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나한상을 닮은 스님 / 자항 요박(慈航了朴)선사
자항 박(慈航了朴)선사는 민(閩)사람으로 훤출한 기골에 검은 얼굴로 마치 나한(羅漢)처럼 생겼다. 무시 개심(無示介諶)스님의 법을 이어, 처음엔 명주(明州)여산(廬山)의 주지로 있다가 육왕사로 옮겼으며 얼마 후 세력있는 자의 주선으로 해하(海下)만수사(萬壽寺)로 옮겨왔다.
응암(應菴曇華)스님이 천동사에서 입적하자 태수가 그의 소문을 듣고 그 자리를 잇도록 하였는데, 그날 밤 태백산의 노스님들이 모두가 무쇠 나한[鐵羅漢]이 배에서 내려와 방장실로 들어가는 꿈을 꾸었으며, 또한 그와 같은 옷을 입은 자가 글을 지어 올렸다.
예전에 무봉(峰:育王寺)에 오를 때는
나뭇잎새처럼 몸이 가벼워
내 얼굴 부끄러웠는데
지금 장경산(長庚山:천동사가 있는 太白山)에 올라오니
그의 도가 삼산(三山)보다도 무거워
사람들의 얼굴에 기쁜 빛이 있구나
흔쾌히 불계산(佛髻山)을 떠나
큰 파도를 건너
깊은 골짜기에서 큰 아름드리 나무로 옮겨가니
우리 불교 빛나도다
동산(東山)에 올라 노(魯)나라를 조그맣다 하니
그때는 정말로 그랬지만
이제부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昔去鄮峰而身輕一葉我無面見顔
今上長庚而道重三山人有喜色
快離佛髻
利涉鯨波
出幽谷而遷喬木
光乎此道
登東山而小魯邦
允也其時
自此以還未知
그 후 22년 동안 그곳에 주지를 하였는데 황제의 아들 위왕(魏王)을 비롯하여 사위공(史魏公)이 모두 그의 도덕을 존중하였으며, 순희(淳熙:1174~1189)초에는 효종(孝宗)이 태백명산(太白名山)이라는 네 글자를 몸소 써서 하사하였다.1)
요박선사가 여산의 주지로 있을 때 상당법문을 하였다.
"덕산은 문에 들어서자마자 몽둥이질을 하였고, 임제는 문에 들어서자마자 할을 하였다. 덕산의 몽둥이에 귀가 먹고 임제의 할 소리에 눈이 멀었다. 그러나 한 번 누르고 한 번 쳐들어 그런 가운데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구나."
그리고는 할을 한번 하고 주장자를 높이 들어 탁자를 내려친 뒤, "여러 사람에게 묻노니 이것이 살리는 것이냐 죽이는 것이냐?"하였다.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군자가팔(君子可八)이로다."2)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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