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중 1.
스님께서 시중(示衆)하셨다.
"범부의 마음과 성인의 지견(凡情聖見)이 모두가 오묘한 금사슬 길이니,
그저 회호(回互)하면 될 뿐이다."
정명식(正命食)을 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세 가지 함정(三種墜)이 있다.
첫째는 축생이 되는 것이며(披毛載角), 둘째는 성색을 끊지 않음이며(不斷聲
色), 셋째는 음식을 받지 않음(不受食)이다."
그러자 그때 법회에서 성긴 베옷을 입은 선승이 물었다.
"축생이 된다 함은 무슨 함정에 떨어짐입니까?"
"부류에 떨어짐(類墜)이다."
"음식을 받지 않음은 무슨 함정에 떨어짐입니까?"
"존귀함에 떨어짐(尊貴墜)이다."
이어서 말씀하셨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본분의 일이다. 본분인 줄 알면서도 취하지 않으므로
이를 '존귀에 떨어짐(尊貴墜)'이라 한다. 만일 처음 마음(初心)에 집착하면 자
기와 성인의 지위가 따로 있는 줄 알기에 '부류에 떨어짐(類墜)'이라 한다.
처음 마음을 가질 때는 자기가 있다고 자각하다가도 회광반조(回光返照)할
때에는 소리.색.향기.맛.감촉.법을 물리치고 평안하고 조용한 것으로 공부를
이루어 더 이상은 6진(六塵)등의 경계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부분적
으로 어두워져서 그대로 내버려두면 막히게 된다. 그러므로 '여섯 외도(六師
外道)가 너의 스승이 된다' 하였으니 스승이 떨어지는 곳에 따라서 떨어지게
(隨墜)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먹어야 할 밥을 가려먹는 것이라야 정명식이다. 그것을 6근의 견
문각지(見門覺智)로도 말할 수 있다. 6근의 그것에게 더럽혀지지 않았는데도
'함정에 빠졌다' 한다면 이는 그것과 균등했던 전과는 달라지는 것이다. 본분
의 일도 취하지 않았는데 그 나머지 일이야 어떠하겠는가?
스님께서 말하는 '함정(墜)'이란 뒤섞어서도 안되고 부류를 같게 해서도 안
된다는 의미이고, 또한 '처음 마음(初心)'이라 하는 것은 깨닫고 나서가 깨닫
기 전과 같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