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보감(人天寶鑑)

61. 승직을 버리고 은거하다 / 해월 변 (海月 辯) 선사

通達無我法者 2008. 2. 20. 14:33
 


61. 승직을 버리고 은거하다 / 해월 변 (海月 辯) 선사



해월 변 (海月慧辯)  도사 (都事:도사는 都僧正을 말함) 는 운간 (雲間)  사람이다. 태어나

면서 남다른 바가 있어 그의 부모가 보조사 (普照寺) 에 들여보내 출가시켰다. 명지 (明智祖

韶) 법사에게 법을 얻었는데 명지법사가 늙자 명을 받고 8년간 대신 강의를 하다가 마침내

절 일을 맡게 되었다.

한림학사 심시경 (沈時卿) 이 항주 (杭州) 의 승려들을 사납게 대하므로 그를 만나는 사람

마다 겁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유독 법사만은 평소와 다름없이 여유로웠으므로 공

이 남다르다고 하여 승직에 앉게 하였고, 그후 도승정 (都僧正) 으로 옮겨 앉게 되었다.

당시 소동파가 항주태수로 있었는데 그의 도행이 높고 말씨가 아름다움을 좋아하여 한번은

이런 글을 지었다.



ꡒ승려가 많은 것으로는 아마도 전당 (錢塘) 이 으뜸가는데 그중에는 도력과 덕성, 재주와

지혜가 있는 분과 망령되고 옹졸하며, 잔꾀나 부리고 거짓되게 사는 사람들이 뒤섞여 있어

서 그들을 일률적으로 부르기가 어렵다. 그래서 승직에 승정 (僧正) 과 부승정 (副僧正) 을

두고, 그 밖에 별도로 도승정 (都僧正)  한사람을 보충하였다. 그리하여 장부나 문서관리, 또

는 쫓아다니며 손님을 맞이하는 수고는 전적으로 부승정 이하에게 맡기고 도사는 중요한 일

만을 맡게하였으니 실로 수행과 깨달음이 대중의 표상이 되기 때문이다."



법사는 용모와 행동이 단정하고 조용하였으며 쓸데없는 물건을 쌓아두지 않았다. 밤에 도

둑이 그의 방에 들었는데 입었던 옷을 벗어주고 샛길로 도망치게 하였다. 그 자리에 있은

지 얼마 안되어 사람 만나는 일이 귀찮아서 초당에 돌아가 은거하였는데 여섯가지 필수품

〔六事:3의와 발우, 방석, 물병〕 만이 몸에 딸려왔을 뿐이었다.

입적하면서 소동파가 도착하거든 관뚜껑을 닫으라고 미리 유언을 남겼다. 소동파가 나흘만

에야 산에 도착하여 스님이 산사람처럼 단정히 앉아 있는 것을 보았는데 이마는 그때까지도

따뜻하였다. 마침내 절구 (絶句)  3수를 지어 그를 조곡 (弔哭) 하였다.



그대가 남긴 자취를 찾고저

굳이 옷을 적시며 찾아왔네

본래 그대로가 태어남이 없는데

없어짐이 있을 수 있겠는가

오늘밤 그대 강당에 떠오른 달은

옛날처럼 뜰에 가득하건만 서리같이 차구나.

欲尋遺跡强沾裳  本自無生可得亡

今夜生公講堂月  滿庭依舊冷如霜



나고 죽음은 팔이 굽혔다 펴지는 것 같은데

망정 모여 생긴 우리들 한결같이 쓴고생이라

백낙천 (白樂天) 은 봉래섬의 손님이 아니었고

서방정토에 기대어 그곳 주인 되었다네.

生死猶如譬屈伸  情鍾我輩一酸辛

樂天不是蓬萊客  憑仗西方作主人



뜬구름 일어났다 꺼지는 인연을 찾고저 하나

인연은 없고 도리어 꿈 속의 몸만을 보네

마음을 편히하여 잘 머문 사람은 왕문도 (王文度) 이니

이 도리를 남에게 물어볼 것 있겠는가.

欲訪浮雲起滅因  無緣却見夢中身

安心好住王文度  此理何須更問人 「탑명 (塔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