 많아 곧 주술(呪術)로써 저 큰 코끼리를 죽인 것입니다."
  왕이 다시 말하였다.
  "이 사문은 반드시 큰 위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나운 코끼리의 해침을 받지 않은 것입니다."
  제바달두가 대답하였다.
  "사문 구담은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주술이 있어서 저 외도 이학(異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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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 모두 항복 받거늘 하물며 축생 따위이겠습니까?"
  이 때 제바달두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아사세왕을 살펴보니 그는 뉘우치며 마음이 변하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한 그는 근심하고 불쾌해 하면서 라열성을 나왔다.
  그 때 법시(法施) 비구니는 멀리서 제바달두가 오는 것을 보고 그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지금 하시는 일은 아주 잘못된 일입니다. 지금 후회하기는 쉽지만 뒤에는 아마 어려울 것입니다."
  제바달두는 이 말을 듣고 더욱 화가 나서 곧 물었다.
  "이 중년[禿婢]아, 내게 무슨 잘못이 있기에 지금은 쉽고 나중에는 어렵다고 하느냐?"
  법시 비구니가 대답하였다.
  "당신은 지금 악인(惡人)들과 함께 온갖 죄악의 근본을 지었습니다."
  이 때 제바달두는 불꽃같은 성이 치밀어 곧 손으로 그 비구니를 때려 죽였다.
  제바달두는 그 진인(眞人 : 阿羅漢)을 죽이고 자기 방으로 돌아와 여러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나는 지금 나쁜 생각을 내어 사문 구담에게 향하였지만 그것은 의리에 맞지 않다. 아라한으로서 나쁜 생각을 내어 아라한을 향해서는 안 된다. 나는 지금 저 분에게 참회하는 것이 옳다."
  이 때 제바달두는 이 때문에 근심에 잠겨 이내 중병을 얻었다. 그는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사문 구담을 찾아가 뵐 기운이 없다. 너희들은 나를 부축해 가지고 저 사문에게로 가자."
  그 때 제바달두는 열 손톱에 독약을 바르고는 다시 그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나를 가마에 메고 사문에게로 가라."
  제자들은 그를 가마에 메고 세존에게로 떠났다.
  그 때 아난이 멀리서 제바달두가 오는 것을 보고 곧 세존께 아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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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바달두가 지금 저기에 오고 있습니다. 반드시 뉘우치는 마음이 있어 여래께 참회를 구하려는 것일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제바달두는 끝내 내게 오지 못할 것이다."
  아난은 두 번 세 번 되풀이해 아뢰었다.
  "지금 저 제바달두가 참회를 하려고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저 나쁜 사람은 끝내 여래에게 오지 못할 것이다. 그는 오늘 목숨이 이미 다 되었느니라."
  그 때 제바달두는 세존께서 계신 곳에 이르기 전에 그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지금 누워서 여래를 뵐 수는 없다. 가마에서 내려 뵙는 것이 마땅하다."
  제바달두가 땅에 막 발을 내딛자 땅 속에서 큰 불바람[火風]이 일어나 그의 몸을 에워쌌다. 그 때 제바달두는 불에 타면서 곧 여래께 후회하는 마음이 생겨 막 '나무불(南無佛)'이라고 외치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 말을 마치지 못한 채 '나무'만을 일컫고 곧 지옥으로 들어갔다.
  그 때 아난은 제바달두가 지옥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세존께 여쭈었다.
  "제바달두가 지금 목숨을 마치고 지옥에 들어갔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제바달두는 지금 죽어 마지막 곳으로 가지 못하였다. 지금 그는 나쁜 생각을 일으켜 여래의 몸을 해치려 하였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다음에 아비지옥(阿鼻地獄)에 들어갔다."
  아난은 눈물을 흘리고 슬피 울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왜 그처럼 슬피 우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아직 애욕(愛欲)의 마음이 다하지 못하였고 욕심[欲]6)을 끊지 못하였기 때문에 슬피 웁니다."
  
  
6)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성본(聖本)에는 욕(欲)이 결(結)로 되어 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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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세존께서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만일 사람들이 스스로 행(行)을 짓고
  그 근본을 도로 관찰해 보면
  선(善)한 이는 그대로 선한 과보를 받고
  악(惡)한 이는 그대로 악한 재앙을 받는다.
  
