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문무고(宗門武庫)

25. 오조스님의 세 제자들

通達無我法者 2008. 2. 20. 20:48
 


25. 오조스님의 세 제자들



불안 (佛眼淸遠, 1067~1120) 선사가 오조 스님 회하에 있을 때였다. 원오 (원悟克勤:1063~1135) 스님이 ꡐ제일구에서 알아차리면 부처와 조사의 스승이 될 수 있고 제이구에서 알아차리면 인천 (人天) 의 스승이 될 수 있으며 제삼구에서 알아차리면 자신도 구제하지 못한다' 하신 임제대사의 말씀을 들어 설법한 적이 있었다. 하루는 불안스님이 원오스님에게 느닷없이, ꡒ내가 너에게 삼구를 보여 주겠다ꡓ 하고는 손가락을 꼽으면서 ꡒ이것은 제이구, 이것은 제삼구ꡓ 하고는 곧장 달아나 버렸다.

원오스님이 이 일을 오조스님에게 말하니 오조스님은 ꡒ그거 좋구나!ꡓ 하였다.

불안스님은 마침내 오조스님을 하직하고 귀종사 (歸宗寺)  진정 (眞淨克文:1025~1102) 스님을 뵈러 떠나갔는데 그후 오조스님이 원오스님에게 말하였다. ꡒ귀종은 파도가 거세고 큰 깃발을 휘둘러대는 수단을 쓴다. 청원이 그곳에 가더라도 반드시 그와 맞지 않을 것이다.ꡓ 그런데 며칠이 안되어 불안스님은 원오스님에게 서간을 보내왔다.



ꡒ여기 귀종사에 와보니 우연찮게 그물에 구멍이 났다. 운거 청 (雲居:靈源惟淸, ?~1117) 수좌의 「회당화상 찬 (晦堂眞贊)」에, ꡐ소문엔 부귀를 누린다 하더니만 막상 보니 가난뱅이로군!ꡑ 하는 구절을 듣고 의심하였는데, 막상 그를 만나보니 그 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ꡓ



그 해를 넘기고 그는 다시 오조산 (五祖山) 에 돌아왔는데 대중들이 설법을 청하니 불자를 잡고 심성 (心性) 에 관한 선을 설법하였다. 오조스님은 청원이 이처럼 선을 설법하니 이제는 아무도 그를 어쩌지 못할 것이라고 하였다.



원오스님은 일찍이 기주 (州)  북쪽 오아사 (烏牙寺) 의 방 (方) 스님에게 공부하였고, 불감 (佛鑑) 스님은 동림사의 선비 도스님에게 공부하였다. 두 사람 모두가 조각 (照覺) 스님의 평실선을 터득한 후 함께 오조의 문하에 왔는데 평소 얻은 바를 한 구절도 써보지 못하고 오랫동안 깨친 바 없었으므로 두 사람은ꡐ오조가 일부러 그르쳐 놓았다ꡑ 생각하고 불손한 말을 하고 화를 내면서 떠나려 하니, 오조스님이 말했다.

ꡒ너희들은 이곳을 떠나 절강성을 돌아다니다가 한 차례 열병을 겪을 것이니 그때 비로소 나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ꡓ

원오스님은 금산사 (金山寺) 에 도착하자 갑자기 열병에 걸렸는데 무척 심하여 중병려 (重病閭:요양소) 에 옮겨졌다. 그래서 평소에 터득한 선으로 병을 이겨보려고 하였지만 한 구절도 힘이 되지 못하자 오조스님의 말씀을 되새겨보고 병이 조금이라도 나으면 곧장 오조산으로 돌아가겠다고 스스로 맹서하였다. 한편 불감스님도 정혜사 (定慧寺) 에 있다가 역시 열병을 앓아 위급하게 되었다. 원오스님은 다시 깨어나자 정혜사를 경유하여 불감스님을 끌고서 회서 (淮西) 까지 함께 돌아왔다. 그러나 불감스님은 그때까지도 고집을 버리지 않고 원오스님에게 먼저 돌아가라 하니, 어쩔 수 없이 원오스님만이 그 길로 오조산에 돌아왔다. 법연 (오조) 스님은 기뻐하면서 ꡒ네가 다시 돌아왔느냐ꡓ 하고는 곧 선당에 들어가게 하고 시자를 시켰다.

