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문무고(宗門武庫)

81. 예언대로 받은 업보 / 평 (平) 시자

通達無我法者 2008. 2. 21. 09:36
 

81. 예언대로 받은 업보 / 평 (平) 시자



대양사 (大陽寺) 의 평 (平) 시자는 여러해 동안 명안 (明安:警玄, 조동종) 선사의 선실에서 공부하여 그의 종지를 다 터득하고 생사문제를 자기 일로 삼았으나 동료를 모함하고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시기하였다. 낭야 광조 (廣照) 선사와 공안 원감 (公安圓鑑:浮山法遠) 선사가 대중승으로 있을 때 분양 (陽善昭:임제종) 선사가 명안선사의 종지를 탐색해보기 위하여 두 선사를 대양사에 머물도록 하였다. 명안선사는 평시자에게 은밀히 종지를 전수하면서, 동상종 (洞上宗:曹洞宗) 을 일으켜 멀지 않아 깨달은 것이라 하였다.

두 선사는 분양선사에게 말하였다.

ꡒ평시자라는 사람이 있는데 명안선사가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을 가리키면서 ꡐ평시자는 이곳이 좋지 않다ꡑ고 하였습니다. 또한 엄지손가락을 구부려 가운데 손가락과 교차시켜 세 갈래로 보여주면서, 평시자가 이곳을 떠난다 하여도 여기에서 죽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ꡓ

명안선사는 입적하면서 ꡐ전신을 묻어도 10년은 무난할 것이며 대양사를 위하여 열심히 이바지할 것이다ꡑ라고 유언하였다. 유해를 탑에 넣을 때 문도들은 평시자가 선사에게 불리한 짓을 할까봐 두려워 하였다. 도위 (都尉)  이화문 (李和文:遵) 이 시주한 금은 따위의 기물 (器物) 로 탑명을 새겼는데 과연 그것이 없어졌다.

그후 평시자가 대양사의 주지가 되었을 때, 갑자기 스승의 탑이 풍수지리에 좋지 못하니 시신을 꺼내 화장해야겠다고 하였다. 산중의 노승들이 모두 간곡히 만류했으나 평시자는 지신에게 방해되는 일이 있다며 결국 탑을 파헤쳤다. 선사의 모습은 마치 산 사람같았으며 장작불이 모두 탄 뒤에도 그대로였다. 대중은 모두 놀랐으나 평시자는 마침내 도끼로 뇌를 부수고 기름을 부어 불을 지피자 잠깐 사이에 재가 되고 말았다.

대중이 이 사실을 관아에 알렸고, 평시자는 탑안의 물건을 절취하고 은사에게 불효하였다는 죄에 걸려 환속 당하였다. 평시자는 자칭 황수재 (黃秀才) 라 하고 낭야선사를 찾아가니 낭야선사가 말하였다.

ꡒ예전의 평시자가 지금은 황수재가 되었구나. 내 대양사에 있을 때 네가 하는 짓을 다 보았다.ꡓ

그리고는 드디어 받아들이지 않자 또다시 공안선사를 찾아갔는데 공안선사 역시 돌아보지도 않았다. 평시자는 의탁할 곳 없이 떠돌아다니다가 뒷날 세갈래 갈림길 입구에서 범을 만나 잡혀 먹혔다. 그는 결국 대양선사가 손가락을 굽혀 보여준 그 예언을 면하지 못한 것이다.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