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도민스님을 뵙다 / 안상국(安相國)
안상국(安相國)이 남부지방으로 좌천되어 지나는 길에 도민스님을 만나서 탄식하였다.
"일생동안 벼슬하다가 지금와서 귀양살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깨고 보니 이제까지의 일이 한바탕 꿈이었습니다."
"상국께서는 꿈을 깨셨습니까?"
"이것이 모두 본디 있는 것이나 다만 몰랐을 뿐입니다."
"상국!"
안상국이 고개를 들자 스님이 말하였다.
"알았습니까?"
"여러 가지 맡은 일은 어떻게……"
"서울에서 며칠 만에 이곳까지 오셨소?"
"42일입니다."
"어디에서 일을 얻어왔소?"
상국이 웃으며 말하였다.
"조금 알성 싶습니다."
"지금 당장 그대로 누리십시오."
"어떻게 누려야 합니까?"
"아침마다 똑같고 날마다 일반입니다."
안상국이 마침내 합장을 하자 도민스님이 말하였다.
"가진 것을 다 비우고 없는 것을 채우지 마시오. 대체로 이와 같이 하면 참으로 자유로울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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