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기 56.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이 천 만의 사람 속에 있으면서 한 사람을 향하지도 않고, 한
사람을 등지지도 않으니 그를 어떤 사람이라 하겠는가?"
"이 사람은 항상 눈앞에 있으면서 경계를 따르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대의 이 말은 아비 쪽에서 하는 말인가, 자식 쪽에서 하는 말인가?"
"제 소견으로는 아비 쪽에서 한 말이라 여겨집니다."
스님께서 수긍치 않고 다시 전좌(典座)에게 물었다.
"이게 어떤 얼굴인가?"
"그는 얼굴도 등도 없는 사람입니다."
스님께서 수긍치 않으니, 또 다르게 대답했다.
"이 사람은 얼굴도 눈도 없습니다."
"한 사람을 향하지도 않고 한 사람을 등지지도 않는 그것이 그대로 얼굴
없는 사람인데 하필 그렇게 말할 것까지야 있겠느냐?"
이어 스님께서 대신 대답했다.
"호흡이 끊어진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