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중 3.
스님께서 행각할 때에 오석 관(烏石觀)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비로자나 법신의 주인입니까?"
"내가 그대에게 말해준다면 따로 있는 것이 된다."
스님께서 동산스님에게 말씀드렸더니 동산스님이 말씀하셨다.
"좋은 대화이긴 하다만 그대가 한 마디를 덜 했구나. '어째서 말씀해주지
않습니까' 하고 왜 묻질 않았더냐."
스님께서 다시 가서 앞 말에 이어 묻자 오석스님이 말하였다.
"내가 말해주지 않았다고 한다면 나를 벙어리로 만드는 셈이며, 말을 했다
고 한다면 나를 말더듬이로 만드는 것이다."
스님께서 돌아와 동산스님께 말씀드렸더니 깊이 수긍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