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광선인(光禪人)에게 주는 글
적실[親切]한 뜻을 얻고자 할진댄, 무엇보다도 구하려 하지 말라. 구해서 얻으면 벌써 알음알이에 떨어진다. 더구나 이 큰 보배창고는 옛부터 지금까지 역력하게 텅비고 밝아서 시작 없는 오랜 시간으로부터 자기의 근본이니, 모든 움직임이 그 힘을 받든다. 오로지 망상을 쉬어 한 생각도 생기지 않는 곳에 도달해야 그대로 투철히 벗어나 망정의 티끌에 떨어지지 않고 알음알이[意想]에 머물지 않는다. 훤출히 벗어나면 온 세상 어디에서도 감추어지지 않아서 물물마다 모두 대용(大用)을 이루며, 낱낱이 모두가 자기의 흉금에서 흘러나온다.
옛사람은 이것을 두고 집안의 재물을 풀어 쓴다고 했다. 한 번 얻으면 영원히 얻으니 쓰고 누림에 어찌 다함이 있으랴. 단지 몸소 참구한 곳이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여 철저하게 깨치지 못할 것만이 근심스러울 뿐이다. 그러니 분연히 모든 인연을 끊어 실낱만큼도 기댐이 없어서 몸과 목숨을 놓아버리고 당장에 알아차려서 두 번째 것이 없게 해야만 하리라. 이렇게 되면 설사 모든 성인들이 나온다 해도 그를 움직일 수 없다. 그때그때 마음대로 밥 먹고 옷 입으면서 성스런 씨앗[聖胎]을 길러 알음알이를 남기지 않으니, 이야말로 마음을 깨닫는 지름길[徑截]로서 빼어난 법문(法門)이 아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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