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선원없던 곳에 선원을 세우다 선섬 / (善穢) 선사
수주 (秀州) 선섬 (開善善穢) 선사는 다섯 살에 벌써 빼어난 기질을 보였다. 그리하여 그
의 어머니가 특별하다고 여겨 자성사 (資聖寺) 로 보내 출가케 하니, 선사는 여러 곳의 선원
을 두루 둘러보고 돌아왔다. 그런데 수주 (秀州) 에는 그때까지 선원이 없었고, 주지로 올
사람을 기다리자니 그때까지 자리가 빌 형편이었다. 선사는 머물던 절을 선원으로 고치고
제방 선림의 청규를 그대로 시행하며 절 살림을 주관하였다.
당시 오중 (吳中) 의 승려들은 자리에 질서를 잃어 세력의 고하로 자리를 정하고 계율이나
덕행은 조금도 따지지 않았다. 선사는 이를 개탄하고 글을 올려 관가에서 다스려 줄 것을
구하여 그 일을 바로잡은 적이 있다. 선사가 명교 숭 (明敎契) 선사에게 말하였다.
ꡒ나는 도를 가지고 그다지 세상 사람들을 지혜롭게 하지도 못했고 덕행 또한 보잘 것 없으
니 윗 성인들께 부끄럽습니다. 게다가 그들이 법을 어지럽히는 것을 구차하게 참고 보고만
있으니 이것이 더욱 부끄러운 일입니다."
설숭선사가 말하였다.
ꡒ그렇게 겸손해 할 것 없다. 종문의 묘한 도에는 다다른 사람이 드물고, 출세간 수행의 극
치인 12두타 (十二頭陀) 는 우리 스님네들도 하기 어려운 수행이다. 법을 위해 분연히 몸을
돌아보지 않는 일도 역시 사람으로서 하기 어려운 일인데, 선사는 이 모든 것을 체득해서
행하니 무엇이 부끄럽단 말인가?" 「영당기 (影堂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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