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어제는 숲 속의 나그네, 오늘은 법당의 주지 / 초당 선청(草堂善淸)선사
초당 청(草堂善淸)선사는 회당(晦堂祖心)스님을 친견하여 깨친 바 있었으며, 그 후 강제(江制)지방을 두루 돌아다닌 후, 여산(廬山)늑담사로 진정(眞淨克文)스님을 찾아뵙자 스님이 그에게 물었다.
"어디에서 왔느냐?"
"하강(下江)에서 왔습니다."
"무엇을 가져왔느냐?"
"스님께선 무엇이 필요하십니까?"
"모든 것이 다 필요하다."
그러자 선청스님이 좌구를 들어올리니 진정스님이 말하였다.
"쓸모없는 세간살이로군!"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아닙니까?"
"한번 꺼내놔 보아라."
선청스님이 좌구를 내동댕이치고 나가버리자 진정스님은 크게 놀랐다.
뒷날 선청스님은 황룡사의 주지로 나아가 상당법문을 하였다.
"어제는 숲 속의 나그네더니 오늘 아침엔 법당 위의 주지로다. 버리고 취하는 게 모두 나에게서 비롯되니 만상 가운데 홀로 나의 몸이 드러나네."
그 다음해에 주지에서 물러나 절 동편 모퉁이에 암자를 짓고 오랫동안 그곳에서 지내다가 다시 주지가 되어 상당법문을 하였다.
"초당에서 6년 동안 숨 죽이고 살면서 마음 잊고 바깥 경계 고요하여 모든 인연 비웠노라. 정해진 업이란 어디에서 생겨나 예전처럼 나에게 조사의 종지를 잇게 하는지 알 수 없구나."
그후 조산(曹山)과 소산(疏山)등의 주지를 지냈으나 대부분 늑담사에서 살았다. 그때의 나이 이미 83세였으나 여러 곳의 큰 선비와 뛰어난 도인이 모두 그에게 귀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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