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문무고(宗門武庫)

종문무고(宗門武庫) / 서 1

通達無我法者 2008. 2. 20. 18:09
 


종문무고(宗門武庫) / 서 1


대혜 (大慧宗曠) 선사의 기변 (機辯) 을 병법에 비유하자면 한신 (韓信:漢代의 명장) 과 백기 (白起:전국시대의 명장) 에 짝할 수 있다.

그들이 성채를 휩쓸고 고을을 섬멸할 때 거리적거리는 자는 격파하고, 부딪치는 자는 땅바닥에 쓰러뜨리니 백만이나 되는 마구니들은 멀리서 그의 모습만 바라보고서도 창을 거꾸로 든 채 도망친다.

사람들은 당당한 군사가 북을 울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 가로막는 자가 없는 것을 볼 뿐, 대장기 아래 편히 앉아 있는 노선사는 이제껏 한 치의 쇠붙이도 들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모른다.

 

휘하의 비장 (裨將) 들은 그가 구축한 진영터의 발자취를 살펴보면서 그가 탄식하고 말했던 것들을 모아 「무고 (武庫)」라 이름하였으니 우리 국왕의 창고에도 과연 그와 같은 칼이 있었구나.

그러나 선사께서 말하지 않았던가.

취모검 (吹毛劍) 이란 움직이지 않아도 온누리 모두가 칼과 창이라고. 잠깐 이 창고 속에 들어간 자가 혹시 도적 마음을 모두 없애고 재빨리 칼날 위에서 몸을 뒤집을 수 있다면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중달 (司馬仲達) 을 도망치게 만드는 격이며, 그렇지 못하다면 칼을 잃어버린 지 오래인데 그제서야 뱃전에다 칼이 떨어진 곳을 새겨놓는 자일 것이다. 나를 알아줄 것도, 나를 허물할 것도 오로지「춘추 (春秋)」  뿐이다.*



순희 (淳熙)  병오년 (1186)  4월 초하루 담재 (淡齋) 에서 이영 (李泳) 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