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어서화(東語西話)

41. 도에 쉽고 어려움이 있는가 ?

通達無我法者 2008. 2. 27. 20:27
41. 도에 쉽고 어려움이 있는가 ?


불조의 도는 쉽게 알 수 있다고 여겨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쉽다고 여기면 게으름을 피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렵다고 말해서도 안된다.
왜냐하면 도를 깨치기가 어렵다고 하면,
사람들이 의혹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게다가 쉽고 어려운 것은 도 닦는 사람에게 달려 있지
결코 도에 달려 있지 않다.
비유하면 천리 길과 같아서,
가령 가볍고 좋은 마차에 천리마를 앞세우고 탄다면
해 떨어지기 전에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파리하고 좀먹은 소의 고리나
절름발이 자라의 발에 의탁한다면
날이 가고 한해가 다한다 해도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가야할 길이 좋은 마차와 말 때문에 가까와지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느린 소나 자라 때문에 멀어진 것도 아니다.
실로 빨리 가느냐 느릿하게 가느냐에 달려서 그렇게 달라지는 것일 뿐이다.
만일 제 자신의 더디고 신속함이 깨치는 일을 어렵게도 만들고
때로는 쉽게도 만든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면,
앞에서 말한 게으름과 의혹의 폐단 가운데에 이쪽 오류에 빠지지 않으면
저쪽 오류에 빠지게 된다. 신근(信根)으로 살펴보면
영리한 사람은 게으름이 많고 둔한 사람은 의혹이 많다.

영리한 사람이 게으름을 부리지 않고 둔한
사람이 의혹에 병들지 않는다면 모두가 함께 깨달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렇게 이미 깨달음으로 나아가고 나면,
어찌 어렵고 쉬움과, 게으름과 의혹과, 더디고 빠름과,
영리함과 둔함의 구별이 있을 수 있겠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