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림성사(叢林盛事)

28. 꿈속에서 지은 시 한 수 / 굉지 정각(宏智正覺)선사

通達無我法者 2008. 2. 25. 16:58
 



28. 꿈속에서 지은 시 한 수 / 굉지 정각(宏智正覺)선사



굉지 정각(宏智正覺)선사가 원통사의 주지로 있을 때 어느 날 꿈속에서 시 한 구절을 지었다.



빽빽한 솔밭길 아름다운 문에

희미한 달 아래 황혼녘 되어 이르렀네.

松徑蕭森窈窕門  到時微月正黃昏



이로부터 몇 해 동안 그 시를 까마득히 잊은 채 지내왔는데 건염(建炎:1127~1130)연간에 오랑캐를 피하여 삿갓 하나를 쓰고 절강(浙江)동쪽을 지나 천동사에 이르니, 때마침 천동사는 주지가 물러난 뒤였다. 스님이 배에서 내려 첫 새벽을 뚫고 산에 들어가니, 마치 날이 밝은 때처럼 빽빽한 솔밭길이 고요한데 가는 연기 아지랑이 속에 달빛은 싸여 있었다. 이에 갑자기 지난 꿈속의 시구(詩句)가 생각났다. 객사에 들어가 이름을 말하지 않았는데도 스님들 가운데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있어 "장노사(長蘆寺)노스님 아니십니까. 어떻게 여기에 오셨습니까?"하고서, 주사(主事)에게 알리고, 주사는 그 고을 부사(府使)에게 알리니 부사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였다. 부사의 꿈에 신인(神人)이 나타나, 천동사의 주인은 바로 습주(褶州)의 고불이라고 알려주었기 때문이었다. 부사는 곧 첩지(帖紙:임명장)를 내려 관리를 객사에 보내 천동사의 주지로 초빙하였지만 스님은 굳이 이를 거절하고 응하지 않았는데 객사의 스님들이 억지로 들쳐메고서 방장실로 들어갔다. 그곳에 30년 동안 주지하여 이로부터 조동의 종풍은 크게 떨쳤다.

참으로 사원의 주지가 되는 인연도 애초부터 정해진 것이기에 구차스럽게 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