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연경정토원기 (延慶淨土院記) / 정언 진료옹 (陳了翁)
정언 (正言) 진료옹 (陳了翁:陳瓘) 은 남검주 (南劍州) 사람으로 젊은 나이에 급제하였다.
성품이 조용하고 단아하여 세상사람들과 다투는 일이 없었으며, 남의 단점을 보면 한번도
면전에서 꺾어버리지 않고 약간의 뜻만 보여서 일깨워주었다.
공은 처음에는 잡화엄 (雜華嚴:화엄경의 다른 명칭) 을 받들어 자못 조예가 있었다. 그러다
가 명지 (明智) 법사를 만나 천태종 (天台宗) 의 종지를 물으니, 명지법사는 지관 (缺觀) 법
문 중에서 상근기가 닦는 부사의경을 가르쳐 주었는데, 그것은 청정한 본성에서 보자면 원
래 닦을 것이 없기 때문에 작위 없는 행을 이룬다는 내용이었다. 공은 여기서 홀연히 깨달
았다. 만년에는 유배당하여 섬에 살았는데 그때도 전혀 불만이 없었고 오직 서방정토에 돌
아가기를 염하였다. 공은 또 「연경정토원기 (延慶淨土院記) 」를 지었는데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ꡒ여래께서 9품을 설하셨을 때에도 지성으로 하는 자를 상상품으로 삼으셨고, 지자 (智者)
대사가 「10론 (十論) 」을 지을 때도 빈틈없이 얽힌 의심을 깨부수라 하셨다. 얽힌 것이 풀
리면 정식 (情識) 이 흩어져 지 (智) 가 나타난다. 그렇게 되면 미타정토의 경계를 다른 데
서 구할 것이 없으니 마치 맑은 거울을 보면 자기 모습을 볼 수 있는 것과 같다."
또 이렇게도 말하였다.
ꡒ마치 맑고 깨끗한 둥근 달이 그림자를 모든 물 속에 드리우되 그 바탕은 둘이 아니고, 물
결대로 흩어지는 것을 거두어 한곳으로 돌아오게 하듯 시방세계를 한곳으로 모은다. 또한
거울 열 개를 빙둘러 쳐놓고 가운데 등불 하나를 켜둔 것과 같아서 등불의 모습이 거울 속
에서 교차되어 동서를 가릴 수가 없으나 반드시 제자리는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서쪽은 원래
서쪽이 아니고 각각 비춰지는 영상에 따라 자리가 뒤섞이니 보이는 경계를 뉘라서 집착할
수 있겠는가. 번뇌 속에 살며 한쪽 방향에만 집착하는 견해로 어찌 여래의 걸림없는 경계를
헤아릴 수 있겠는가."
혜인 (慧因) 법사는 이렇게 말하였다. ꡒ요옹 (了翁) 의 정토에 관한 말이 불조의 오묘한
종지를 깊히 씹어 본 말이라고 할 만하다.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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