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碧巖錄)

제50칙 운문의 진진삼매〔雲門塵塵三昧〕

通達無我法者 2008. 3. 3. 10:09
 

 

 

제50칙 운문의 진진삼매〔雲門塵塵三昧〕


(수시)

단계를 건너뛰고 방편을 초월하여 기틀마다 서로 옹호하고 구절마다 서로 투합된다 하더라도, 큰

해탈의 작용을 얻지 못했다면 어떻게 불조를 저울질하고 종문의 귀감이 될 수 있겠는가? 말해보

라, 문제의 핵심을 직면해서는 단도직입적이고, 역순(逆順)의 경계에 종횡하나, 그것을 초월하는

구절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는지. 거량해보리라.


(본칙)

어떤 스님이 운문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진진삼매(塵塵三昧)입니까?”

-천하의 납승 모두가 여기에서 소굴을 판다. 압안 가득히 서리를 머금어 딱 얼어붙었다. (흙을    던지고 모래를 던져) 공격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바리때 속의 밥, 물통 속의 물이니라.”

-포대 속에 송곳을 넣어두었구나. 황금과 모래가 뒤섞여 있다. 점점 잘못되는군. 함원전(含元殿)   에서 장안이 어디냐고 묻지 말라.


(평창)

이를 알 수 있느냐? 만약 알 수 있다면 운문스님의 급소를 여러분이 거머쥘 수 있겠지만, 알 수

없다면 여러분의 급소가 운문스님의 손아귀에 있을 것이다.

운문스님에게는 못을 자르고 무쇠를 끊는 구절이 있으며 이 한 구절에는 삼구(三句)를 갖추고 있

다. 어느 사람이거든 묻기만 하면 바로 “바리때 속의 밥톨은 알알이 모두 둥글고 물통 속의 물은

방울방울 모두 축축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처럼 이해한다면 결코 운문스님이 수행인을 지도하는

핵심을 보지 못할 것이다. 송은 다음과 같다.


(송)

바리때 속의 밥, 물통 속의 물.

-들통났다. 덤벼든들 무엇 하려고? 3년을 양치질해야 할 것이다.


말많은 스님이라도 주둥이를 떼기 어려우리라.

-혀끝을 움츠렸군. 법을 아는 사람이라야 두려운 줄 안다. 무엇 때문에 이처럼 거량했을까?


북두성․남극성의 위치는 있을 자리에 있는데

-동쪽이니 서쪽이니 하여 무엇 하려고? 앉고 서는 것이 엄연하다. 키 큰 사람은 법신도 크고 작  은 사람은 법신도 작지.


하늘까지 넘실거리는 흰 물결은 평지에서 일어난다.

-벌써 발이 깊이 빠졌구나. 손님과 주인이 서로 바뀌었다. 갑자기 그대의 머리 위에 있다면 그대는 어떻게 하려는가? (원오스님은) 쳤다.


헤아릴까, 말까?

-아이고, 아이고. 쯧쯧!


그만둘까, 할까?

-무슨 말을 하느냐? 다시 쓰라린 원한만 더하는군.


(가난해서) 속옷도 없는 장자(長者)의 아들이로다.

-참으로 야멸차지 못하군. 옆에서 제삼자가 피시식 웃는다.


(평창)

설두스님은 앞(제11칙)에서 운문스님이 하신 ‘대일설(對一說)’에 대해서 “상황에 딱 맞게 하신 말

씀〔對一說〕이여, 너무나 고고〔孤絶〕하여 구멍 없는 철추로 거듭 쐐기를 박았다”하였고, 뒤이

어 마조(馬祖)스님이 하신 “4구를 떠나고 100비를 끊는다〔離四句絶百非〕”는 것에 대하여 “지장

스님의 머리는 희고 회해 스님의 머리는 검구나. 눈 밝은 납승이 알려 해도 되지 않는다”고 송하

였는데, 이 공안에서 깨치면 이 송도 알게 될 것이다.

설두스님은 첫머리에서 “바리때 속의 밥, 물통 속의 물”이라 하니 말 속에 심금을 울리는 메아리

가 있고 구절에 기틀이 나타나 있다.

“말많은 스님이라도 주둥이를 떼기 어려우리라”고 하여, 이어서 그대들에게 설명해준 것이다. 그

대들이 여기에서 현묘한 도리를 구하려고 헤아리면 더더욱 주둥이를 떼기가 어렵게 될 것이다. 설

두스님의 송은 여기에서 모두 해결됐다. 그러나 그는 자애로워서 이처럼 앞에서 먼저 방향을 설정

해주고, 대중 가운데 안목을 갖춘 이가 이를 엿볼까 염려하고, 이어서 한 수 봐주어 초심자를 굽

어살펴, “북두성은 변함없이 북쪽에 있고 남극성은 변함없이 남쪽에 있다”는 송을 지어 사람에게

보여준 것이다.

그러므로 “북두성․남극성은 있을 자리에 있는데, 하늘까지 넘실대는 흰 물결은 평지에서 일어난

다”고 하였다. 갑자기 평지 위에서 파란을 일으킨다면 어찌하겠는가? 이를 자기 본분사〔事上〕에서 엿본다면 쉽겠지만 사량분별로 찾는다면 끝까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마치 무쇠말뚝과 같아 흔들어 뽑으려 해도 뽑히지 않으며, 주둥이를 떼려 해도 안되는 것이다. 그대들이 여기에서 머뭇거리며 헤아린다면, 알려 해도 알지 못하며 그치려 해도 그치지 못하고 어리석음만을 어지러이 들추어낼 것이다. 바로 이것이 “(가난하여) 속옷도 없는 장자(長子)의 아들”인 것이다.

한산시(寒山詩)는 다음과 같다.


세상에 나서는 갖가지 고생

그 속에서 괜히 이러쿵저러쿵.

재주가 있어도 초야에 버려지고

세도가 없으니 사립문도 잠궜어라.

해가 솟아도 바윗굴은 어둡고

연기가 사라져도 골짜기는 황혼이라.

그 가운데 장자의 아들

모두가 (가난하여) 속옷도 없구나.

불과원오선사벽암록 권제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