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보감(人天寶鑑)

85. 선문 (禪門) 에서 정토수행도 아울러 하다 / 원조 종본 (圓照宗本) 선

通達無我法者 2008. 2. 20. 16:35
 

85. 선문 (禪門) 에서 정토수행도 아울러 하다 / 원조 종본 (圓照宗本) 선사



원조 종본 (圓照宗本:1022~1099) 선사는 상주 (常州) 사람인데 타고난 성품이 순박하여 겉

치레를 일삼지 않았다. 천의 회 (天衣義懷:936~1064, 운문종) 선사에게 귀의하여 헤진 옷에

때 묻은 얼굴을 하고, 물긷고 방아찧고 밥짓는 일을 맡아보았다. 낮에는 스님네들의 뒷바라

지에 쫓아다니고 밤이면 새벽까지 좌선하며 고생을 무릎쓰고 정진하였는데 조금도 흐트러짐

이 없었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ꡒ수행하면서 대중의 일도 맡고 있으니 정말 수고가 많습

니다"하니 선사는 한 법이라도 버리면 원만한 공부라 할 수 없다. 결단코 이 생에서 이 몸

으로 깨치려는데 감히 고단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하였다.

서광사 (瑞光寺) 에 주지 자리가 비어서 선사에게 주지하도록 명하였다. 그곳에 이르러 북을

치니 대중이 모였는데 갑자기 북이 땅에 떨어져 떼굴떼굴 구르면서 크게 울렸다. 한 스님이

선사의 이름을 부르면서 ꡒ이것은 화상의 우뢰 같은 법음이 땅을 진동할 상서로운 징조입니

다"라고 하였는데 어느덧 그는 온데간데가 없었다. 이때부터 선사의 법석은 큰 성황을 이루

었다. 그 후에 여러 절에서 다투어 선사를 맞이해 갔고 만년에는 정자사 (淨慈寺) 에 주지하

였다. 영지사 (靈芝寺) 의 조 (元照) 율사와 가까운 친구가 되었는데, 조율사가 법의를 주었

더니 선사는 종신토록 법좌에 오를 때면 언제나 그 법의를 입었다.

동도사 (東都寺) 의 희법사 (6法師) 가 정 (定) 에 들었을 때 정토를 본 일이 있었다. 그곳

연꽃에 금으로 된 글자로 ꡐ항주 영명사 비구 종본의 자리'라고 크게 씌어 있었다. 희법사

가 그 일을 이상하게 여겨 각별히 찾아가 예를 올리고 물었다.

ꡒ선사께서는 교외별전의 종 (宗) 인데 어찌하여 정토에 자리가 있습니까?"

선사가 대답하였다.

ꡒ내가 비록 선문 (禪門) 에 있지만 늘 정토수행도 아울러 했기 때문이다."

「업등기 (業等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