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산록(曹山錄)

시 중 2.

通達無我法者 2008. 2. 25. 11:02
 





시 중 2.


한 스님이 5위군신(五位君臣)의 요지를 묻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정위(正位)는 공계(空界)로서 본래 아무것도 없는 자리이며, 편위(偏位)는

색계(色界)로서 만상으로 형태가 나타난 자리다.

  정중편(正中偏)이란 이치를 등지고 현상을 향하는(背理就事)자리이며, 편중

정(偏中正)이란 현상을 버리고 이치로 들어가는(舍事入理)자리다.

 

  겸대(兼帶)란 뭇 인연에 그윽히 감응하면서 모든 유(有)에 떨어지지 않는

자리다. 더러움도 아니고 깨끗함도 아니며, 정위도 아니고 편위도 아니므로

텅 빈 대도(大道)이며, 집착 없는 진종(眞宗)이라 하는 것이다. 옛 큰스님들

도 바로 이 자리를 쓰셨으니, 가장 현묘하므로 자세히 살펴 분명히 분별해야

한다.

 

  임금(君)은 정위(正位)이며, 신하(臣)는 편위(偏位)이다. 신하가 임금에게

향하는 것은 편중정(偏中正)이며, 임금이 신하를 살피는 것은 정중편(正中偏)

이다. 임금과 신하의 도가 합하는 것은 겸대(兼帶)라고 한다."

  그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임금입니까?"

  "오묘한 덕은 세상에 드높고 밝아 허공에 환하다."

  "무엇이 신하입니까?"

  "신령한 기틀로 성인의 도를 널리 펴고, 진실한 지혜로 뭇 생령을 이롭게

한다."

  "무엇이 신하가 임금에게 향하는 것입니까?"

  "이류(異類) 중생에 떨어지지 않고 마음을 모아 성인의 모습을 바라본다."

  "무엇이 임금이 신하를 살피는 것입니까?"

  "오묘한 모습 움직이지 않으나 밝은 빛은 본래 빠짐없이 비춘다."

  "무엇이 임금과 신하의 도가 합하는 것입니까?"

  "뒤섞여 안팎이 없고, 녹아져 상하가 공평하다."

  스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임금과 신하, 편위와 정위로써 말한다면 중(中)을 범하려고 하질 않는다.

그러므로 신하는 임금을 지칭하는데 감히 배척해서 말하지 않는다 함이 이

것이다. 이것이 우리 법문의 요점이다."

  그리고는 게송을 지었다.



    학인은 무엇보다 자기 종지를 알아야 하니

    진리(眞際)로 허공(頑空)을 뒤섞지 말아라

    묘하고 밝은 바탕 다하면 상함을 알 것이니

    힘써 인연을 만날 뿐 중도를 빌릴 것 없다네

    말을 꺼냈다 하면 불타지 못하게 하며

    가만히 행함은 옛사람과 같아야 하리

    몸 없고 일 있음에 갈림길을 벗어나고

    일 없고 몸 없으니 시종에 떨어진다네.





    學者先須識自宗  莫將眞際雜頑空

    妙明體盡知傷觸  力在逢緣不借中

    出語直敎燒不著  潛行須與古人同

    武身有事超岐路  無事無身落始終



  다시 다섯 가지 모양을 만들고 게송을 붙였다.



    서민을 재상에 임명하는 일

    이 일은 이상할 것 없다네

    대대로 내려온 벼슬아치들이여

    숨 떨어질 때를 말하지 말라.

    白衣須拜相  此事不爲奇

    積代者□□  休言落鼻時



    자시(子時)가 정위(正位)에 해당하니

    밝음과 올바름이 임금과 신하에 있어라

    도솔세계를 떠나지 않았는데

    검은 닭은 눈 위로 간다네.

    子時當正位  明正在君臣

    未離도率界  曹溪雪上行



    불꽃 속에 찬 얼음 맺히고

    버들꽃은 9월에 날리네

    진흙소는 물 위에서 포효하고

    목마는 바람따라 울부짖네.

     裏寒永結  楊花九月飛

    泥牛吼水面  木馬遂風嘶





    황궁에 처음 강생(降生)하신 날

    하늘 나라를 떠날 수 없었네

    쓸 것(功)없는 종지를 얻지 못하니

    인간. 천상은 어찌 그리 더딜가.

    王宮初降日  玉兎不能難

    未得無功旨  人天何太遲



    이치와 현상을 섞어 갈무리하니

    그 조짐 끝내 밝히기 어려워라

    위음왕불(과거불)도 깨닫지 못했는데

    미륵불(미래불)이 어찌 깨닫겠는가.

    渾然藏理事  朕兆卒離明

    威音王未曉  彌勒豈惺惺



'조산록(曹山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중 5.  (0) 2008.02.25
시 중 4.  (0) 2008.02.25
시 중 3.  (0) 2008.02.25
시 중 1.  (0) 2008.02.25
행 록  (0) 2008.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