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은혜를 잊어버린 자 / 선섬 (善穢) 도인
선섬(善穢) 도인은 오랫동안 설두중현 (雪竇重顯:980~1052) 스님에게 공부한 분이다. 설두스님이 금아사 (金輪寺) 의 주지로 추천하려 하니 섬스님은 이 말을 듣고는 밤에 몰래 방장실 벽 위에 게송을 써놓고 도망쳐 버렸다.
조사의 등불을 이을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영남 혜능에게 끼지 못할 나의 도가 부끄럽기 때문이오
삼경 달빛아래 암두산을 떠나갈 제
말없이 돌아보는 푸른 산에 그리운 마음 뿐이외다
삼십여년 동안 사해에서
스승 찾아 벗을 찾아 한가한 날 없었는데
오늘 아침에사 무심경지 이르게 되어
무심결에 이 산을 쫓겨나는 몸.
不是無心繼祖燈 道慚未廁嶺南能
三更月下離巖穢 眷眷無言戀碧層
三十餘年四海間 尋師擇友未嘗閑
今朝得到無心地 却被無心趁出山
섬도인은 그 뒤에 개선사 (開先寺) 의 주지로 세상에 나와 덕산혜원 (德山慧遠) 스님의 법을 잇고, 이어 설두스님에게 이 사실을 서신으로 전했다. 설두산 앞에 사는 노파가 섬도인의 심부름꾼을 보고 기쁜 얼굴로 물었다.
ꡒ섬수좌가 세상에 나와서는 누구를 위하여 향을 피우던가?ꡓ
ꡒ덕산 혜원선사요.ꡓ
이 말에 노파는 욕지거리를 퍼부어댔다.
ꡒ설두스님이 그의 똥창자를 깨끗이 씻어주고 선을 설해 주었는데 어떻게 그처럼 배은망덕할 수 있느냐!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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