그 후 반달이 지났을 무렵 우연히 진제형 (陳提刑:覺民) 이 벼슬을 그만두고 촉으로 돌아가는 길에 산중을 지나다가 오조스님에게 도를 물었는데 이야기 끝에 오조스님이 말하였다.

ꡒ제형은 어린시절에 「`소염시 (小艶詩)」를 읽어본 적이 있소? 그 시 가운데 두 구절은 제법 우리 불법과 가까운 데가 있습니다.ꡓ



소옥아! 소옥아! 자주 부르지만 볼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랑이 내 목소리를 알아줬으면 함이다.

頻呼小玉元無事  祗要檀郞認得聲



제형은 연신 네, 네, 하였고 오조스님은 자세히 생각해 보라고 하였다.

때마침 원오스님이 밖에서 돌아와 곁에 모시고 섰다가 물었다.

ꡒ듣자하니 스님께서 「소염시」를 인용하여 말씀하는데 제형이 그 말을 알아들었습니까?ꡒ

ꡒ그는 소리만을 들었을 뿐이지.ꡓ

ꡒ단랑이 나의 목소리를 알아줬으면 하였는데 그가 그 소리를 들었다면 어찌하여 깨닫지 못했습니까?ꡓ

ꡒ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인가? 뜰 앞의의 잣나무니라. 앗!ꡓ

원오스님은 이 말에 갑자기 느낀 바 있어 방문을 나서니 닭이 홰에 날아올라 나래를 치며 우는 모습이 보였다. 이에 다시 ꡐ이것이야말로 그 소리가 아니겠느냐' 하고 드디어 소매 속에 향을 넣고 방장실에 들어가 자기가 깨달은 바를 말하니 오조스님에게 말하였다.

ꡒ부처나 조사들의 큰 일이란 하열한 근기로는 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너의 기쁨을 도왔구나!ꡓ

그리고는 다시 산중 노스님들에게 ꡒ나의 시자가 선 (禪) 을 알았다ꡓ고 널리 알렸다.

한편 불감스님은 절강에서 오조산으로 돌아온 뒤에도 머뭇거리며 선뜻 선원에 들어오려 하지 않자 원오스님이 말하였다.

ꡒ나와 네가 서로 헤어진 지 겨우 한달 남짓인데 지금 서로 만나 예전과 비교하니 어떻느냐?ꡓ

ꡒ나는 그저 네가 의심스럽다.ꡓ

불감스님은 마침내 선당에 들어왔다.

어느 날 원오스님과 함께 오조스님을 모시고 산에 놀러갔다가 오조스님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동사 (東寺:如會禪師, 744~823) 스님이 앙산 (仰山:慧寂, 802~887) 스님에게 물었다.

ꡒ너는 어디 사람이냐?ꡓ

ꡒ광남 (廣南) 사람입니다.ꡓ

ꡒ내 듣기에는 광남에 풍랑을 멈추게 하는 구슬 〔鎭海明珠〕 이 있다 하는데 그 구슬을 얻었는가?ꡓ

ꡒ얻었습니다.ꡓ

ꡒ구슬은 무슨 색이던가?ꡓ

ꡒ보름 달밤엔 나타나지만 그믐엔 보이지 않습니다.ꡓ

ꡒ내게 보여주지 않겠는가?ꡓ

앙산이 차수 (叉手) 하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말했다.

ꡒ저는 어제 위산에 도착하여 이 구슬을 찾아보라는 말을 듣고는 대답할 말이 없고 펼쳐 보일 이치도 없었습니다.ꡓ



오조스님은 불감스님을 돌아보며 말하였다.

ꡒ이미 구슬을 얻었다 해놓고 그 구슬을 찾자 그 때는 대답할 말도 없고 펼쳐 보일 이치도 없다고 한 것은 어찌된 일인가?ꡓ

불감스님은 아무 말이 없다가 그후 어느 날 갑자기 원오스님에게 말하였다.

ꡒ앙산이 동사를 만난 인연에 대하여 나도 할 말이 있다. 동사는 당시 한 알의 구슬만을 찾았는데 앙산은 당장 한 더미의 구슬을 쏟아 놓았다.ꡓ

원오스님은 이 말을 깊이 수긍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