  세상 사람들이 나쁜 행을 행하여
  죽어서 지옥의 고통을 받더라도
  만일 그가 또 선(善)한 행을 행하면
  몸을 바꾸어 하늘의 복을 받으리.
  
  그는 제가 스스로 악한 일을 행해
  제 스스로 지옥에 들어갔거니
  그것은 이 부처님의 허물 아니다.
  너는 지금 어찌하여 슬피 우는가?
  
  그 때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제바달두는 지금 죽어 어디에 태어났습니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제바달두는 목숨을 마치고 아비지옥에 들어갔다. 왜냐 하면 그는 5역죄를 지었기 때문에 그런 과보를 받는 것이다."
  아난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의 말씀과 같습니다. 자기가 죄를 지어 현세의 몸으로 지옥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지금 눈물을 흘리면서 슬피 우는 까닭은 제바달두가 그 이름과 종족을 아끼지 않고, 또 부모와 어른들을 위하지 않으며 모든 석씨를 욕되게 하고 우리 문중을 헐뜯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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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달두가 현재의 몸으로 지옥에 들어간 것은 진실로 그럴 수 없는 일입니다. 왜냐 하면 우리 문족(門族)은 전륜성왕의 지위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제바달두의 몸은 왕족에서 나왔는데 현세의 몸으로 지옥에 들어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제바달두는 현세의 몸으로 번뇌를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세의 몸으로 과(果)를 증득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삶과 죽음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태(胎)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고, 진인(眞人)의 자취를 배워 아라한이 되어 무여열반(無餘涅槃)의 세계에서 반열반(般涅槃)했어야 할 터인데, 어찌 현세의 몸으로 지옥에 들어갈 줄 알았겠습니까?
  제바달두가 이 세상에 있을 때에 큰 신력(神力)과 신덕(神德)이 있어 능히 삼십삼천에까지 올라갔고 변화가 자재(自在)하였는데 어떻게 그런 사람이 지옥에 들어갈 수 있습니까? 알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제바달두는 지옥에서 얼마만한 세월을 지나야 하겠습니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사람은 지옥에서 한 겁(劫)을 지내야 할 것이다."
  그 때 아난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러하오나 겁에는 대겁(大劫)과 소겁(小劫), 이 두 종류가 있는데, 그는 어떤 겁을 지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는 대겁을 지내야 할 것이다. 이른바 대겁이란 즉 현겁(賢劫)이니, 그는 그 겁수(劫數)를 지나고 행이 끝나면 목숨을 마치고 도로 사람의 몸을 받아 태어날 것이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바달두는 인간의 근본[人根]을 모두 잃어버리고야 비로소 다시 이룩하겠습니다. 왜냐 하면 겁의 수효가 길고 멀기 때문입니다. 대개 대겁이란 현겁에 불과합니다."
  그 때 아난은 더욱 슬피 울고 흐느끼면서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바달두는 아비지옥에서 나오면 다음에는 어디에 태어나겠습니까?"
  
[1266 / 1393] 쪽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제바달두는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사천왕천에 태어날 것이다."
  아난이 다시 물었다.
  "또 거기에서 목숨을 마치면 어디에 태어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거기에서 목숨을 마치면 계속하여 차례로 삼십삼천(三十三天)·염천(焰天)·도솔천(兜率天)·화자재천(化自在天)·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태어날 것이다."
  아난이 다시 물었다.
  "거기에서 목숨을 마치면 또 어디에 태어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제바달두는 지옥에서 목숨을 마치고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나면 60겁을 지내도록 삼악도(三惡道)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과 인간을 왕래하다가 최후로 사람의 몸을 받을 것이다. 그러고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워 벽지불이 될 것이니, 그 때는 이름을 '나무'라 할 것이다."
  그 때 아난이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와 같이 제바달두는 악의 과보로 말미암아 지옥의 죄를 받았는데, 또 어떤 공덕을 지었기에 60겁 동안 삶과 죽음을 지내면서도 고뇌를 받지 않고, 다시 벽지불이 되어 그 이름을 '나무'라 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잠깐 동안의 착한 마음도 그 복을 비유하기 어렵거늘, 하물며 제바달두처럼 고금(古今)의 일에 두루 밝고 외워 익힌 것이 많으며, 온갖 법을 모두 가져 들은 것을 잊지 않는 이이겠는가?
  생각하면 저 제바달두는 과거의 원한으로 해칠 마음을 내어 여래를 향하였으나, 다시 과거 인연의 과보로 기쁜 마음을 가지고 여래를 향하였으므로 이 인연의 과보 때문에 60겁 동안 삼악도에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는 또 마지막 목숨을 마칠 때에 부드럽고 즐거운 마음으로 '나무'라고 했기 때문에 뒷날 벽지불이 되어 그 이름을 '나무'라 할 것이다."
  
