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문무고(宗門武庫)

83. 나고 죽는 인연을 자기 뜻대로 하다 / 귀종 가선 (歸宗可宣) 선사

通達無我法者 2008. 2. 21. 09:40
 



83. 나고 죽는 인연을 자기 뜻대로 하다 / 귀종 가선 (歸宗可宣) 선사



귀종 선 (歸宗可宣) 선사는 한주 (漢州)  사람이다. 낭야 광조 (廣照) 선사의 법제자인데 곽공보 (郭功甫:郭祥正) 와는 매우 절친한 사이였다. 어느 날 갑자기 남강 (南康) 태수가 무슨 일로 그를 문책하니 선선사는 사람을 보내 곽공보에게 서신을 전하면서 서신 전하는 자에게 현령에게는 보이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당시 곽공보는 남창 (南昌) 의 태위 (太尉) 로 있었는데, 서신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ꡒ나에게는 다하지 못한 세상 인연이 6년 더 남아있는데 오늘날 이 핍박을 견딜 수 없어 그대의 집에 의탁하여 태어나고자 하니 그대가 살펴주기를 바라오.ꡓ



선선사는 마침내 열반하였다.

곽공보는 편지를 받고 기쁨과 놀라움으로 가슴이 벅찼다. 그날밤 그의 아내는 꿈속에서 선선사가 어렴풋이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서 자기도 모르게 ꡒ이 곳은 스님이 오실 곳이 아닙니다ꡓ 하고 소리쳤다. 곽공보가 그 까닭을 몰으니 아내가 꿈이야기를 하자 그는 등불을 밝히고 선선사의 서신을 내보였다. 과연 임신을 하여 아기를 낳자 그의 이름을 선노 (宣老) 라 하였다. 겨우 돌이 되자 기억하고 묻는 것이 옛과 다름 없었다.

세 살이 되던 해 백운 단 (白雲守端) 스님이 그의 집 앞을 지나간 일이 있었다. 곽공보가 스님의 이름을 부르며 쫓아나가 만나자 멀리서 그를 바라보고 사질 (師姪) 이라고 불렀다. 백운스님이 그에게 물었다.

ꡒ스님과 헤어진 지 몇 해요?ꡓ

ꡒ4년이요.ꡓ

ꡒ어디서 헤어졌소?ꡓ

ꡒ백련장 (白蓮莊) 에서요.ꡓ

ꡒ무엇으로 증명하겠소?ꡓ

ꡒ아버지 어머니가 내일의 재에 스님을 초청할 것이요.ꡓ

갑자기 문밖에 수레를 끌고가는 소리가 들리자 백운스님이 물었다.

ꡒ문밖에 무슨 소리요?ꡓ

선노가 수레 밀치는 시늉을 하자 다시 물었다.

ꡒ지나간 뒤에는 어떻게 되는가?ꡓ

ꡒ평지에 한줄의 도장이 파이지!ꡓ

그는 여섯살이 되자마자 아무런 병도 없이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