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오심요(圓悟心要)

25. 민선인(民禪人)에게 주는 글

通達無我法者 2008. 2. 21. 11:43
 





25. 민선인(民禪人)에게 주는 글



옛 성인께서는 삼씨 한 말과 보리 한 톨을 먹었으며, 옛 스님들은 괴로움을 몸소 겪고 음식을 담박하게 먹으면서 여기에만 정결한 뜻을 두었다. 잠도 잊고 먹을 것도 잊은 채 오로지 확고히 참구하여 실다이 깨치고자 하였으니, 어찌 이른바 풍요로운 4사(四事) 공양을 바랬으랴! 도가 옛날만 못하게 되자, 법륜(法輪)은 구르지 않았는데, 식륜(食輪)이 먼저 구른다는 비난이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총림에선 장로를 죽반두(粥飯頭)라 부르게 되었으니, 옛날과 비교하면 완전히 상반된다 하지 않을 수 있으fi?



그러나 인연을 따라 변화하는 부분에서는 두 번째 단계라도 시행해야 하는데, 북쪽 산에 앉아 사방에서 찾아오는 납자를 제접하면서도 그저 남쪽 밭 두덩을 쳐다볼 뿐이다.



마침 금년 가을은 크게 풍년이 들었으니 청컨대 각민선객(覺民禪客)은 베어 거두도록 하시라. 떠나는 길에 한 마디 청하길래 위의 이야기를 해준 바, 무엇보다도 근본을 받들어 지말에 파급하는 일을 중히 여겨야 한다. 그래야 날카로움과 관조를 겸하게 되리니, 이는 원만하게 깨닫고 통달한 사람의 본분사이다. 힘써 실천해야만 좋으리라.



일반적으로 도를 배우고 현묘함을 참구하려면 반드시 큰 신근(信根)을 가져야 하니, 이 일은 언어문자와 모든 경계 위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깊이 믿고 자기의 체험을 확실하게 해야만 한다. 지난 날 지었던 알음알이와 미치고 허망한 마음을 놓아버리고 곧바로 실낱만큼도 염두에 두지 말아야 한다.



본래 청정무구하고 원만 고요한, 오묘한 본성 속에서 철저하게 알아차려 주관·객관을 둘 다 잊어버리고 언어와 사고의 길이 끊겨진 자리에서 확연하게 본래의 면목을 보아야 한다. 한번 얻으면 영원히 얻어서 견고하게 움직이지 않게 한 다음에야 걷고 몸을 움직이며 말하고 숨을 쉬는 모두가 5음(五陰)의 마군 경계에 떨어지질 않으리라.



그러면 일체의 불법이 앉은 자리에서 눈앞에 나타나리니, 마침내 움직이거나 앉거나 모두 선(禪)에 계합하여 생사의 근본을 벗어버리고 일체의 번뇌와 매임을 영원히 떠나 씻은 듯이 하릴없는 도인이 되리라. 하필이면 종이 위에서 저 죽은 말들을 찾으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