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추밀원 정사 / 오거후(吳居厚)
추밀원(樞密院) 정사(政事) 오거후(吳居厚)는 왕명을 받들어 종릉(鍾陵)으로 돌아가는 길에 도민(道旻)스님을 만나 말하였다.
"내 지난 날 성시(省試)를 보러 원통사 조주관(趙州關)을 지나면서 전임 주지 거눌(居訥)스님에게, `관문을 꿰뚫고 나가는 일은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물었더니 거눌스님은 `벼슬이나 하러 가라'고 하였는데, 벌써 나도 모르는 사이에 50여 년이나 되었습니다."
도민스님이 말하였다.
"관문을 꿰뚫고 나가는 일은 밝혔습니까?"
"여덟 차례나 그곳을 지나가면서 항상 마음에 두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시원스레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도민스님이 오공에게 부채를 주면서 "부채나 부치시오"라고 하자, 오공이 부채를 부치니 도민스님이 말하였다.
"시원하지 않은 곳이 어디에 있소?"
오공은 매우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말후구(末後句)를 가르쳐 주십시오."
도민스님이 두 차례 부채를 부쳤다.
"친절하십니다."
"길료새(桔료:앵무새)는 혓바닥이 삼천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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