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문무고(宗門武庫)

82. 게송 천 수를 지었으나 / 태화 (太和) 산주

通達無我法者 2008. 2. 21. 09:38
 



82. 게송 천 수를 지었으나 / 태화 (太和) 산주



아미산 (峨山) 의 백장로 (白長老) 가 한번은 이렇게 말하였다.

ꡒ고향사람인 설두스님이 지은 백여 수의 송은 문장이나 뜻이 남보다 뛰어나지 않는데도 어찌하여 부질없이 세상에 큰 명성을 얻었을까.ꡓ

그리고는 드디어 게송 천수를 지어 열곱절 많게 하고 스스로 이를 엮어 문집을 만들었다. 그는 후일 자신의 명성이 설두선사를 압도하리라고 잘못 생각하고서 가는 곳마다 사람들에게 감상해주기를 요구하였다.

당시 태화산주 (太和山主) 라는 스님이 있었는데 그는 당대에 도 있다는 큰스님을 두루 친견하고 법창 우 (法昌遇:1005~1081) 선사에게 법을 얻은 분이다. 그는 세상에 나와 태화사에 주지를 하면서 산주 (山主) 라 불릴 만큼 그 기세가 여러 선림을 압도하였고, 함부로 인가해주지 않았다. 백장로가 자기 송을 가지고 태화산주를 찾아가 귀감이 될 만한 한마디 말을 얻어서 후학들에게 신임을 받으려 하였으나 태화산주는 그 송을 보고서 침을 뱉고 말하였다.

ꡒ이 송은 마치 겨드랑이에서 노린내나는 환자가 바람머리에 서 있는 것과 같아서 냄새를 맡아줄 수가 없다.ꡓ

그 후로 백장로는 다시는 남에게 내보이지 않았다.

후일 황노직 (黃魯直:정견) 은 그 말을 듣고 성도 (成都)  대자사 (大慈寺) 에 가서 큰 글씨로 벽 위에다 시 한수를 썼다.



아미산 백장로

게송 천 수를 지어 문집을 내었더니

태화산주 말씀이 걸작이라

겨드랑이 노린내나는 환자가 바람머리에 서 있는 것 같다나.

峨嵋白長老  千頌自成集

大和曾有言  雅臭當風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