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일서기(一 書記)에게 준 법어에 덧붙여
나는 정화(政和 : 1111∼1117) 말기에 낭야(瑯 )에 가서 한 스님을 만났는데, 마치 오랜 친구사이 같았다. 나는 그가 도를 지향하는 뜻이 다른 사람 같지 않아서 좋았고, 그래서 앞의 게송을 지었다. 대량산(大梁山)애 주지하라는 조서를 받고 가게 되어서는 함께 다닐 수 있었고, 그는 매일 이 문제를 더욱 열심히 물었다. 수백 명의 대중 가운데서 힘써 배우려 하였으므로 다시 뒤의 법문을 주었다.
건염(建炎 : 1127∼ 1130) 원년에 동남으로 가려하여 거듭 글을 쓰고 거듭 발문을 붙여 뒷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우선 헤어지기로 하였다. 도인의 본분은 천만 리 밖에서도 털끝만큼도 막히지 않는 다는 것을 서로 안다. 옛날에는 이 경우에도 바른 법령[正令]을 행한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조주(趙州)스님은 "부처가 있는 곳에도 머물지 말며, 부처가 없는 곳은 얼른 지나가라" 하였으며, 석실(石室)스님은 "한결같이 가기만 하지는 말라. 뒤에 다시 내게로 오리라"하였다. 동산(洞山)스님은"풀 한 포기 없는 만리 밖으로 가라"하였고, 대자(大慈)스님은"나도 데리고 가라"하였으며, 귀종(歸宗)스님은"날씨가 추우니 가는 길 조심하라" 하였다. 또 조산(曹山)스님은 "가도 달라질 것 없다" 하였고, 오본(悟本)스님은 "비원령(飛猿嶺)은 험하니 잘 살펴가라" 하였으니, 이 모두가 가리고 숨길 것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백 갈래에서 오직 근본 밝히기에 힘써서 그 자리에서 알아차리기만 하면, 남쪽 고을이나 북쪽 지방 어느 곳에선들 그[渠]를 만나지 않으랴.
끝으로 은근한 마음에서 한 마디 더하지 않을 수 없도다. 자, 무엇이 진실한 곳인가?
주장자를 비껴들고 인간을 돌아보지 않은 채
곧바로 천 봉우리 만 봉우리로 들어간다
櫛標橫擔不顧人 直入千峰萬峰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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