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림성사(叢林盛事)

29. 개당할 때 스승의 은혜를 잊지 않다 / 원극 언잠(圓極彦岑)스님

通達無我法者 2008. 2. 25. 16:59
 



29. 개당할 때 스승의 은혜를 잊지 않다 / 원극 언잠(圓極彦岑)스님



원극 잠(圓極彦岑)스님은 태주(台州)선거(仙居)사람으로, 고고한 절조를 지녀 근세에는 그를 따라갈 사람이 없었다. 운거 법여(雲居法如:1080~1146)스님에게 오랫동안 귀의하여 17년 동안 서사(書司)를 맡아보았는데 법여스님이 입적하자 지팡이 하나 들고 절강 땅으로 돌아와 도량사(道場寺)의 정당 명변(正堂明辨:1085~1157)스님에게 귀의하였다. 얼마 후 명변스님은 그를 수좌로 삼은 후 삽주(霅州)변산사(卞山寺)의 주지로 나가도록 하였는데, 그곳은 석림(石林)선생이 역(易)을 강의하던 곳이기도 하다. 명변스님의 생각으로는 이번 개당(開堂)에서 자기를 위하여 향을 올리리라 생각했었지만 언잠스님은 끝내 운거 법여스님의 법을 이으니, 총림에서는 그를 우러러보았다.

뒤에 스님은 여러 대찰(大刹)의 주지를 지냈지만 복받을 인연이 순탄하지 못하여 세상살이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이를 개의하지 않고, 일생동안 시주로 들어오는 재물에 눈길 한번 둔 일이 없었다. 그 후 상주(常州)화장도량(華藏道場)에 은퇴하여 세상을 마쳤으며, 그의 어록 20권이 세상에 전해오고 있고 시랑(侍)증중신(曾仲身)이 서문을 쓰기도 하였다.

언잠스님은 장노 차암(長蘆且菴)스님의 영정에 찬을 썼다.



깊은 밤중에 해를 밀어서 내놓고

날 밝으면 달을 붙잡아 둔다

수미산 사부주(四部州)를 뽑아들어

한 톨의 좁쌀 속에 집어 넣는다

줄없는 거문고를 켜지만 이상곡(履霜曲)1)

이 아니며

오랑캐의 노래를 부르지만 백설곡(白雪曲)이 아니라

큰 대장장이는 끊어진 광맥의 금을 담금질하고

모진 방망이는 흠없는 구슬을 때려 부순다

동쪽 호수의 붉은 꼬리 잉어가

황금빛 무쇠 송아지를 낳는구나.

夜半推出日輪

天明把住桂轂

拈將四部洲

放在一粒栗

奏無絃而非履霜之樂

唱胡歌而非白雪之曲

大治煆絶鑛之金

痛鎚碎無瑕之玉

東湖赤梢鯉魚

生出金毛鐵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