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보감(人天寶鑑)

57. 가장 모진 병 / 회암 미광 (晦庵邇光) 선사

通達無我法者 2008. 2. 20. 14:26
 


57. 가장 모진 병 / 회암 미광 (晦庵邇光) 선사



회암 미광 (晦庵邇光:?~1155)  선사는 민현 (縣)  장락 (長樂)  사람이다. 영남으로 나와서

원오 극근 (圓悟克勤:1063~1135, 임제종 양기파) , 불심 본재 (佛心本才:임제종 황룡파)  등

큰스님들을 찾아뵙다가 마침 대혜 종고 (大慧宗曠:1089~1163, 임제종 양기파)  선사가 광인

사 (廣因寺) 에 살고 있다 하여 찾아가 그 밑에서 공부하였다.

미광선사가 하루는 대혜선사를 모시고 가다가 물었다.

ꡒ저는 이곳에 와서도 철저하게 깨닫지 못했으니 그 병통이 어디에 있습니까?"

대혜스님이 대답하였다.

ꡒ그대의 병은 가장 모진 병이다. 세상에서 이름난 의원도 속수무책이니 그 이유가 무엇인

지 아는가? 다른 사람은 죽어서 살아나지 못하는데, 그대는 살아있을 줄만 알지 아직 죽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크나큰 안락의 땅에 도달하려면 한번은 죽어야만 하는 것이다."

미광선사가 더욱 의심이 생겨 방장실에 들어가니 대혜선사가 물었다.

ꡒ죽은 먹었는가? 발우는 씻었는가? 약을 먹느라 가리는 음식 〔藥忌〕 일랑 집어 치우고

한마디 던져 보아라."

미광선사가 ꡒ찢어버렸습니다" 하자, 대혜선사가 엄한 기세로 악! 하고 할(喝)을 하고는

ꡒ그대는 또 와서 선을 이야기할 참이냐!" 하니, 미광선사는 여기서 크게 깨달았다.

대혜선사는 북을 쳐서 대중을 모아놓고 알렸다.



토끼털을 뽑았다고 해해거리다가

일격에 만겹 관문의 쇠사슬이 열렸도다

평생에 통쾌한 경사는 오늘같은 날인데

누가 말하나 천리 밖에서 나를 속여 먹었다고.

兎毛拈得笑哈哈  一擊萬重關巍開

慶快平生在今日  孰云千里 吾來



그러자 미광선사는 송을 지어 바쳤다.



한번 부딪쳐 기연을 만나니 성난 우뢰같은데

놀라 일어나 수미산을 북두성에 감추었구나

넘실대는 큰 파도는 하늘에 닿는데

콧구멍 〔鼻孔:본래면목〕 을 뽑아드니 입 (언어문자) 을 잃어버렸네.

一 當機怒雷吼  驚起須邇藏北斗

洪波浩颯浪滔天  拈得鼻軫失却口 「어록등 (語錄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