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림성사(叢林盛事)

47. 묘희스님의 인가를 받다 무착 / 묘총(無著妙總)선사

通達無我法者 2008. 2. 25. 17:44
 

47. 묘희스님의 인가를 받다 무착 / 묘총(無著妙總)선사



무착도인(無著道人) 묘총(妙總)은 소태사(蘇太師)의 손녀로서 여러 큰스님을 두루 찾아뵈었고, 뒤에 경산사 묘희스님을 찾았다. 어느 날 묘희스님은 법상에 올라 "이렇게 할 수도 없고 이렇게 하지 않을 수도 없으니,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다"라는 석두(石頭希遷)스님의 화두를 들어 설법하였다. 그때 시랑(侍郞) 풍제천(馮濟川)이 법회에 있다가 갑자기 느낀 바 있어 방장실로 달려가 아뢰었다.

"스님께서 거론하신 석두스님의 화두를 이 풍즙(馮楫:풍제천, ?~1153)이 깨달았습니다."

"시랑은 어떻게 깨달았소?"

"이렇게 할 수도 없다는 것은 소로사바하. 이렇게 하지 않을 수도 없다는 것은 시리사바하.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다는 것은 소로시리사바하."

때마침 묘총이 밖에서 들어오자 묘희스님은 풍즙의 말을 그대로 전하니 묘총이 웃으며 말했다.

"예전엔 곽상(郭象)이 `장자(莊子)"에 주석을 붙였다 하지만 유식한 자는 장자가 곽상의 글에 주석을 붙였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묘희스님은 마음 속에 이 말을 새겨두었는데 그 이튿날 묘총이 방장실에 들어가자 묘희스님이 물었다.

"옛 큰스님들은 산문 밖을 나가지 않았는데도 어떻게 밭에서 인절미를 먹을 수 있었느냐?"

"스님께서 저의 허물을 눈감아 주신다면 곧 스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내, 그대의 허물을 눈감아 줄 터이니 한 번 말해 보아라."

"이 묘총이 스님의 허물을 눈감아 드리겠습니다."

"기름바른 인절미는 어떻게 하고?"

묘총이 할을 하고 밖으로 나가고 나서는 이어서 `투기송(投機頌)'을 지어 올렸다.



갑자기 진면목을 부딪치니

기량이 얼음 녹듯이 없어졌네

달마는 어찌하여 서쪽에서 왔는가

이조는 부질없이 세자리 헛 절을 올렸구나.

여기에 이럴까 저럴까 의문을 붙여

한무리 초적들이 대패하였지.

驀然撞着鼻頭  伎倆氷消瓦解

達磨何必西來  二祖枉費三拜

更問如何若何  一隊艸己大敗



이에 묘희스님은 북을 울려 그를 인가하고 게를 지어 주었다.



그대는 이미 조사의 뜻을 깨달아

단칼에 두 동강이를 내버렸구나

기연에 임하여 하나하나 천진스러우니

세간이든 출세간이든 조금도 부족함 없기에

내, 이 게를 지어 증명하노라

사성 육범 모든 이가 놀라 자빠지리라

놀라 자빠질 것 없다

푸른 눈 오랑캐 중도 알지 못하니

汝旣悟得祖師意  一刀兩直下了

臨機一一任天眞  世出世間無欠少

我作此揭爲證明  四聖六凡盡驚撓

休驚撓  碧眼胡僧猶未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