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산록(曹山錄)

대 기 43.

通達無我法者 2008. 2. 25. 15:33
 



대 기 43.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 신풍(新豊: 동산)스님의 말을 인용하여, '한 빛깔이 있는 곳에

나눌 수 있는 이치와 나눌 수 없는 이치가 있다'하셨다는데 어떤 것이 나눌

수 있는 것입니까?"

  "한 빛깔과는 같지 않다."

  "그렇다면 오늘(今日)을 따르지는 말아야겠습니다."

  "그렇다."

  "어떤 것이 나눌 수 없는 이치입니까?"

  "가릴 수가 없는 곳이다."

  "가릴 수 없는 그 자리야말로 부자(父子)가 온통 한 몸이 되는 곳이 아니

겠습니까?"

  "그렇다. 그런데 그대도 알고 있었던가?"

  "바야흐로 한 빛이 될 때엔 깨달음(向上事)도 없는 것으로 압니다."

  "깨달음엔 본래 한 빛이랄 것도 없다."

  "그 한 빛이란 것도 종문(宗門)의 종지가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다면 어떤 사람에게 말해 줍니까?"

  "종문에 알아들을 이가 없기 때문일 뿐이니, 그러기에 그런 사람을 위해서

말해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활짝 깨치는 이(頓)도 있고 근기가 낮은 이(弱)도 있겠습니다."

  "내가 활짝 깨치는 이와 근기 낮은 이를 말했다면 삿됨에 빠지는 것이다."

  "종문 안의 일을 어떻게 알아야 되겠습니까?"

  "그 안의 사람이라야 한다."

  "어떤 사람이 그 안의 사람입니까?"

  "내가 이 산에 살기 시작한 이래 아직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지금 사람 중에는 그런 이가 없다 해도 스님께서는 옛사람을 만나면 어

떻게 받으시겠습니까?"

  "손을 펴지만 말라."

  "그렇게 하면 스님께서 무엇인가를 주시겠습니까?"

  "옛사람이 그대를 꾸짖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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