[1267 / 1393] 쪽
  그 때 아난이 곧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예배하고 거듭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의 말씀과 같습니다."
  이 때 대목건련이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아비지옥으로 가서 제바달두를 위해 요긴한 행을 설명하고, 그를 위로하고 경하(慶賀)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알아서 하되 너무 경솔하고 성급하게 하지 말고, 마음을 전일(專一)하게 하고 뜻을 바르게 하여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지 말라. 왜냐 하면 매우 악한 중생은 다루기 어렵고 성취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비지옥에 떨어진 것이다. 또 그 죄인들은 인간의 음성과 말을 주고받는 것을 알지 못한다."
  목련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64가지 말을 다 통하니 그 음성(音聲)으로 그에게 가서 말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때를 알아서 하라."
  아난이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 때 대목련이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예배한 뒤에 부처님을 세 번 돌고, 그 앞에서 마치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짧은 동안에 곧 아비지옥으로 들어갔다.
  이 때 대목건련이 아비지옥의 허공에서 손가락을 퉁겨 깨우면서 말하였다.
  "제바달두야."
  제바달두는 묵묵히 있고 대답하지 않았다.
  이 때 옥졸들이 목련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지금 어느 제바달두를 불렀는가?"
  옥졸들이 다시 말하였다.
  "지금 여기는 구루손 부처님 때의 제바달두도 있고 구나함모니 부처님 때의 제바달두와 가섭 부처님 때의 제바달두도 있으며, 또 속가에 있던 제바달두와 출가한 제바달두도 있다. 비구여, 지금 그대는 어느 제바달두를 불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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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련이 대답하였다.
  "지금 내가 부른 사람은 석가문 부처님의 숙부의 아들 제바달두이다. 그 이를 보고 싶다."
  이 때 옥졸들이 손에 쇠고랑을 들고 혹은 불꽃을 잡아 그 몸을 지지며 부수고 있었다. 제바달두의 몸에는 벌건 불꽃이 붙어 그 불길의 높이가 30주나 되었다. 여러 옥졸들이 제바달두에게 말하였다.
  "이 미련한 놈아, 왜 잠만 잤느냐?"
  제바달두는 온갖 고통에 몹시 괴로워하면서 대답하였다.
  "너희들은 지금 나를 어떻게 하려는 것이냐?"
  옥졸들이 말하였다.
  "너는 지금 공중을 쳐다 보라."
  곧 그 말을 따라 공중을 쳐다보다가, 대목련이 보배연꽃 위에 가부좌하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는데, 해가 구름을 헤치는 것 같았다. 제바달두는 그것을 보고 곧 이런 게송을 읊었다.
  
  그 누가 하늘 광명 나타내기에
  해가 구름을 헤치고 나오는 것 같은가?
  또 마치 순금으로 된 산 덩어리 같아
  더러운 티끌 때가 전혀 없구나.
  
  그 때 목련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바로 석씨의 사자
  구담(瞿曇) 종족의 후예로서
  그의 성문(聲聞) 제자이거니
  이름을 대목련이라 한다.
  
