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초산 풍월정을 읊은 한 관리의 시를 평하다 / 월암 선과(月菴善果)스님
송(宋)소흥(紹興:1131~1162)연간에 한 관리가 있었는데, 초산(焦山)에 갔을 때 풍월정(風月亭)에 시를 붙였다.
소나무 끝에 부는 바람 너무 맑아 머물 수 없고
강물에 어린 달빛 담담히 잠기려 하다
솔바람 원래 물외(物外)의 것임을 알고서야
강 달이 내 마음과 같은 줄을 비로소 알았노라.
風來松頂淸難立 月到波心淡欲沈
會得松風元物外 始知江月似吾心
이 시를 보는 사람마다 감탄하고 칭찬해 마지 않았는데 월암 과(月菴善果)스님이 행각하던 중 이곳에 와서 이 시를 보고서, 시가 좋기는 좋지마는 안목이 없다고 하니 같이 앉았던 사람 하나가
"어느 곳이 안목이 없소?"
"소승이 두 글자만 고치면 안목이 나타날 것이오."
"무슨 글자를 고쳐야 합니까?"
"어찌하여 이처럼 말하지 않았는지…"하며 두 글자를 고쳐 읊었다.
솔바람 물외의 것이 아님을 알고서야
강 달이 내 마음인 줄을 비로소 알았노라.
會得松風非物外 始知江月卽吾心
좌중이 크게 감복하였다. 참으로 공부를 할 때에 안목이 열린 자의 견해는 이처럼 다르다. 더구나 월암스님은 시를 익힌 일이 없는데도 이처럼 요지를 끄집어내니, 이야말로 한 방울의 물만 얻어도 능히 구름을 일으키고 안개를 뿜어내는 용과 같은 인물이 아니겠는가? 우리들이 행각하는 일은 내 자리에서 나의 본분사를 결판짓는 것이지 외학(外學)을 전공하는 데 있지 않다. 오랜 세월이 지나 안목이 열리면 자연히 모든 부처님의 눈동자를 가려낼 수 있을 터인데, 하물며 세간의 문자 따위야 어떠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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