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암잡록(山艤雜錄)

42. 대혜스님의 후예로 지조를 지키다 / 서소담(瑞少曇)스님

通達無我法者 2008. 3. 5. 21:53
 

 

 

42. 대혜스님의 후예로 지조를 지키다 / 서소담(瑞少曇)스님


서소담(瑞少曇)은 민현(閩縣)의 사람이다. 강직과 절개로 자신을 지키며 명리를 하찮게 여겨 절의 살림을 모두 집사에게 맡겼다. 그가 거처하는 방은 언제나 조용했으며 혼자서 선송(禪誦)을 즐겼는데 그의 문에 오르는 사람은 모두 노련한 선승들이었다.

지순(至順:1331~1332) 연간에 의연히 절을 떠나 금릉 지방을 돌아다니다가 용상사(龍翔寺)의 소(訴)스님을 방문하자 소스님은 그를 수좌로 맞이하였다. 때마침 이충사(移忠寺)에 주지자리가 비어 소스님이 적극 추천하였으나 스님은 굳이 사양하며 말하였다.

”스님께선 생각지 못하시는군요. 그곳은 송나라의 간신 진회(秦檜)*의 제사가 맡겨진 절입니다. 진회는 개인 감정때문에 권력을 빙자하여 대혜(大慧)스님을 매양(梅陽)과 형양(衡陽)으로 귀양 보냈던 자입니다. 내 비록 변변치 않으나 대혜스님의 후예로서 어떻게 차마 진회의 제사를 이어 받들 수 있겠소? 스님께선 참으로 생각지 못하십니다.”

당시 큰 선비나 덕망높은 선승들은 이 말을 전해듣고 극찬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후일 그는 귀종사(歸宗寺)의 주지로 갔다가 세상을 마쳤다.