  그 때 제바달두가 목련에게 말하였다.
  "존자 목건련이여, 무엇 때문에 여기에 오셨습니까? 여기 중생들은 한량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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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많은 죄를 지어 교화하기 매우 어렵고 착한 일을 짓지 않아 목숨을 마치고 여기 와서 태어난 것입니다."
  목련이 대답하였다.
  "나는 부처님의 사자로서 일부러 여기에 왔다. 너를 가엾이 여겨 괴로움의 근본을 뽑아 주려고 한다."
  이 때 제바달두는 '부처님'이라는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원컨대 존자는 곧 자세히 설명하여 주십시오. 여래 세존께서는 어떤 분부가 계셨습니까? 다시 나쁜 세계가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시지는 않으셨습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제바달두여, 두려워하지 말라. 지옥은 매우 괴로우나 이보다 더 괴로운 곳은 없다. 저 석가문 불(佛)·여래(如來)·지진(至眞)·등정각(等正覺)께서는 온갖 곤충까지 불쌍하게 여기시는데, 마치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 같이 해서 마음에 차별이 없으시다. 그래서 때를 따라 법을 연설하여 마침내 차례를 잃지 않게 하며, 또 그 종류를 어기지 않고 한량없이 연설하신다.
  지금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처음에 나쁜 생각을 내어 세존을 해치려고 하였고, 또 다른 사람을 시켜 죄악의 근본으로 나아가게 하였다. 그 인연의 과보로 아비지옥에 들어가 한 겁을 지내는 동안에는 나갈 기약이 없을 것이다. 그러다가 그 겁수가 지나고 행이 다하여 목숨을 마치고 나면 사천왕천에 태어날 것이요, 거기서 계속하여 차례대로 삼십삼천·염천·도솔천·화자재천·타화자재천에 태어나서, 60겁 동안은 악취(惡趣)에 떨어지지 않고 인간과 천상으로 돌아다니다가 최후로 몸을 받으면 도로 사람으로 태어날 것이다.
  그리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 틀림없이 벽지불이 되어 그 이름을 '나무'라 할 것이다. 왜냐 하면 네가 전에 죽음에 다다라 목숨이 끊어지려 할 때에 '나무'라고 일컬었기 때문에 그 이름을 가지게 된다.'
  지금 저 여래께서는 그 '나무'라고 한 착한 말을 관찰하셨기 때문에 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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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 말씀하셨고, 60겁 동안 악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벽지불이 되리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 때 제바달두는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착한 마음이 생겨 다시 목련에게 아뢰었다.
  "여래께서 말씀하신 가르침은 반드시 그러하리라고 의심하지 않습니다. 중생을 가엾이 여겨 한량없이 많은 중생들을 제도하시고, 또 큰 자비로 어리석고 미혹한 이를 교화하십니다. 비록 제가 지금부터 아비지옥에서 오른 쪽으로 누워 한 겁을 지내더라도 마음과 뜻이 전일하고 발라 마침내 괴로워하거나 지겨워하지 않겠습니다."
  목련이 다시 제바달두에게 말하였다.
  "어떠냐? 지금 네 고통에 혹 증감(增減)이 있느냐?"
  제바달두가 대답하였다.
  "제 몸의 고통은 갈수록 더하고 덜하지 않습니다. 지금 여래께서 주시는 이름을 받아 고통이 조금 덜하지만 그것은 말할 것도 못됩니다."
  목련이 물었다.
  "네가 지금 괴로워하는 고통의 모양은 어떤 종류인가?"
  제바달두가 대답하였다.
  "뜨거운 쇠 바퀴로 몸을 깔아 부수고 쇠 절구공이로 몸을 찧으며, 검고 사나운 코끼리가 제 몸을 짓밟고, 또 불산[火山]이 와서 제 얼굴을 누르며, 옛날에 입었던 가사가 몹시 뜨거운 구리쇠 경첩이 되어 제 몸에 와서 감습니다. 그 고통의 모양은 이와 같습니다."
  목련이 물었다.
  "너는 과연 네 죄의 근본을 알고 그런 고통을 받는가? 내가 지금 낱낱이 분별해 주리니 너는 듣고 싶은가?"
  제바달두가 대답하였다.
  "예, 곧 말씀하여 주십시오."
  그 때 목련은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너는 옛날에 가장 훌륭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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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구 승단(僧團)을 무너뜨렸다.
  그래서 지금 뜨거운 쇠 절구로
  너의 온 몸을 찧고 부순다.
  
  그리고 너는 그 대중의
  제일 가는 성문(聲聞)으로서
  비구 스님들과 싸웠으므로
  지금 뜨거운 바퀴에 치인다.
  
  너는 옛날에 국왕을 시켜
  술 취한 코끼리 놓았으므로
  지금 저 검은 코끼리 떼가
  너의 온 몸을 짓밟는다.
  
  너는 옛날에 큰 돌을 들어
  멀리 여래의 발에 던졌으므로
  지금에 그 불 산의 과보로
  남김 없이 너를 태운다.
  
  너는 옛날에 주먹으로
  그 비구니를 죽였으므로
  지금 뜨거운 구리쇠 경첩으로
  감아 태워 펴지지 않는 것이다.
  
