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 백호광명에 싸여서 / 자은 법사(慈恩法師)
자은(慈恩)법사는 당(唐)나라 울지(尉遲)장군의 아들로, 열살의 어린나이에 `전책(戰策)"을 저술하니 그의 부친은 이를 장하게 여겼다. 현장(玄獎:602~664)은 꾀를 써서 그를 출가시켜 교종을 크게 일으키려 하였다. 그리하여 그가 지은 `전책"을 훔쳐 내어 현장법사의 어린 행자에게 외우도록 한 후 행자를 데리고 울지를 방문하자 그는 자기 아들이 글을 잘 짓는다고 극구 칭찬하였다. 이에 현장스님이 한번 보자 하여 읽어보고는 이런 글은 이 어린 행자도 외울 수 있는 글이라고 하였다. 울지는 깜짝 놀라 행자에게 외우도록 하니 과연 한 글자도 틀리지 않았다. 이에 울지는 버럭 성을 내며, 이놈의 자식이 옛 글을 가지고서 나를 놀렸다면서 당장 죽이려 하자 현장스님이 그에게 말하였다.
"불법에 중생을 구제하는 법이 있습니다. 만일 이 아이를 구하지 못하면 나는 불제자가 아닙니다. 이 아이를 출가시키면 어떻겠습니까?"
울지는 그의 말을 따라 아들을 출가시켰다. 현장스님은 그를 제자로 얻었는데 그는 곧 큰스님이 되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였다. 자은스님이 천자와 마주앉아 논강할 때마다 천자는 그에게 옥가락지를 하사하였으며, 천자를 뵐 때에도 예의를 갖추지 않았고 출입할 때는 경론(經論)과 술과 안주, 그리고 여인을 실은 수레 3채를 뒤따르도록 하였다.
도선(南山道宣:596~667)스님은 그를 존경하면서도 한편 그를 의심하였고, 자은법사도 도선스님을 소승(小乘)이라고 얕보면서도 그에게 신선이 공양한다는 이야기를 의심해 왔다. 어느 날 도선스님을 방문하여 특별히 신선의 공양을 받아보자고 요구하였으나 진종일 이야기하여도 신선의 공양은 보이지 않다가 법사가 돌아간 뒤에야 공양이 비로소 왔다. 도선스님이 "어찌하여 때 맞추어 가져오지 않았는가?"라고 신선을 꾸짖자, 신선이 말하였다.
"게을러서가 아니라 오늘 스님과 대승보살이 이야기할 때, 백호광명이 온누리에 가득하여 들어올 길이 없었습니다."
그 후로 도선스님은 마음을 다해 그를 존경하였다. 이로써 대승의 경지는 작은 근기를 지닌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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