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림성사(叢林盛事)

48. 40년 동안 산문을 나가지 않다 / 경수좌 瓊首座)

通達無我法者 2008. 2. 25. 17:47
 



48. 40년 동안 산문을 나가지 않다 / 경수좌 瓊首座)



경(瓊)수좌는 사명(四明)사람이다. 여러 노스님을 두루 친견하고 설봉산(雪峰山)에서 40년 머무는 동안 산문 밖을 나오지 않았다. 오로지 선열요(禪悅寮)의 선판 자리를 차지하고 여름이나 겨울이나 누더기 한벌로 지내니 아무도 그를 가까이하거나 멀리하지 못하였으며, 철암(鐵菴)스님만을 모시고 있었다.

민현(閩縣)태수 조여우(趙汝愚)가 그의 풍모를 우러러 여러 차례 큰 사찰의 주지자리를 마련해 놓고 산에서 나오기를 청하였지만, 그는 굳이 산 속에 머물 뿐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여우는 꼭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철암에게 부탁하여 계략을 꾸며 관아로 들어오게 하고는 크게 공양을 올렸다. 그리고는 그 앞에서 자기 청을 들어 달라고 부탁하였지만, 경수좌는 끝까지 뜻을 바꾸지 않았다. 이에 조여우는 더욱 존경한 나머지 시를 지어 산으로 돌아가는 그를 전송하였다.



만길 높은 봉우리에 눈더미 쌓였는데

한 그루 차가운 나무 바윗가에 서 있노라

푸르고 푸른 절개는 사계절 변함없고

봄바람이야 불던말던 아랑곳하지 않네.

萬仞峰頭雪作堆  一枝寒木倚巖隈

靑靑不改四時操  任待春風吹不回



부판(府判)이하 관료가 모두 경하하였으니, 불법을 빛낸 그의 영광은 적지 않았다. 그는 소개장을 써들고 다니면서 주지자리를 찾는 요즘 사람들과는 함께 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