  과보는 끝내 무너지지 않고
  또 그것은 헛되지 않나니
  그러므로 부디 부지런히 힘써
  온갖 악의 근본을 여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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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바달두여, 네가 옛날에 지은 악의 근본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그러므로 부디 알뜰한 마음으로 불여래(佛如來)를 향함으로써 오랜 세월 동안 한량없이 많은 복을 얻도록 하라."
  제바달두가 다시 목련에게 아뢰었다.
  "이제 목련께 부탁합니다. 땅에 엎드려 세존의 발에 예배하옵고 문안 인사를 드립니다. '기거함이 경건하시고 행보도 편안하십니까?'라고 합니다. 아울러 존자 아난께도 예배한다고 전해 주십시오."
  그 때 존자 대목건련은 큰 신통을 놓아 아비지옥의 고통을 쉬게 하였다. 그리고 다시 게송을 읊었다.
  
  석씨의 스승 가장 훌륭한 이께
  '나무불'이라고 모두들 외쳐라.
  그 이라면 능히 안온함을 베풀어주고
  온갖 고뇌를 덜어 버리시느니라.
  
  그 때 지옥 중생들은 목련의 이 게송을 듣고 6만여 명은 행이 다하고 죄가 끝나 곧 거기에서 목숨을 마치고는 사천왕천에 태어났다.
  목련은 곧 신통을 거두고 자기 처소로 돌아왔다. 그는 세존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제바달두는 문안드리며 공경하고 받들기 한량없는데 '기거함에 가볍고 행보도 편안하십니까?' 하고 문안드렸으며, 또 아난께도 문안하면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여래께서 (60겁 중에 벽지불(辟支佛)이 되어 이름을 '나무'라 하리라)고 기별(記莂)을 주시니, 저는 비록 아비지옥 속에서 오른 쪽으로 누워 있더라도 마침내 그 괴로움을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하다. 목련아, 많은 이익을 주었고 많은 은혜를 베풀었구나. 중생을 가엾이 여기고 천상과 인간을 편안하게 하였으며, 여래의 모든 성문들로 하여금 차츰 번뇌가 사라진 열반에 이르게 하였다. 그러므로 목련아,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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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력하여 세 가지 법을 성취하도록 하라. 왜냐 하면 만일 저 제바달두가 몸으로 짓는 세 가지와 입으로 짓는 네 가지와 뜻으로 짓는 세 가지의 선한 법을 수행하였더라면 그는 몸을 마치도록 이양(利養)을 탐하지 않고 또 5역죄(逆罪)를 지음으로써 아비지옥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무릇 이양을 탐내는 사람은 삼보(三寶)에 공경하는 마음이 없고, 또한 금계(禁戒)를 받들어 지니지 않으며,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행을 완전히 갖추지 않고, 다만 탐내는 일에만 뜻을 오로지 하여 몸과 입과 뜻으로 행하기 때문이다. 목련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목련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중생들이 자애로운 마음[慈心]을 닦아 해탈하고, 그 이치를 널리 펴서 남을 위해 연설하면 반드시 열한 가지 과보를 얻을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열한 가지인가? 누워도 편안한 것, 깨어도 편안한 것, 나쁜 꿈을 꾸지 않는 것, 하늘도 보호하는 것, 사람도 사랑하는 것, 독약을 먹지 않는 것, 무기를 받지 않는 것, 물·불·도둑·적의 침해를 당하지 않는 것,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범천(梵天)에 태어나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자애로운 마음을 수행하면 열한 가지 복을 얻는다'고 하는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 곧 이 게송을 읊으셨다.
  
  만일 자애로운 마음을 닦고
  또 방일(放逸)한 행동 없으면
  온갖 번뇌가 점점 엷어져
  마침내 도의 자취 보게 되리라.
  
[1274 / 1393] 쪽
  자애로운 마음을 행함으로
  반드시 저 범천에 태어날 것이요
  어느 새 온갖 그 번뇌 사라져
  함이 없는 그 곳에 아주 가리라.
  
  죽이지 않고 해칠 마음 없으며
  승부(勝負)를 겨루는 그 뜻이 없으면
  사랑을 행하여 일체를 덮어
  마침내 원한의 마음 없으리.
  
  "그러므로 비구들아, 부디 방편을 구하여 자애로운 마음을 수행하고 그 이치를 널리 펴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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